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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국민적 인기를 끈 드라마를 리메이크도 아닌, 프리퀄로 다시 선보이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특히 아무리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도, 극 중 가장 사랑받은 인물을 새롭게 연기한다는 것은 더더욱 부담일 터다. 이 어려운 일을 배우 이제훈이 해냈다. '젊은 최불암'의 재탄생으로 호평이 이어지는 상황, 본지가 이제훈을 만나 '수사반장 1958'과 '박 반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제훈은 "작년 7월부터 촬영 기간이 8개월 정도 됐다. 그 중간에 한 달이 비는데, 갑작스럽게 아프게 됐었다. 촬영을 못 하게 되는 기간이 있었는데, 저한테 있어서는 작품 중에서는 제일 길었다. 막상 방송되니 10부작이 짧게 느껴지더라. 유독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등장인물도 많고, 고생하면서 찍은 장면도 많았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렀나라는 감정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16부작은 됐으면 보여드릴 것도 많고, 사건에 대한 내용이나 등장인물들 사연을 녹여서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이 드라마를 완성도 있게 잘 만들고자 선택과 집중한 게 있었다.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잘 마무리된 것 같다는 마음은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느꼈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시청자분들이 관심이 많으셨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작품을 기억하시는 어르신분들이 많지 않느냐. 방송을 매 회차마다 집에서 자세하게 지켜봤다. 끝날 때마다 가족들이 옛날이야기를 해주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저보다 당시를 사셨던 분들이 향수에 젖었을 수도 있고,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겠더라, 힘들고 아픈 사건들이 많았던 때가 아니냐. 현재와 또 비교하면서, 다양한 세대가 보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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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대신 '그대 그리고 나'를 보고 선생님 존재감을 물씬 느꼈었다. 그런데 주변 어르신들이나 가족들 이야기 들어보면, 다 '박 반장님'이라고 하시더라. '살인의 추억'에서 잠깐 나왔지만, '수사반장' 오프닝 노래가 나오면서 다들 신나 하셔서 '어떤 드라마지?'라고 궁금했었다. 엄청난 드라마더라. 그런데 프리퀄이 만들어진다니, 개인적으로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 한 분들이 많겠다는 기대감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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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신경 쓴 점으로 "처음에는 따라 하기였다. 선생님의 표정, 목소리, 말투 등을 따라 하면서, 이 사람을 내 안으로 받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최불암 선생님 영혼을 빼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다보니 표현에 있어서 매몰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계속해서 스스로 헛도는 고민이 굉장히 들면서, 선생님이 전에 나온 드라마나 지금 하고 계시는 광고나 '한국인의 밥상'도 찾아봤다. '수사반장'의 박반장은 냉철하면서도 휴머니즘이 있었다. 그런데 최불암 시리즈에서는 코믹한 모습을 보면서 '아, 이게 다 대중이 생각하는 최불암 선생님의 모습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생각을 확장하게 됐다.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봐주셨는지 피드백은 못 받았지만, 선생님의 마음이나 정신을 닮아가려고 이야기도 많이 듣고, 용기 내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최불암이 어떤 조언을 해줬을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긴다. 이제훈은 극 말미 노인이 된 박영한(최불암)의 손자 박준서를 연기한 당시를 떠올렸다.
"마지막에 손자 역할로 선생님을 대하는데, 마음이 너무 뭉클했다. 실제 할아버지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할아버지를 어떻게 대하고 인사를 드릴지에 대한 어색함이 있었다. 선생님을 보자마자 '실제 할아버지가 계신다면 이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 대한 감정이 느껴졌다. 대본에 쓰여있지는 않았지만, 헤어지지만 안아드리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했다. 당황하실 수도 있는데, 선생님께서 '너무 좋다, 너무 잘한 것 같다, 준서와 영환의 관계를 짧지만 잘 한 것 같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래서 뿌듯했다. 슈퍼마켓에서 손자 준서가 범인을 잡지 못하는 것을 토로할 때, 친손자처럼 바라봐 주셨다. 촬영인지,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렸다. 실제로 선생님과 편안하게 연기하면서, 상처를 치료 받은 것 같다."
그러면서 최불암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제훈은 "박영환의 촌놈 시절부터 양복 입은 모습까지 보시면서, 선생님이 '나는 너무 좋은 것 같다. 잘해줘서 고맙다'고 하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제가 이 작품을 하는 것에 있어, 국민 배우인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는데, 그 마음을 귀엽게 봐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할 따름이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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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