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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이탈리아인들에게 말합니다, 저를 더는 미워하지 마세요"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6-19 09:45 | 최종수정 2022-06-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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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안느 안정환(46)이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꾼 20년전의 그날을 떠올렸다.

안정환은 18일 이탈리아 일간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 단독 인터뷰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 골든골, 당시 주심인 바이런 모레노의 판정, 페루자에서 쫓겨난 사연 등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안정환은 20년 전, 이탈리아와의 월드컵 16강전에 대해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난다. 나와 우리나라에 특별한 경기였다. 아무도 우리가 이탈리아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 심판 판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준비를 했고, 어떻게 플레이를 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강한 팀으로 만들었다. 우린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안정환은 2002년 6월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월드컵 16강전에서 1-1 팽팽하던 연장 후반 천금같은 골든골을 터뜨리며 한국에 8강 진출을 선물했다. 한국은 8강에서 스페인마저 넘으며 4강 신화를 썼다.

이탈리아전에선 안정환이 이영표의 크로스를 헤더 득점으로 연결하기 전까지 많은 이벤트가 있었다. 안정환의 페널티 실축, 다미아노 톰마시의 득점 무효, 프란체스코 토티의 경고누적 퇴장 등등이다. 충격적으로 16강에서 탈락한 이탈리아인들의 분노는 당시 경기를 관장한 에콰도르 출신 심판 모레노에게로 향했다.


안정환은 "우린 항상 심판의 결정을 존중했다. 심판의 판정은 최종적이며 바꿀 수 없다. 모레노 심판이 실수를 저질렀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이 없으면 판정은 문제를 야기한다. 고통스러울지라도 우리는 모든 판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이탈리아에 잘 대비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선수를 디테일하게 분석했다"며 판정운이 아닌 실력으로 따낸 승리라고 말했다.

'한국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이길 자격이 있었냐'는 물음에 "그렇다. 월드컵 전 친선전 결과를 보라. 우리는 8경기를 치러 우루과이와 프랑스에만 패했다. 히딩크 감독은 우리를 다른 선수로 만들었다. 우리는 월드컵에서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풋볼이탈리아'의 표현에 의하면 '이탈리아를 (월드컵에서)살해한' 안정환의 그 골은 안정환을 실직자로 만들었다. 안정환은 2000년부터 이탈리아 클럽 페루자에서 뛰고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 직후 페루자에서 쫓겨났다.


안정환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페루자의)가우치 회장은 내게 급여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내가 그 골로 이탈리아 축구를 망쳤다고 했다. 그럼에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대회 이후 일본 시미즈 S-펄스로 이적했다. 이후 요코하마 F.마리노스, 메스, 뒤스부르크, 수원 삼성, 부산 아이파크, 다롄 스더를 거쳐 2011년 은퇴했다.

은퇴 후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안정환은 "나는 모든 이탈리아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제발 나를 더 이상 미워하지 말아달라. 나는 한국 선수로서 조국을 위해 싸웠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아주리를 상대로 골을 넣어 팬들의 믿음에 부응하고 싶었다"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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