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닷컴 이게은기자] 오은영 박사가 배우 구혜선의 다재다능한 면모를 높게 사면서도 심리를 짚으며 돌직구를 날렸다.
이어 "4년 꼬박 대학교를 다니고 올해 졸업을 했다. 학교에서 발표를 하는 날 반려견 감자가 아침에 떠났다. 사람이 죽었다고 하면 학교 수업도 빼주시고 촬영하다가도 그런 일이 생기면 장례 치를 수 있게 해주는데 반려견이 죽었다고 그럴 순 없지 않나. 감정을 그냥 눌렀다. 심정지가 된 감자를 확인한 후 학교에 가서 발표하고 와서 장례를 치렀다. 발표를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시험을 봤는지도 모르겠다"라며 속마음을 꺼냈다.
구혜선은 "슬픔이 엄청났다. 일단 안 믿기더라. 되게 슬퍼해야 할 것 같은데 눈물도 안 났다. 감자가 떠난 해 내내 감자가 없다는 생각도 잘 안 들었다. 상실감을 느끼기 전에 현실감이 없어서 감자가 떠났다는 사실을 회피한 것 같다"라며 어느덧 감자를 보낸 지 2년이 됐다고 전했다. 오 박사는 반려동물과 이별 후 앓는 정신적 후유증인 펫로스 증후군을 언급, "가족을 잃었다고 생각하기에 가족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과 같다"라고 짚었다.
|
구혜선은 감자를 잃은 것에 대해 "어떤 느낌인지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더라"라고 말했고 오 박사는 "감자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는 부분이 걱정된다. 본인의 방식과 더불어 소중한 사람들과도 이런 얘기를 나눠야 한다. 아무하고 얘기할 수 없겠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며 인간관계에 대해 물었다.
구혜선은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냐"는 질문에 "그냥 친구는 없다. 무리 짓는 걸 안 좋아해서 저는 인간관계를 1:1로 맺는다. 슬픈 일을 친구에게 얘기하면 마음이 안 편하다. 털어놓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힘들 때 못 기대는 편"이라면서 "제게 친구란 비밀이 지켜져야 하는 사이다. 이성을 사귀는 기준은 높지 않은데 친구의 기준은 되게 높다"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오 박사는 "'왜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는걸까'에 대해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들었다. 예민한 질문인데 해야될 것 같다"라며 구혜선이 감독, 작가, 화가 등 N잡러로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고 구혜선은 "부질없는 많은 일을 하는 것 같고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을 때,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무게가 무겁지만 살아갈 힘이 되어 계속 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
구혜선이 "학생 신분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그 과정이) 배운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다"라고 덧붙이자 오 박사는 "학생 포지션에 있을 때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고 그걸 잘 해낸다. 근데 '대가' 타이틀을 금방 달아버린다. 학생 포지션에서 배운 걸 실전에 적용할 때 바로 화가, 작곡가가 붙어버리는 거다. 사회에서 이건 잘 안 받아들인다"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구혜선은 "저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스스로 그 타이틀을 붙였다기보다는 그 일을 하는 것에 적당한 말이 없으니 기자 분들이 타이틀을 붙여주신 것"이라면서 "한 번도 직업란에 스스로 배우, 화가 등 타이틀로 써본 적 없다. 가장 나이고 죄책감 느끼지 않고 자부할 수 있는 위치가 학생이었다"라고 정리했다. 또 40세에 대학 졸업한 이유에 대해 "요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가장 많이 한다. 왜 이제 학교를 졸업했냐는 반응들이 있는데 말을 못 하겠더라. '내 마음을 얘기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냥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고 선물해주고 싶었다"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오 박사는 "마음의 짐을 덜고 증명하려 들지 않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joyjoy9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