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올 한 해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언제 이 상황이 종식될지는 미지수다. 내년에도 상당 기간 여파를 미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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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된 관계, 이를 이어주는 것은 온라인이었고 그 중심에는 게임이 있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앱애니가 이달 초 발표한 1월부터 11월까지의 자료에 따르면 예상대로 올해 모바일게임 소비자 지출은 810억 달러(약 89조 3800억원)로, 전년 대비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다운로드도 530억회로, 역시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모두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카테고리는 단연 게임이었다. 모바일 앱 전체 매출에서 게임은 72.32%를 차지, 절대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최고의 호황과 재평가를 받은 게임업계였지만 '빛'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재택 근무가 잦은 상황에서 개발 일정은 연기되고 사업, 마케팅 계획들은 대부분 취소가 되면서 신작 출시는 계속 늦춰져 활기를 잃었다. 그나마 클라우드나 보안 시스템 등이 잘 갖춰져 있으며, 라이브를 하고 있는 게임이 다양한 대형 게임사들의 경우 발빠른 업데이트를 통해 매출을 끌어모은 반면 이를 구비하지 못한 중소게임사들은 업데이트 속도도 뒤쳐지고 근무 환경에도 큰 차이를 보이며 별다른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양극화만 더욱 부각됐을 뿐이다. 게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PC방을 비롯해 VR방과 아케이드 게임장 등 오프라인 시설의 경우 휴업을 반복하며 폐업이 속출하는 등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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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적인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이제 미래가 아닌 현실 그 자체가 됐다.
게임산업계는 개발은 물론 사업과 마케팅, 심지어 유저 간담회까지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나마 게임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것이기에, 유저들도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표적인 행사는 게임 전시회였다. 지난 11월 실시된 한국의 대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0'은 부산 벡스코 현장에 영상을 시연하고 토크쇼, 코스프레 경연 등을 가질 수 있는 무대가 설치됐을 뿐, 모든 콘텐츠를 온라인 방송으로 중계되는 이른바 온택트 행사로 열렸다. 당연히 벡스코 앞에 늘어섰던 관람객의 행렬은 온라인으로 편입됐다. 분명 낯선 풍경이었지만, '지스타TV'를 통해 행사를 지켜본 고유 시청자수가 85만명에 이르며 나름의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비즈니스 미팅 역시 온라인으로 열리면서 예년보다 참가사가 늘어난 것도 또 하나의 성과였다. 그나마 지스타는 연말에 열리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대비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E3나 GDC 등 글로벌 게임 행사들은 취소를 선택해야 했고 게임스컴이나 TGS 등은 제한적인 온라인 전시회로 치러졌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유저들을 직접 만나 대표적인 신작 발표 기회를 얻지 못한 게임사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년에도 상황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오프라인 전시회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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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도 다른 스포츠와 같이 일정 소화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온라인상에서 실시할 수 있는 특성을 충분히 활용해 큰 무리없이 국내외에서 시즌을 치러냈다. 무관중으로 경기장에 모이거나 혹은 이마저 힘들어질 경우 팀별 연습실에서 랜선으로 얼마든 경기를 열었다는 면에서 시즌 단축이나 중단까지 겪어야 했던 여타 스포츠와는 큰 대비를 이뤘다. 특히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e스포츠는 충분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재평가를 받았다.
또 이달 중순 e스포츠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최종 채택되면서, 정식 스포츠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위상도 한층 제고됐다. 기존 레거시 스포츠를 제치고 e스포츠가 전세계 10~20대층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로 부상했기에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코로나19라는 예측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e스포츠의 가능성에 특히 주목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내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경우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전환돼 첫 선을 보이게 되면서 수익성 면에서도 여타 다른 프로 스포츠와는 차별화된 결과를 보여줄지도 관심사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종목의 세계 최고 대회인 롤드컵에서 한국이 3년만에 우승컵을 되찾아온 것도 내년 기대감을 높이는 호재였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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