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배우 김혜수가 33년여의 지난 배우 인생을 차분하면서도 냉정하게 돌아봤다.
'매혹, 김혜수'는 1986년 데뷔 이래 배우 인생 34년차를 맞이한 김혜수를 돌아보는 특별전이다. 주최 측은 김혜수에 대해 "매혹이라는 의미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사람, 한국 영화와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라며 "언제나 한국 영화의 최전선에 있었고, 안주하지 않고 변신을 거듭하며 관객들을 매혹시켜왔다"고 소개했다. 데뷔 이후 줄곧 한국 영화 대표 배우로 활약해온 김혜수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김혜수에 대해 "'마성'과 '순수'라는 2개의 블랙홀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매순간 '매혹'하는 배우"라는 소개도 덧붙였다.
김혜수는 "이번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제가 영화와 함께 성장해왔음을 새삼 깨달았다. 저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지 못했는데, 지난 33년간의 궤적을 찬찬히 짚어보고 복기하는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첫 인사를 건넸다.
|
김혜수는 "좀더 가치있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을 저 역시 꿈꾸고 있다"면서 "배우로서 영화인으로서, 성별과 다양성을 넘어선 존재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배역이라면 앞으로도 도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배우로서의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 어린 나이에 우연히 시작했다. 스스로를 배우로 자각한 건 20대를 넘어선 뒤"라며 "매번 나 자신의 미흡합, 재능 부족을 느낀다. 작품을 통해 이를 재확인한다"는 남다른 속내도 고백했다.
하지만 김혜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고픈 욕망이 저를 지금까지 이끌어왔다. 배우는 제 일이자 직업이자 제 삶의 일부다. 운명으로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
특히 애정이 가는 작품으로는 흥행작을 제외한다는 전제 하에 '이층의 악당'을 꼽았다. 김혜수는 "촬영 준비나 과정이 제작 규모와 영화 성격에 맞게 컴팩트했고, 코미디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기회였다. 한석규 선배와의 재회도 기뻤다"고 회상했다.
김혜수는 후배 배우들이 앞다투어 '롤모델'로 꼽는 배우다. 이에 대해 김혜수는 "엄청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저는 후배들이 생각하는 만큼 괜찮고 갖춘 선배가 아니다.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긍정적이기보다 낙천적이고 느슨하다. 무디고 둔하다. 영화인으로서 약점이다. 배우는 이면의 섬세함을 잡아내는 직업"이라면서 "내가 알아야하는 것을 놓칠까봐 항상 두렵다"고 자평했다.
배우로서의 자세에 대해서는 '건강한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김혜수는 "김혜자 선생님을 비롯해 이름을 거론하기 힘든 선배들을 접할 때면, 제가 가질 수도 없는 엄청난 통찰력, 직관, 깊이와 더불어 순수함이 강하게 느낀다"면서 "저도 그런 순수함을 잃지 않고 지키고 유지하려고 노력중"이라고 강조했다.
|
이어 "요즘 대형 상영관이 많아지고, 영화 구조가 기업화되면서 한국에서도 스케일이 크고 상업적 폭발력이 있는 영화들이 나온다"면서도 "그러다보니 작은 영화, 소수의 취향을 대변하는 영상물들이 묻히는 것 같다. 숫자적으로 줄어든다기보다, 묻히게 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영화인도, 언론인들도 함께 고민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혜수는 "질문을 듣고 '매드 맥스'가 생각났다"면서 "눈부신 기술력의 발전 속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게 중요하다. 미래의 가보지 못한 환경이나 인물들 속에서도 영화 고유의 특징이나 기법에 집중하는 영화를 한국에서도 기대해볼만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매혹, 김혜수'에서는 김혜수의 영화 인생 33년을 응축해서 보여주는 대표작들이 상영된다. 김혜수 자신이 직접 선정한 대표작 10편은 '첫사랑', '타짜', '열한번째 엄마', '바람피기 좋은 날', '모던보이', '이층의 악당', '도둑들'. '차이나타운', '굿바이 싱글', '국가부도의 날'이다.
27일 개막한 제 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오는 7월 7일 막을 내린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