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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창조의 꿈이 사라졌다.
태극전사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쉽게 말을 걸기 힘들 정도로 침울했다. 눈물을 흘린 선수들은 불거진 얼굴을 감추려고 애썼다. 간신히 자리에 서서 소감을 전하는 선수들은 월드컵 소감을 말하는 대목에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에 함께한 대표팀 모두에게 너무 감사하다. 지도자, 선수 뿐만 아니라 지원스태프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형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받았는데 못 돌려준게 아쉽다"고 울먹이면서 "팬들이 좋지 않은 결과에도 응원을 아끼지 않아주신 부분에 너무 감사하고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승규도 경기 후 "경기장에 계속 남고 싶었다. 1경기를 더 하고 싶었다"고 통한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벨기에전에서 벤치를 지킨 박주영(29·아스널)은 "오늘 경기에 뛴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죄송하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날 경기 직전 소속팀 아스널로부터 공식 방출 통보를 받은 터였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운명보다 후배들을 이끌지 못한 책임감이 더 앞서는 모습이었다.
벨기에전을 마친 홍명보호는 28일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 뒤, 29일 상파울루 과룰류스국제공항을 출발해 미국 LA를 경유,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귀국 뒤에는 짧은 해단식을 갖고 브라질월드컵의 여정을 마무리 한다.
상파울루(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