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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이 올해도 결국 한국과 중국의 대결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LCK(한국)의 4번 시드이지만 디펜딩 챔피언인 T1이 4강행을 확정지은 가운데, 젠지 역시 이에 합류할 공산이 크다. LPL(중국)에선 웨이보 게이밍에 이어 빌리빌리 게이밍이 4강에 올라 맞대결을 펼치게 되면서, 중국 한 팀의 결승행이 이미 확보됐다.
반면 LCK 1번 시드로 큰 기대를 모았던 한화생명e스포츠는 8강전에서 빌리빌리에 1대3으로 역전패를 당하며 지난 2021년에 이어 3년만에 오른 국제대회에서 또 다시 8강에 머무르고 말았다.
역시 T1의 가을은 무섭다
LCK 서머에서 3위에 그쳤고, 지역 선발전까지 거쳐 겨우 롤드컵 진출권을 따낸 T1이지만, 국제 무대, 역시 롤드컵에선 상대를 전율에 떨게 만들고 있다.
T1은 지난 19~20일(이하 한국시각 기준)에 걸쳐 프랑스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8강전에서 LPL의 2번 시드인 TES를 압도하며 3대0으로 승리, 4강에 진출했다. 스위스 스테이지(16강) 첫 경기에서 TES에 패했지만, 이후 발 빠르게 티어 정립을 마치고 조합 콘셉트를 제대로 갖춰 연승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8강전 모든 세트에서 특유의 기동성을 살린 조합을 바탕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면서 승리를 챙기며 4강 이후의 기대감도 높였다. 특히 3번의 세트 모두 불리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레드 진영으로 시작해 상대방을 제압하며 한 수 위의 실력을 과시했다. '구마유시' 이민형은 모든 세트에서 단 한번도 데스를 당하지 않는 맹활약을 보여줬다. 또 2세트의 경우 킬 스코어에서 15-0을 기록할 정도로 일방적인 압승이었다.
이처럼 역시 다전제에선 대표적인 '중국 킬러'의 명성을 높였다. 이날 승리로 T1은 롤드컵 다전제에서 LPL팀을 상대로 9전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이어갔다. 지난 2013년 로얄클럽(현 RNG)에 승리한 이래로 12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다. 특히 지난해 롤드컵에선 8강부터 결승까지 LNG, 징동 게이밍, 웨이보 등 중국 3개팀을 연달아 꺾는 엄청난 기세로 역대 4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정작 T1의 5번째 롤드컵 우승 도전에 가장 큰 고비는 젠지가 될 전망이다. 젠지가 8강전 최약체인 LCS(북미)의 플라이퀘스트와 20일 경기를 치르는데, 승리할 경우 T1과 4강에서 결승행을 다투기 때문이다.
젠지는 이번 대회에서 아직까지 패배가 없을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LCK 서머에서 우승하지 못한 한을 롤드컵에서 풀어보겠다는 의지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유난히 약했지만, 지난 5월에 열린 국제대회 MSI에서 정상에 오르며 이를 스스로 깨트리고 있기에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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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호적수는 역시 중국
반대쪽 4강전에선 LPL 내전이 펼쳐진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8강전에서 웨이보가 16강전 3전 전승의 기세를 탄 LNG를 예상 외로 3대1로 꺾으며 2년 연속 4강에 올랐고, 다음날 열린 경기에선 빌리빌리가 한화생명에 1세트를 빼앗겼음에도 불구, 2~4세트를 압도하며 웨이보와 결승행을 다투게 됐기 때문이다.
웨이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6강전에서 고전했지만, 8강 이후 다전제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 양대인 감독과 유일한 한국 선수 '타잔' 이승용의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 빌리빌리 역시 3승2패로 겨우 8강에 올랐지만, 한화생명전에서 보여줬듯 '빈' 천저빈과 '엘크' 자오지아하오, '온' 루오웬준 등 2년 이상 호흡을 맞춘 선수들의 팀워크가 완전히 살아난 모습이라 흥미로운 승부가 예상된다.
누가 이기든 중국은 역대 8번째 롤드컵 결승 진출팀을 배출하게 됐다. 또 만약 젠지가 4강전에 오를 경우 한국과 중국은 역대 6번째로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웨이보와 빌리빌리는 26일 먼저 4강전을 펼치고, T1이 나서는 또 다른 4강전은 다음날인 27일 개최된다. 결승전은 장소를 옮겨 영국 런던의 O2 아레나에서 11월 3일 열린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