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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K-리그 중흥의 불씨, 상암벌에 4만 몰렸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06-12 14:53



승부조작 파문으로 얼룩진 그라운드에 중흥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축구팬들이 마지막 기회를 줬다. 11일 FC서울과 포항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무려 4만4358명이 입장했다. 3월 6일 서울과 수원의 개막전에서 5만1606명이 입장한 이후 올시즌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이다. K-리그 사상 역대 9번째의 구름인파다. 3일 상암벌에서 벌어진 세르비아와의 A매치(2대1 승·4만876명) 때보다 더 많았다.

변곡점이다. K-리그 승부조작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달 25일. '팬심'은 차가웠다.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2주간의 A매치가 끝나고 이날 전국 8개 구장에서 K-리그가 재개됐다.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3라운드 최고의 매치인 서울-포항전이 심판대였다. 갈림길이었다. 스트라이커로 한 시대를 풍미한 황새(황선홍 포항 감독·43)와 독수리(최용수 서울 감독대행·40)가 재기를 위해 다시 최전방에 포진했다. 처음으로 벤치에서 적으로 만났다.

팬들이 희망을 선물했다. 경기장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이었다. 휘슬이 울린 후에도 매표소 앞은 인간띠를 연출했다.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선 줄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K-리그 흥행 톱 구단 서울의 관중몰이도 눈물겨웠다. 4만 관중을 목표로 뛰고 또 뛰었다. 이례적으로 양팀 사령탑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라이벌 구도를 구축, 흥미를 배가시켰다. 서울 출신 프랑스리거 정조국(27·오세르)과 박주영(26·AS모나코)도 초청했다. 하프타임에 캐논슛 대결을 펼쳤다. 청바지 차림의 둘도 혼신의 힘을 다했다. 유쾌한 이벤트였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도 감동했다. 신이 났다. 독수리와 황새, 누구도 웃지 못했다. 1대1로 비겼다. 골은 2골에 불과했지만 박진감이 넘쳤다. 화끈한 공격축구의 향연이 90분내내 이어졌다. 장군멍군식의 혈투였다.

경기 후 두 감독은 기자회견 첫 머리에 팬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원정경기를 치른 황 감독은 "진정한 축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생갭다 많은 팬들이 찾아왔다. 서울 팬들에게 감사한다. 팬들을 위해 더 많은 골이 더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은 아쉽다"며 "선수들이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전환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아 고맙다. 더 열정적인 모습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 감독도 "승부조작 파문으로 분위기가 안 좋은 데 많은 팬들이 찾아왔다. 정말 감사드린다. 우리는 물론 포항도 팬들을 위해 공격적인 축구를 했다. 승리를 못해 아쉽지만 경기 내용은 만족한다"고 전했다.


팬들이 없는 그라운드는 존재할 수 없다.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A매치(2대1 승)에선 '국가대표의 젖줄 K-리그를 사랑합시다'라는 대형 통천이 걸렸다.

팬들이 반응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K-리그는 팬들의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아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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