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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재계약]왜 퍼거슨은 박지성을 좋아하나?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08-02 13:07 | 최종수정 2011-08-12 23:02


맨유 박지성(왼쪽)과 퍼거슨 감독. 스포츠조선DB.

"팀보다 더 큰 선수는 없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선수관을 단적으로 나타낸 발언이다. 퍼거슨 감독은 팀에 대한 헌신과 충성도를 선수평가에 대한 첫번째 덕목으로 삼는다. 퍼거슨 감독은 26년동안 맨유를 이끌며 무수히 많은 스타선수들을 지도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자신의 철학에 어긋난 선수는 가차없이 떠나보냈다. 데이비드 베컴(LA갤럭시), 로이 킨, 야프 스탐(이상 은퇴) 등은 퍼거슨의 결정에 따라 명성에 비해 씁쓸히 맨유를 떠난 케이스다.

퍼거슨 감독의 기준에서 박지성은 최고의 선수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하며 맨유에 대한 무한 애정을 과시했다. 좌,우, 중앙 미드필더, 심지어 윙백으로 뛰라는 지시에도 박지성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언론은 이런 박지성에게 '소리없는 영웅'이라는 호칭을 붙여줬다.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은 진정한 프로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에 잔류하고 싶은 박지성에게 2년 재계약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2년이란 숫자는 의미가 있다. 박지성이 2년동안 최고 수준에서 뛸 수 있다는 확신의 표시기 때문이다. 퍼거슨 감독은 베테랑을 활용하는데 능한 감독이다. 3번의 월드컵과 2번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을 경험한 선수는 전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세대교체를 하는 가운데 성실한 '베테랑' 박지성의 모습은 젊은 선수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경기력면에서도 박지성은 여전히 활용가치가 높은 선수다. 장기인 수비능력뿐만 아니라 올여름 프리시즌 4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득점 능력도 다시 한번 과시했다. 많은 경험을 통해 큰 경기에 강하다는 점도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아끼는 이유다. 여기에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을 지녔다. 좌우 측면뿐만 아니라 폴 스콜스가 은퇴로 빠져나갔지만 아직 이렇다할 보강이 되지 않은 중앙쪽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유럽 선수들은 주전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슈퍼스타로 가득찬 팀이 무너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박지성은 다르다. 심지어 출전이 확실시 되던 2008년 첼시와의 UCL 결승전 명단제외때도 불만을 보이지 않던 박지성이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제외는 감독 생활 중 가장 힘든 결정"이었다며 1년 뒤 바르셀로나 결승전에 아시아인 최초 결승 출전의 영예를 주기도 했다. 불만을 나타내지 않는 주전급 선수를 백업으로 데리고 있는 것은 시즌을 운용하는데 큰 힘이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아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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