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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결산]형님보다 투지 빛났던 20세 아우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08-11 13:17 | 최종수정 2011-08-11 13:21


리틀태극전사들의 투지는 빛났다. 11일 스페인전 패배 후 울고 있는 김경중을 위로하고 있는 한국선수들. 사진캡처=FIFA 홈페이지

김경중(고려대)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는 순간, 리틀태극전사의 여정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한국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콜롬비아 마니살레스 팔로그란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년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 16강전에서 스페인에 무릎을 꿇었다. 120분 연장 혈투 끝에 0대0으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6대7로 패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경기를 펼쳤지만 운이 부족했다. 10일 무기력한 한-일전에 실망한 축구팬들은 리틀태극전사의 투혼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 이번 청소년 월드컵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5년 박주영(AS모나코), 2007년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셀틱), 2009년 홍명보 감독처럼 눈길을 사로잡을 스타가 없었다. 최고 스타인 유럽파 지동원(선덜랜드) 남태희(발랑시엔) 손흥민(함부르크) 등이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출전하지 못했다. 21명의 최종엔트리 중 아마추어인 대학생이 12명이다. 해외파는 프랑스 낭트의 이용재뿐이었다.

하지만 무관심의 설움은 리틀태극전사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팀워크만은 자신있었다. 8강에 진출한 2009년 FIFA 청소년 월드컵(17세 이하)때부터 손발을 맞춰왔다. 이광종 감독 역시 팀워크를 강조하며 "(유럽파 외에)뽑힌 21명의 선수들 모두 그들과 비슷한 기량을 가지고 있다. 우려하지 않는다. 남은 선수들이 똘똘 뭉치면 할 수 있다"며 "첫번째 목표는 16강 진출이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리틀태극전사가 상대할 A조는 만만치 않은 팀들이 모여있었다. 우승을 노리는 개최국 콜롬비아, 2010년 19세 이하 유럽선수권대회 우승팀 프랑스, 아프리카의 복병 말리. 한국은 말리를 잡고 콜롬비아와 비긴다는 전략을 세웠다. 예선전이 치러질 해발 2625m의 보고타에 적응하기 위해 콜롬비아 입성 전 미국 콜로라도에서 고지 적응을 마쳤다. 이 감독과 선수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생겼다.

31일 말리와의 첫경기는 한국이 반드시 잡아야할 경기였다. FIFA 주관대회 중 이례적으로 폭우로 경기가 1시간 가량 늦어지는 해프닝속에 한국은 후반 터진 김경중 장현수(연세대)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0 완승을 거뒀다. 조 3위에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만큼 귀중한 승리였다. 출혈도 있었다. 핵심 수비수 황도연(전남)이 코뼈 골절로 한국으로 귀국하게 됐다.

첫승에 고무된 이광종호는 까다로운 콜롬비아보다 프랑스를 잡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3일 열린 프랑스전에서 한국은 날카로운 세트피스를 선보였지만, 수비불안으로 1대3으로 석패했다. 6일 펼쳐진 콜롬비아와의 최종전에서 졸전끝에 0대1로 패했지만 조3위 와일드카드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에 진출했지만, 리틀태극전사를 바라보는 '역대 최약체'의 시선을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맞이한 최강 스페인과의 16강전. 리틀태극전사들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한수위 개인기량에는 두세명의 압박으로 맞섰다. 쥐가 나고, 넘어져도 또 일어나 스페인의 슈팅에 몸을 날렸다. 전날 한-일전에서 투지마저 실종된 형님들의 경기와는 대조된 모습이었다. 우승후보 스페인은 한국의 투지에 당황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젊은 태극전사는 16강에서 도전을 멈췄다.


실축 후 쓰러져 울고 있는 김경중을 둘러싸고 리틀태극전사들이 함께 모여 패배를 위로했다. '하나가 아닌 팀의 중요성'을 아우들이 콜롬비아 땅에서 보여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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