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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의 잠재력과 장단점을 꿰뚫어보고 컨디션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내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포지션에 적합한 선수 발굴 또한 감독의 중요한 임무다. 물론 상대팀의 멤버 구성, 전형, 전술 분석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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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감독이 고심 끝에 내놓은 카드가 중앙 수비수 김영권(21·오미야)의 왼쪽 측면 수비수 기용. 이정수-홍정호로 중앙 수비라인을 꾸린 가운데 김영권이 이영표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한 것이다. 1m86 장신인 김영권은 수비가 안정적이지만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평가. 활발한 오버래핑보다 힘이 좋은 세르비아를 맞아 안정적인 수비를 기대했다. 그런데 김영권은 조 감독이 바랐던, 수비 안정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1골-1도움을 기록했다. 조 감독의 기대를 100% 이상 완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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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감독의 포지션 파괴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은 김영권이 처음은 아니다. 조 감독은 지난 1월 열린 카타르아시안컵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인 구자철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워 성공했다. 구자철도 확신하지 못했던 공격적인 잠재력을 끌어낸 것이다. 구자철은 5골을 터트리며 카타르아시안컵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 3월 온두라스와의 평가전 때는 소속팀 상주 상무에서 공격수로 나서 골을 양산하고 있던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29)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썼다. 대표팀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자신에게 경쟁력이 있다며 포지션 변화에 소극적이었던 김정우에게 공격적인 역할을 맡겼다. 이 경기에서 김정우는 골까지 터트리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포지션 파괴는 선수의 멀티 능력 재발견에 그치지 않고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기존 선수를 자극하고 경쟁을 유도한다. 선수 자원이 풍부하다고 볼 수 없는 한국축구의 인재풀을 넓히는 것이다. 조 감독이 원하는, 수비에 적극인 공격수, 수비에 집중하면서도 공격을 아는 수비수가 많아질수록 한국축구의 경쟁력은 좋아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