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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10대1 인터뷰]지동원 "기성용 형한테 영어과외 받으라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6-28 10:19


◇'최연소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이 마침내 영국 땅을 밟았다. 25일 오후(한국시각) 뉴캐슬 국제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지동원(오른쪽).  뉴캐슬(영국)=이 산 통신원 dltks@hotmail.com

지동원(20)이 마침내 잉글랜드 선덜랜드에 입성했다.

샬케04(독일), 에인트호벤(네덜란드) 등이 치열한 막후 영입전을 펼쳤다. 처음 130만달러(약 14억원) 이상은 안된다고 버티던 선덜랜드가 3주만에 350만달러(약 38억원)를 베팅했다. 외신에는 '선덜랜드 브루스 감독이 원하던 바로 그 선수(Bruce:He's the Won that I want)'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꿈의 무대 입성은 그렇게 꿈처럼 이뤄졌다.

내로라하는 유럽 명문구단들이 앞다퉈 눈독 들일 만큼 지난 6개월간 지동원의 성장세는 눈부셨다. 지난해 12월 30일 시리아와의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고, 1월 카타르아시안컵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A매치 10경기에서 6골. 선덜랜드 이적설이 떠오른 6월 초, 가나와의 A매치는 운명이었다. 선덜랜드 주공격수인 아사모아 기안, 미드필더 문타리와의 맞대결에서 지동원은 밀리지 않았다. 과감한 선제 헤딩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기안과 문타리가 "선덜랜드에서 뛸 만한 능력이 있다"며 인정하고 나섰다.

K-리그와의 아름다운 이별, 프리미어리그와의 행복한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지동원에게 그를 아끼는 축구인들이 애정어린 질문을 던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구)자철이도 독일 진출 후 우울증을 앓았다고 했고, 이동국도 영국에서 외로웠다고 하더라. 축구 외적인 생활 측면에서의 적응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지동원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지한 조광래 A대표팀 감독)

감독님, 저도 늘 마인드 컨트롤에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우선일 것 같고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동료들과 친해져서 일상생활을 편하게, 즐기면서 하고 싶습니다.

-어떤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니? 해외 진출에 앞서 마음의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곳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전남 사령탑 시절 광양제철고에 스카우트했던 허정무 인천 감독)


목표는 전세계 축구 팬들이 알 만한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박)지성이형보다 더 잘 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지성이형처럼 오래 뛰고, (이)청용이형처럼 빨리 적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별한 마음의 준비보다 이런저런 상황이나 이야기들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열심히,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려고 합니다.

-순차적인 계획을 가지고 해외 진출을 결정한 것인지? 구체적인 향후 계획도 듣고 싶다. 예를 들어 2년 안에 주전 잡고, 다음에는 빅클럽 진출 같은.(4년 전 레딩 유소년 시절 밥 사줬던 인연, 황선홍 포항 감독)

선덜랜드에 적응도 하기 전이라 어디로 떠난다는 생각은 아직 안해봤고요. 인터뷰에서 최종 목표는 늘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라고 이야기해왔지만 선덜랜드에서 잘 적응한 후 모든 상황이 잘 풀렸을 때 스페인리그에도 꼭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나중에는 꼭. ㅎㅎㅎ

-동원아, 영어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니? 내가 과외해줄까? 과외비는 회당 2000만원!(지동원과 같은 에이전트사 '재치만점 선배', 셀틱 기성용)

(깜짝 놀라며)헉! 2000만원? 형, 안돼요. 돈이 어딨다고요. 일단 형을 선생님으로 모시는 건 '노 땡큐'고요(웃음). 공식 영어선생님 지정해서 진짜 열심히 하려고요. 하루종일 스카이스포츠 틀어놓고 귀 뚫릴 때까지 들을 거에요.

-널 볼 때마다 다른 선수들과는 좀 다른 느낌을 받는다.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비법 좀 공개해볼래? 그리고 잉글랜드와 독일이 먼 거리는 아닌데, 독일로 형 보러 올 생각은 없니? (지동원과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는 '지-구 특공대', 볼프스부르크 구자철)

이미지 트레이닝에 집중한 게 축구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선수들 보면 주변에서 칭찬을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제 경우는 당근과 채찍이 늘 함께 있었던 것 같거든요. 당근보다는 늘 채찍의 아픔을 기억하며 잘못된 플레이를 되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두번째 질문에는 씨익 웃으며) 자철이형이 영국 와야죠. 형은 저보다 4개월이나 먼저 나가서 적응했잖아요. 저는 지금 아무것도 몰라요. 형이 와주셔야죠.(웃음) 물론 비행기 티켓 끊어주시면 독일 갑니다.

-동원이형, 우리 대표팀에서 재미있었는데…. 근데 형 말수가 너무 적어서. 외국 가면 많이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괜찮겠어?(카타르아시안컵 때 유일한 동생, 함부르크 손흥민)

굳이 말을 많이 해야만 친해지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처럼 마음 잘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나야겠지? 일단 말이 돼야 하니까 영어공부부터 열심히 하려고 해.

-너를 지켜보며 형으로서 응원할게. 근데 경쟁자들이 쟁쟁한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식으로 경쟁할 건지? 그리고 너 나랑 부산 놀러가기로 했잖아.(윤빛가람은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와서 친구들이 많다는 설명) 만날 말만 하고, 언제 갈 거니? (영원한 라이벌이자 대표팀 룸메이트 절친, 경남 윤빛가람)

고마워요, 빛가람이형. 살아남을 자신은 분명히 있고! 일단 나에게 유리한 첫번째 터치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홍명보 감독님 말씀대로 가만히 서서 하는 플레이보다 많은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선수가 되고 싶어. 아 맞다! 부산, 부산은 진짜 고등학교 때 한번 가보고 안 가본 것 같아. 근데 형, 내가 지금 좀 바쁘잖아요.(웃음) 너무 건방지나.

-경기 끝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여자 만나나? 아니면 어떤 활동을 하면서 보내는지 궁금하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유쾌한 선배, 포항 신광훈)

아니 형, 같은 선수끼리 서로 다 아는 당연한 질문을….(웃음) 그냥 쉬면서 형들이랑 차 마시러 다니고 몸 만들고 그러죠.

-동원아, 너 진짜 축구 안했으면 추자도에서 뭐했을까? 어부? ㅋㅋㅋ(지동원의 광양제철고 1년 선배 '전남아이돌' 윤석영)

형 말대로 배 타고 고기 잡으러 다니지 않았을까요. 진짜 어부 됐을지도 몰라.(웃음) 낚시는 많이 안해봤지만 손맛이 정말 좋거든요.

-동원이형, 결혼은 언제 하고 싶어? 아들 낳으면 축구 시킬 거야?('제2의 지동원'을 꿈꾸는 '광양루니', 전남 이종호)

종호야, 결혼은 좀 빨리 하고 싶다. 좋은 사람과 상황이 생기면 더욱더 그렇고. 미래의 내 아들이 만약 끈기가 있고 재능이 있다면 반드시 축구 시키고 싶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이 원해야 한다는 것.

-잘 되서 관심받을 때도 차분하고, 부상으로 쉴 때도 흔들림 없고…. 같은 선수로서 배우고 싶다. 어쩜 그렇게 침착할 수 있는지. '막춤' 출 때도 차분해 보여. 분명히 신나게 추고 있는 거 맞지? (광양제철고 동기이자 절친, 전남 황도연)

침착해 보이는 건, 음… 어떤 상황에서도 이겨내고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 믿으려 노력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근데 나 춤출 때는 엄청 신나게 200% 즐기면서 추는 건데, 진짜 그것도 침착하게 보여?(웃음)

-지참치(참치회사 이름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네 팬들이 강동원보다 잘생겼다고 하니 너 요즘 그걸 믿고 얼굴에 대한 자신감이 부쩍 커진 것 같더라. 만약 성형수술 한다면 고치고 싶은 부위는? (광양제철고 동기이자 자타공인 꽃미남, 전남 김영욱)

영욱이 너는 맨날 내 얼굴 지적하는데, 그래 너 잘생겼다!(웃음) 그래도 나는 고치고 싶은 부위는 없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재산인데, 이만하면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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