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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칸 황금종려상 그 후"…곽신애 대표, 봉준호 '기생충'의 추억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6-17 16:34


17일 영화 '기생충'의 제작자 곽신애 대표가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6.1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기자 생활 애정하던 신인 감독 봉준호였는데, 20년간 간직한 팬심을 '기생충'으로 이뤘네요. 하하."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희비극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제작). 봉준호 감독이 '마더'(09) 이후 10년 만에 한국영화로 컴백한 작품이자 '옥자'(17) 이후 2년 만에 신작, 그리고 지난달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 황금종려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매 작품 통념을 깨는 동시에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관객들과 언론·평단을 사로잡은, 한국의 대표 감독 봉준호. 이런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연출작인 '기생충'은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잘 녹아난 것은 물론 한국 사회를 넘어 전 세계가 처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날카로운 메시지로 꿰뚫어 신랄하게 담았다. 이런 이유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얻은 올해 최고의 작품 '기생충'은 영화인들에겐 꿈의 무대와도 같은 칸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고 이는 한국영화 100년사(史)를 뒤흔든 사건으로 역사의 한 획을 긋게 됐다. 그리고 역사의 중심에는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탄탄한 연출도 연출이지만 '기생충'의 처음과 끝을 모두 도맡아 진두지휘한 제작자 곽신애(51)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의 피땀눈물도 담겨있다.


스포츠조선과 만난 곽신애 대표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절대 나 혼자 잘해서 받은 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황금종려상은 전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수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뿐만이 아니라 '기생충'이란 영화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모두의 수고와 노력이 깃든 수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제작자로 내 이름이 '기생충'의 크레딧에 오를 수 있는 것도, 내가 두 번째로 메인 제작한 작품이 이렇게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가장 큰 상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며 "보통 좋은 일이 한꺼번에 오면 훗날 불행이 찾아오지 않나? 모든 사람에게는 똑같은 행운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지금은 약간 무서운 기분이 들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큰 행복이 내게 찾아와도 되나 싶을 정도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누르려고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곽경택 감독의 친동생, 정지우 감독의 아내로 이미 업계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곽신애 대표. '충무로 스타패밀리'로 유명한 곽신애 대표는 1990년대 영화 전문 월간지 'KINO(키노)'의 기자로 활동, 이후 영화 홍보대행사 '바른생활' 대표, 영화제작사 청년필름 기획마케팅 실장, 영화제작사 엘 제이필름·신씨네 기획마케팅 이사를 거쳐 2010년부터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으로 활동했고 이후 2013년 바른손필름을 이끄는 대표로 선임, 지금의 바른손이앤에이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수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제작자로서 본격적으로 메인 타이틀을 올린 첫 작품 '가려진 시간'(16, 엄태화 감독)에 이어 '기생충'은 곽신애 대표의 두 번째 메인 제작 작품. 두 번째 작품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영예를 안았고 국내에서만 834만명(16일 기준)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전 세계 192개국(현재 4개국과 추가 판매 논의 중)에 '기생충'을 판매, 한국영화 역대 세계 판매 1위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곽신애 대표. 들뜬 마음을 누르는 데 도움을 주 는건 다름 아닌 오빠인 곽경택 감독과 남편 정지우 감독이었다. 곽신애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 많은 축하를 받았는데 그중 오빠와 남편의 서로 다른 반응이 정말 인상 깊었다"며 "오빠의 경우 내게 '네가 20여년 동안 영화계에서 열심히 살아온 것, 세월에 대한 보상과 격려다'며 축하했고 남편은 '이번 수상이 당신의 인생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로 남길 바란다. 분명 좋은 일이지만 이 또한 과거가 될 것이고 좋은 거름으로 삼고 더욱 열심히 영화를 만들라'고 했다. 오빠는 내 과거 영화 인생을 곱씹어 축하를 해줬고 남편은 미래 영화 인생을 염두에 둬서 조언해줬다"고 밝혔다.


90년대 영화 전문 월간지를 대표한 'KINO 99호(마지막 발행).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대표는 KINO 인터뷰를 장식한 것으로 인연을 시작, 서로를 기억했다..
곽신애 대표는 봉준호 감독과 인연에 대해 "봉준호 감독과 깊은 인연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KINO 기자로 일했을 때 나 역시 사회 초년생이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류승완 감독, 장준환 감독 등 그 시대 막 이름을 알리던 감독들이었다. 특히 KINO에서도 기자들이 각각 좋아하고 애정하는 감독들이 있었는데 봉준호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감독이었다. 일명 '키노가 사랑하는 감독들' 중 한 명이었던 것"이라며 "그렇게 나 혼자 좋아하던 감독이었고 영화 마케팅, 제작으로 일을 옮기면서 알음알음 알게 됐다. 서로가 아는 사람들을 통해 소개를 받았고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이로 20년을 넘게 보냈다. 정말 정확히 인연을 맺은 건 '기생충'이 처음이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이 '마더' 제작을 바른손이앤에이와 함께했다. 그 당시엔 내가 바른손이앤에이에서 일하기 전이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함께하게 됐다. 봉준호 감독이 15장 분량의 '기생충' 시놉시스를 보여준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며 시놉시스를 줬는데 단 15장만으로도 좋았다. 그냥 시작부터 끝까지 좋았다. 물론 팬심에서 생긴 작품에 대한 호감도도 높았겠지만 '기생충'이라는 발상부터가 신기했다. 마치 '기생충' 속 기정(박소담)이 연교(조여정)에게 '어머니, 저와 함께 이 검은 상자를 열어보시겠어요?'라고 말하는 기분이었다. 20년 팬심이 '기생충'이란 작품으로 완성된 것이다. 성공한 덕후인 셈이다"고 고백했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향한 신드롬은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제66회 시드니국제영화제에서 시드니 필름 프라이즈(최우수작품상)를 수상했고 지난 5일 프랑스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첫 주 25만명을 동원, 역대 프랑스 개봉 한국 영화 중 최고 스코어를 기록한 '설국열차'(13, 봉준호 감독)의 개봉주 스코어(23만명)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이러한 호평에 힘입어 오는 10월 북미 개봉을 확정한 '기생충'은 이제 내년 2월 열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겨냥할 예정이다.

곽신애 대표는 "해외에서도 반응이 정말 좋다. 한국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전 세계에 직면한 문제라는 걸 증명하는 작품이다. 현재 '기생충'은 192개국에서 판매돼 공개될 예정이다. 각 나라의 관객이 '기생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할지 너무 궁금하다. 현재 192개국 외에도 4개국과 판매를 논의 중인 단계다. 한국영화로는 최다 판매 기록이 될 것 같다"며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서도 "아카데미 시상식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국내 매체들과 외신, 해외 배급팀으로부터 유력한 후보로 회자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단 10월 미국 개봉을 시작하는데 어떤 평을 받을지 궁금하다"고 웃었다.


'기생충'은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이 가세했고 '옥자' '설국열차' '마더'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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