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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박민영을 향한 서강준의 심쿵 취중진담이 안방극장을 기분 좋은 두근거림으로 가득 채웠다.
새해 첫 독서회에서 겨울하면 생각나는 구절을 나누던 회원들.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라는 정호승의 '술 한 잔'이라는 시는 바쁘고 치열하게 사느라 마음 한편에 깊은 외로움이 도사리고 있던 해원에게 담담한 위로를 전했다. 난로에 구운 귤 하나를 가지고도 세상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따뜻한 사람들을 보며, 얼어붙은 해원의 얼굴에도 드디어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닫혀있던 해원의 마음의 빗장이 조금씩 열렸던 탓일까. 해원은 은섭에게 "옆집에 살면서도 전혀 친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는 친구의 말을 전하며, 아주 조금이지만 은섭의 기억이 떠오른다며 다가갔다.
은섭은 달랐다. 해원이 서울에서 혜천고로 전학 온 그날부터, 음악을 잘 한다는 이유로 수업 시간에 불려나와 피아노를 연주했던 순간까지, 10년 전 그 시절 은섭의 노트를 채우고 있었다. 그의 기억 속엔 오로지 해원만이 담겨있었다. 조금은 서운했던 그날, 은섭은 해원이 그때 연주했던 피아노곡을 들으며 잠들었다.
전학 온 첫날, 낯선 공간에서 누구보다 어색해하고 있는 해원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먼저 다가온 건 보영이었다. 그 후로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을 정도로 절친이 됐지만, 보영은 한순간에 해원의 엄마가 남편을 죽인 살인자라는 비밀을 전교에 소문 낸 주범이 돼있었다. 친했던 만큼 배신감과 상처도 컸던 해원은 그 날의 일을 떠올리며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린 회상을 마친 해원의 앞에는 어느새 술에 취해 비몽사몽한 은섭이 있었다. 맥주 두 캔에 취한 은섭이 귀여워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던 해원. 순간 "네가 와서 정말 좋아"라는 은섭의 취중진담에 방심했던 해원의 가슴이 두근댔다. 심장이 말랑말랑해지는 두 사람의 밤은 그렇게 천천히 지나갔다.
다음날 평소보다 더 화장에 신경을 쓰고 일찍 책방으로 간 해원. 맥주 두 캔에 취한 은섭을 놀리며 화기애애한 두 사람 앞에 보영이 나타났고, 북현리를 적시던 장대비처럼 해원의 마음에도 폭풍우가 쏟아져 내렸다.
'날찾아' 매주 월, 화 밤 9시 30분 JTBC 방송.
jyn20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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