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의 이적 공식 발표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전남 드래곤즈 구단 내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동원의 이적설과 관련해 전남 구단은 계속해서 주도권을 뺏겨왔다. 바이아웃 조항으로 인해 구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유소년 시절부터 지동원을 길러낸 K-리그 구단으로서 끌려다니는 모양새는 안타깝다. 지난주 유종호 전남 사장과 에이전트의 긴급 회동 이후 전남이 대외적인 주도권을 잡기로 했지만 이후 전남의 태도는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주도적인 의사소통은 커녕 애매모호한 '시간 끌기'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적 발표 시점마저도 우왕좌왕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구단이 함구하고 있는 새 여기저기서 딴 이야기들이 솔솔 새나오고 있다. 11일 인천전에서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의 마르셀 브란츠 기술이사를 포함한 관계자 3명이 지동원의 움직임을 면밀히 체크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경기 후 그들이 허정무 인천 감독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관측됐다. 허 감독과 절친한 정해성 전남 감독을 통해 에인트호벤이 지동원과 구단에게 선덜랜드보다 좋은 조건과 유소년 교류 등 다양한 당근책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소문을 확인하자 전남측은 "우리도 한번 알아봐야겠네"라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히딩크 감독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에인트호벤행은 박지성 이영표의 선례를 통해 비교적 검증된 길로 허정무, 정해성 감독 역시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은 지동원 본인에게 있다. 프리미어리그를 바라보던 지동원의 마음을 되돌리기에 나흘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짧다. 에인트호벤 선배인 박지성은 14일 "기회가 왔으면 몸값이니 벤치 선수니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일단 떠나는 것이 낫다"고 애정어린 조언을 건넸다. 지동원측 역시 선덜랜드행 이적설이 터진 직후 "독일 프랑스도 아니고 프리미어리그인데…"라는 말로 영국행을 향한 남다른 열망을 피력했었다. 지동원은 오랫동안 꿈꿨던 최연소 프리미어리거의 길과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에둘러 가야 하는 우회로 사이에서 기로에 섰다. 작금의 상황을 그저 숨기고 피하려고만 드는 전남 구단의 소통 부재가 아쉽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