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작은 몸 콤플렉스→장점으로 승화"…'비상선언' 임시완, '맑은 눈의 빌런'이 되기까지(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08-08 10:53 | 최종수정 2022-08-08 12:2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맑은 눈의 광인' '돌아버린 눈빛'으로 올해 가장 강렬한 변신에 나선 배우 임시완(34). 충무로 기라성같은 선배들의 마음도 사르륵 녹이는 '열정 만렙' 임시완의 무한 도전은 계속된다.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 MAGNUM 9 제작)에서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공항에 온 승객 진석을 연기한 임시완. 그가 8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비상선언'에 출연한 이유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외계+인'(최동훈 감독) '한산: 용의 출현'(김한민 감독)에 이어 올여름 텐트폴 세 번째 주자로 관객을 찾은 '비상선언'은 국내 최초 항공 재난 영화를 소재로 한 '비상선언'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 앞에 선 사람들 각각의 감정과 드라마를 담았다. 이미 이륙한 비행기라는, 어디로도 탈출할 수 없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한 혼돈의 상황 속 불가피한 재난을 마주한 인간의 면면을 조망한 '비상선언'은 관객들에게 지나온 시간에 대한 공감과 위로, 그리고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숭고한 선택에 대한 의미를 전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 것. 지금껏 보여왔던 수많은 재난물과 다른 결의 장르적 재미를 선사, 항공 재난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비상선언'은 지난 3일 개봉해 4일 만에 100만 기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특히 '비상선언'은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임시완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시선이 쏠린다. 앞서 '변호인'(13, 양우석 감독)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17, 변성현 감독) 등을 통해 일찌감치 연기력을 인정받은 임시완은 '비상선언'에서 등장부터 시선을 압도하는 열연을 펼쳤다. 인천공항을 배회하며 승객이 가장 많은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문의를 하던 진석을 연기한 임시완. 영화 내내 긴장감을 유발한 그는 재혁(이병헌)의 딸(김보민)이 자신의 비밀스러운 행동을 지켜본 것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이유로 재혁이 탑승한 비행기에 동행, 생화학 테러를 일으키는 빌런으로 전반부 스토리를 이끌었다. 천진한 얼굴로 승객들과 한 판 게임을 즐기는 듯한 섬뜩함을 자아낸 임시완은 그동안 본 적 없는 파격 변신, 올해 스크린에 등판한 가장 강력한 빌런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첫 악역 도전에 나선 임시완은 "'비상선언'은 제일 먼저 진석이라는 캐릭터의 서사가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기를 할 때 당위성을 찾아왔다. 당위성이 흐릿하면 캐릭터를 찾기 어렵더라. 그런데 진석은 당위성이 아예 없더라. 완전 백지가 됐다. 그런데 또 반대로 그 백지를 마음대로 채울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더라. 혼자 스스로 진석의 서사를 만들어가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시나리오는 처음 봤을 때부터 지극히 개인적으로 읽은 것 같다. 오롯하게 진석 위주로 시나리오를 봤다. 진석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많은 부담도 있었지만 부담과 동시에 기대감도 있었다. 연기를 하면서 폭넓게 다양하게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물론 영화 전체의 스토리가 진석을 표현하기에 급급한, 당장 급한 미션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비상선언'의 중요한 서사였던 임시완. 나름의 고충도 컸다. 그는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 악역을 악역이라 하지 못했다. 인터뷰와 공개 석상에서 내가 있어야 하는 스케줄이 있었다. 그곳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없었고 과연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압박이 컸다"고 웃지 못할 고충을 털어놨다.

또한 임시완은 영화 속 진석의 소름 끼치는 표정 연기에 대해 "따로 준비한 표정은 아니다. 어떠한 감정이 수반돼 표출된 것 같다. 그런 진석의 감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정상이 아닌 범주의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정상이지 않다'라고 접근하는 순간 모순이 생긴다고 여겼다. 진석에게 스스로는 숭고한 실험 정신이 있었던 것 같다. 실험 정신을 가지고 하나씩 진행이 될 때 쾌감이 상대에겐 너무 비정상적이고 서늘한 느낌을 줬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관객은 온라인상에서 '비상선언' 속 임시완에 대해 '맑은 눈의 광인' '돌아버린 눈빛' 등 악역으로서 최고의 호평을 쏟아내고 있는 중. 이와 관련해 임시완은 "오랜만에 영화를 통해 관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았나? 오프라인에서 실제 관객과 만나 반응을 느끼니까 정말 다르더라. 피부로 와닿는 기분이었다. 그게 영화에 있어서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며 "'눈이 돌아있다'라는 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칭찬으로 생각한다. 평상시에 돌아있는 눈빛은 없다. 조명 탓에 좀 더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악역 이미지 굳히기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었다. 만약 굳혀져서 악역 제의만 들어온다고 하면 다른 역할이 들어올 때까지 연기를 쉬어야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다른 역할을 주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더불어 "사실 진석이라는 빌런 연기로 대리만족할 수 없었다. 일반적인 범주 속에서 공감대가 생기지 않는 캐릭터다. 대리만족의 범주를 많이 벗어난 것 같다. 다만 연기적으로 해방감은 느낀 것 같다. 악역 자체가 배우로서는 축복이라고 하더라. 이번 작품으로 자유로움을 느꼈다. 내 상상만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 그래서 연기로서 해방감을 느끼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진 섬뜩함을 '비상선언'으로 드러낸 임시완.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한 그는 "나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살이 빠져서 체구가 더 작아 보인다. 그래서 몸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하고 실제로 작은 체구가 내겐 콤플렉스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평범한 것의 범주를 넘어서는 게 콤플렉스이지 않나? 대신 나는 그걸 역으로 이용, 반대 캐릭터로 조합을 시키면 이질적인 생경함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안목이 좋은 감독들이 나의 이런 지점을 역으로 이용해 의외성이 생기는 것 같다. 이러한 의외성이 내게 있어서 잘 작용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비상선언'을 통해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국보급 배우들과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것 또한 임시완에게 특별한 추억이 됐다. 임시완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 큰 영광이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단한 선배들과 같이한다는 게 나에게 있어서 엄청난 경험이었다"며 "아마 배우로서는 한 번쯤 상상해 볼 법한 그런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엄청난 기회를 갖게 돼 스스로도 대단하다 생각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꿈같은 이야기 같기도 했다. 실제로 모든 선배와 연기 합을 맞출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이병헌 선배와 첫 호흡 그 자체가 뜻깊었다. 대단한 선배와 호흡을 맞춘다는 생경함도 들었다. 첫 호흡을 맞춘 날도 기억이 난다. 내게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답했다.

이병헌과 첫 만남에 "2년 전 인천공항에서 촬영한 신에서 이병헌 선배를 처음 봤다. 이병헌 선배에게 '어디 가세요?'라고 물어보는 신이었다. 선망하는 연예인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스크린에서만 보다 실제 만나 대화까지 할 수 있는 그 느낌이 너무 생경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송강호를 향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임시완은 송강호와 '변호인'을 통해 첫 호흡을 맞추고 '비상선언'으로 재회했다. 실제로 송강호는 '비상선언' 인터뷰 당시 "'범죄도시2'(이상용 감독)에 손석구가 있다면 '비상선언'에는 임시완이 있다"라는 극찬을 쏟아내기도. 임시완은 "'범죄도시2'를 봤는데 손석구 선배의 연기에 내 연기는 감히 비교선상에 놓을 수 없더라. 아마 송강호 선배는 칭찬의 의도로 말해준 것 같다. 감사하다고 문자 보냈고 여러 번 연락하기도 했다. 송강호 선배는 무대인사 때도 낯부끄럽게 내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며 "이번에는 송강호 선배와 마주치는 장면이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촬영하던 날 응원차 현장에 와주셨다. 그때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런 칭찬들이 실제로 내게 힘이 많이 됐다. 배우는 칭찬을 들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실제로 칭찬에 목마른 사람이기도 하다. 무려 내가 생각하기에 세계에서 잘하는 분이라고 손꼽히는 분이 연기에 대해 칭찬을 해준다는 게 내게 정말 더 큰 의미가 있다. 뿌듯함도 있다. 그 원동력으로 촬영장도 나갔다"고 마음을 전했다.


2012년 방영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이후 어느덧 연기 10년 차를 맞은 임시완은 "10년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큰 부담인 것 같다. 10년이라는 걸 생각해 봤을 때 한 것에 비해 시간이 빠르다는 느낌이 크다. 아직 해야 할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다. 나는 기본이 없다. '연기는 무엇일까?'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개인적으로 연기 경력을 따지고 싶지 않고 외면하고 싶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이 출연하고 '더 킹' '관상' '우아한 세계'의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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