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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중국 명나라 신종 만력제(1563~1620년)는 9세 때 즉위해 57세로 사망할 때까지 48년을 통치했다. 어렸을 때는 스승이자 섭정 장거정의 엄한 지도 아래 열심히 공부했으나 장거정이 죽고, 잔소리할 사람이 없어지자 금방 게을러졌다. 그는 친정(親政)에 나선 후 초반에는 조금 열심히 정치하려 했으나 세자 책봉 문제 등으로 대신들과 대립한 후 정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친정 기간 그가 한 일이라곤 왜란에 신음하는 조선을 위해 파병하는 정도밖에 없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으나 무엇 때문인지, '조선 구출 작전'에 그는 진심이었다. 신하들의 반대가 잇따랐지만, 만력제는 조선 파병을 강행했고, 이는 명나라의 쇠락으로 이어졌다.
책에 따르면 명나라 말 중국에서 전례 없이 심각한 수준의 한파와 가뭄, 전염병, 돌풍 등 자연재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해 수백만 명이 숨졌다. 특히 1642년은 최악의 해였다. 당시 사대부였던 진기덕(陳其德)은 "시장에도 구매할 수 있는 쌀이 없었다. 곡물을 가진 상인이 있어도, 사람들은 가격을 묻지 않고 지나쳤다. 부유한 자들은 콩이나 밀을 찾아 헤맸고, 가난한 사람들은 왕겨나 썩은 음식물을 찾아 헤맸다"고 기록했다. 그로부터 2년 후 명나라는 멸망했다.
저자는 명 제국을 몰락시킨 극단적인 곡물 가격과 인플레이션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은 '기후'라고 단언한다. 지구의 기온하락과 태양 흑점 활동의 감소 탓에 발생한 '소빙기'(小氷期)가 명 제국 몰락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14세기부터 시작된 소빙기가 1630년대 말 더욱 심해지면서 만주족의 남하를 부추겼다고 분석한다.
"명나라의 가격 및 정치체제는 식량 공급의 완전한 붕괴를 견디지 못했다. 만주족은 춥고 건조한 기후에 더 잘 적응했을 수 있으며, 기온이 하강함에 따라 남쪽으로 밀려난 그들은 중국 영토를 가장 혼란스러울 때 점령하고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는 방식으로 재편했다."
박찬근 옮김. 336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