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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전 3대0 대승, 정태욱(20·아주대)이 숨은 공신이다.
수비력은 신태용호의 숙제였다. 공격을 강조하는 만큼 수비가 헐거웠다. 지난 11일 우루과이 평가전(2대0 승)이 유일한 무실점 경기였다.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큰 무대일수록 수비가 강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신 감독은 과거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 때도 스리백을 구사한 바 있다. U-20 대표팀에서도 종종 스리백을 사용했다. 하지만 불안했다. 14일 세네갈과의 최종 평가전에서 세트피스로만 두 골을 허용하며 2대2로 비겼다.
특히 정태욱이 흔들렸다. 스리백에서 오른쪽 중앙 수비수로 나선 정태욱은 수 차례 위기를 초래했다. 발이 빠르지 않아 스피드 경합에서 밀렸다. 속도를 못 따라가 무리한 파울을 범했다. 공격을 차단하는 타이밍도 잘 잡지 못했다. 정신을 잃는 심한 부상에서 극적으로 돌아온 '부활의 아이콘'이 순식간에 '구멍'으로 전락했다.
신 감독은 기니전에서 포백 카드를 꺼냈다. 기니의 원톱에 대비한 포석이었다. 그러자 정태욱이 진가를 발휘했다. 기니 공격수들의 발이 빨라 고전할 것으로 보였지만, 노련하게 방어했다. 움직임을 예측하고 수비했다. 정태욱의 지능적인 수비에 기니는 위험지역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무리한 슈팅을 남발했다.
태클 정확도도 돋보였다. 제쳐지더라도 긴 다리를 이용해 뒤에서 태클로 공격을 저지했다. 1m95의 장신을 활용한 제공권도 압권이었다. 기니는 수 차례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정태욱이 모조리 걷어냈다.
수비 뿐 아니라 공격에도 기여했다. 2-0으로 앞서던 후반 36분 백승호의 골을 돕는 헤딩 연결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무실점 완승에 신 감독이 미소지었다. 신 감독은 "지역 방어와 대인 방어를 적절히 혼용한 게 잘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반 시작할 때, 후반 시작할 때도 선수들이 이기고 있더라도 실점하면 안 된다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더라. 그런 집중력이 무실점 원동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태욱은 "마음 고생 좀 ?는데 자신감 얻었다. 수비수들끼리 절대 실점하지 말자고 이야기 많이 했다"며 "정말 기쁘지만 이제 시작이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가 남았다. 계속 무실점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