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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카펠로 감독님, 기성용 '택배킥' 받으세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6-15 08:27


2014브라질월드컵 축구대표팀 기성용이 3일(한국시간) 미국의 전지훈련장인 세인트토마스대학교 경기장에서 슈팅훈련을 하고 있다.
브라질에 들어가기 전 시차와 고온의 기후 등을 적응하기 위해 마이애미에 훈련캠프를 차린 대표팀은 다음달 9일까지 적응훈련을 마친후 10일 가나와 최종 평가전을 마치고 브라질로 떠난다.
마이애미(미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03/

포물선을 그린 킥이 하늘로 뻗어간다. 이내 방향을 바꿨다. 큰 궤적을 그린 크로스는 수비벽을 넘어 쇄도하는 세트피스 공격수의 머리에 그대로 연결됐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홍명보호의 '택배기사'로 변신한다. 기성용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각)부터 시작된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거쳐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이구아수에서 세트피스 전담키커로 낙점됐다. '기라드(기성용과 스티븐 제라드의 이름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정확한 패스와 넓은 시야, 공격수의 마음을 잃는 조율 감각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마이애미 전지훈련 기간 세트피스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코너킥과 프리킥 모두 가장 쉽게 골을 얻을 수 있는 공격루트다. 약속된 플레이와 이를 실현시켜 줄 정확한 키커의 능력이 필수다. 기성용은 세트피스의 첫 번째 옵션이었다. 좌우 양 방향에서 모두 코너킥 전담 키커로 나섰다. 측면 프리킥 상황에서도 기성용은 문전에 버티고 있는 공격수들에게 정확하게 킥을 배달하면서 감각을 조율했다.

기성용의 킥 능력은 프로 데뷔 때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1m87의 큰 키를 극복하는 유연한 몸놀림이 기반이 됐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했다. 본선에서는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면서 허정무호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위업 일등공신이 됐다. 셀틱(스코틀랜드) 스완지시티 선덜랜드(이상 잉글랜드) 모두 세트피스 전담키커는 기성용이었다.

택배킥의 완성도는 100%에 가깝다. 무릎 통증이 남아 있었던 튀니지전, 체력 담금질로 녹초가 된 가나전에서는 잠잠했다. 하지만 이구아수 입성 뒤 진행된 훈련에서 기성용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18일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펼쳐질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시작으로 알제리, 벨기에전 득점 첨병 역할이 기대된다.

세트피스는 양날의 검이다. 실패시 상대에게 역습 찬스를 열어줄 수 있다.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경험한 월드컵 무대다. 기성용은 자신감이 넘친다. "튀니지전보다 가나전에서 킥이 더 좋아졌다." 기성용은 "세트피스에서 골이 나온다면 우리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세트피스에 대한) 책임감도 있다"며 "동료들에게 (세트피스 성공)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월드컵 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 자신부터 2~3명의 몫을 해야 팀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4년 전 앳된 청년은 이제 없다. 전사로 거듭난 기성용은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대표팀 감독의 얼굴을 일그러뜨릴 준비를 마쳤다.
이구아수(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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