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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처음 연출 지휘봉을 잡은 여성 PD의 스릴러는 이토록 아름다웠다.
특히 빛과 그림자 활용이 눈여겨 볼 점이었다. 송 PD는 장하빈의 깊은 속내를 거울 프레임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빗물의 그림자가 장태수 얼굴 위로 흐르게 해 눈물처럼 나타내기도 했다. 또 하빈과 태수의 관계가 무너질 때마다 무언가 깨지는 것을 보여줬고, 서로를 못 믿는 마음을 두 개로 분리되는 그림자로 활용한 바다.
"그림자나 빛 같은 경우는 좋아하는 소재다. 그림자는 제 개인적을 회차별로 달랐다. 3회는 그림자로 인물들을 표현하려고 했다. 시청자분들께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지만,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 같더라. 하빈이 그림자가 다르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게 뭘까라는 생각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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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PD는 "얘기 자체가 아빠와 딸 관계도 그렇고, 대칭이 많다고 느꼈다. 아빠와 딸이 비슷하게 보이는 것도 그렇지만 대척점에 있는 것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그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관계를 대칭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대칭이 맞는 게 안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어서, 묘한 긴장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빈과 태수의 집, 하빈의 학교 등 세트 미술도 뛰어나다. 송 PD는 "집 같은 경우는 주방을 공간에서 제일 중요하게 다뤄져, 취조실이라고 생각했다. 부엌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중요하다 보니, 취조실과 비슷하게 만들고 싶었다. 주방 식탁 길이도 취조실 책상도 길이가 같다. 네모 프레임도 취조실과 같다. 뒤에 보면 유리창도 하나 더 있는데, 이도 취조실과 동일한 사이즈를 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또 "하빈이 방도 사실 한국식으로 말도 안 되지만 긴 복도 끝에 나온다. 방에 숨겨져 있는 게 많은 것 같은 아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런 장치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가 중요했다. 학교도 사실 옥외계단이 나오는데, 옥외계단 있는 하교를 찾는 것도 중요했다"고 짚었다.
기존 스릴러와 다르게 살인 방법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송 PD만의 특별한 연출법이다. 송 PD는 "실제로 보는 것보다 상상해서 보는 게 훨씬 더 공포감이 더 든다고 생각했다. 무서운 것을 찍기에 제가 무섭기도 하다"라며 "사실 상상이 더 무섭지 않느냐. 조금씩 피해가면서 찍으려고 했다. 방송 심의보다도 시청자들이 그런 것까지 볼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정도만 상상할 수 있다면 전달될 것 같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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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친자'가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산다. 송 PD는 "부담이 많이 컸다. 제가 작품 합류하고 나서도, 대본을 크게 한번 수정을 하고 시작이 됐다. 이야기 큰 줄기 바뀌는 것도 부담이 있었는데, 작가님도 믿고 잘 해주셨었다. 한석규 선배님 모시는 것도 부담이 있었다. 선배님들이나 배우분들, 작가님, 스태프분들께 큰 도움을 받아서, 제 역량에 비해 여러가지 해볼 수 있었고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스토리가 바뀐 부분에 대해서는 "원래는 공모작 4부작에서 개발하면서 바뀌고, 스토리와 인물이 바뀌었다. 프로파일러 아버지와 소시오패스 딸이라는 큰 구조 이외에는 바뀐 부분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MBC라는 래거시 미디어에서 여성 연출자의 입봉작이 스릴러라는 것도 이례적이다. 다소 보수적인 지상파에서 여성 PD가 스릴러로 데뷔, 하나의 물꼬를 틀었다는 의견도 있다. 송 PD는 "훌륭한 여성 연출자 선배님들이 길을 잘 닦아 주시면서, 여성 연출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내부에서도 이제 조연출 성비가 여성이 더 많다.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은데, 그건 사실 성별과 상관없는 것 같다. 장르에 대한 선호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도 방송환경 자체가 오픈된 것 같기는 하다. 좋은 변화라 생각한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치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방송사지만, 비교적 어두운 장르물이라 우려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송 PD는 "회사에서는 이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어두운 성향이 있는데, 시청률을 명확하게 가져야 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 이야기를 많이 지지해 줬다. 지상파에서 나오기 어려운 소재라고 하는데, 데스크나 국장님은 많은 사람이 이 얘기를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지해 주셨다. 기존 MBC 선택과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지지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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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스릴러가 저와 잘 맞는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재밌긴 한데, 주변에서는 다른 장르도 얘기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신다. 지금은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이친자'는 다시보기가 제공되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에서는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토종 OTT 플랫폼에서도 1위를 싹쓸이했다. 방송 후 리뷰 크리에이터들이 업로드한 영상 조회수도 계속 오르는 등 완벽한 '작감배' 작품으로 입소문이 퍼지는 중이다.
이러한 인기에 대해 송 PD는 "일단은 소재 자체가 받아들이기 쉽다고 해야 할까. 이질감 없이 가져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녀관계나 스릴러적인 요소에서 진행이 이해되고, 보편적인 관계성에서 재미를 느끼시지 않을까 싶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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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송 PD는 "너무너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사드리고, 저희 배우나 스태프분들이 고생한 만큼의 것들을 많이 성심성의껏 봐주셔서 기쁘다. 앞으로도 마지막회도 즐겁게 시청해 주시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최종회는 특별 확대 편성, 오는 15일 오후 9시 40분부터 방송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