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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참으로 시의적절한 삑사리(노래를 부를 때 흔히 고음에서 음정이 어긋나거나 잡소리가 섞이는 경우를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다!"
'마더'(09) 이후 10년 만의 한국 컴백작인 '기생충'(바른손이앤에이 제작)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 황금종려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흔들림 없는 자신만의 연출 철학을 밝혔다.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기생충'은 칸영화제 상영 직전 봉준호 감독이 직접 스포일러 당부를 담은 편지를 공개해 눈길을 끈 작품이기도 하다.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 역시 봉준호 감독의 스포일러 우려를 의식하며 "'기생충'을 본 관객이 500만명이 넘었는데 아직 스포일러가 퍼지지 않았다"고 놀라워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도와주는 기자, 관객들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이 크다. 우리가 열심히 호소한다고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닌데 이렇게 다들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줘서 감사하다"고 작품을 대신해 인사를 전했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은 제작보고회 때부터 '기생충'을 두고 "굉장히 이상한 영화다"고 자평한 것에 대해 "흔히 영화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를 다룰 때 쉽게 떠오르는 이야기의 틀 같은 것들이 있다. '기생충'은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그런 모든 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예측 불가능한 면들이 보였다. 그래서 이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부자가 착하기까지 하다"라는 '기생충' 속 대사에 대해 "실제 우리 현실에서 삶은 거칠게 일반화시키기가 쉽지 않은 여러 가지 양상들이 있다. 영화들에서 거친 일반화일지 모르겠지만 악당으로서의 부자, 탐욕스럽고 욕심 많고 요즘 말로 변하면 갑질을 한다는 부자가 있고 돈 없고 힘이 없지만 착하고 가난한 자들끼리 뭉치고 연대하는 구조를 많이 봤다. '기생충'은 더 복잡미묘한 측면이 있다. 부자건 가난한 쪽이건 더 복잡 미묘한 레이어들이 겹쳐져 있어서 그게 우리 현실과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기생충'의 의미를 전했다.
'설국열차'(13)와 '기생충'의 비교도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세계관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장르의 차이다. '설국열차'는 강력한 SF 액션 영화다. 기차라는 구조가 일직선의 구조를 가난한 칸에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 칸을 향해 돌파하는 굵은 직선의 느낌이다. '기생충'은 여러 개의 얇은 겹들이 미묘하게 겹쳐져 있는 그런 영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삑사리'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 유명 영화 전문지 까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ema)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을 '삑사리의 예술'이라 평한 바 있다.
그는 "까이에 뒤 시네마에서 내가 농담처럼 한 말이 기사 제목으로 나가면서 화제가 됐다. 맥락으로 말하자면 헛발질하거나 굴러떨어지거나 예상치 못했던 돌발적인 요소들을 삑사리의 예술이라는 스타일로 만들어진 것 같다. '기생충'을 본 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가 시작한 뒤 1시간 10분께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 자리에서 이야기 할 수 없는 사건이 거대한 삑사리의 모멘트와 같다"며 스포일러를 피해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수상에 대한 소회도 빼놓지 않았다. 집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가진 한국의 유일한 감독이 된 봉준호 감독. 그는 국내 인터뷰를 통해 "칸은 과거가 됐다"며 덤덤한 소회를 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생각은 변치 않았다는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받은 당일 날은 마음껏 즐겼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황금종려상 수상 다음날 귀국하면서 바로 시나리오를 썼다. 다음 작품 준비를 빨리해야 한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무척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룬 작품과 미국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고 차기작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왕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짜 왕관은 10년 뒤, 20년 뒤 한 번 써볼 일이 있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뉴스룸'을 방문해 '기생충'과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한 의미, 소감을 전한 봉준호 감독. 연출에 대한, '기생충'을 향한 확고한 연출 소신과 자신감은 또 한 번 관객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다.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의 말처럼 참으로 시의적절한 인터뷰였다.
물론 한국 감독으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헹가래의 시간을 보냄과 동시에 과거에 진행한 '마더' 인터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속앓이를 해야 했던 봉준호 감독은 이번 한 주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만은 아니었을 것. 과거 '옥자'(17) 개봉 당시 넷플릭스 플랫폼과 극장 간의 대립으로 맘고생을 해야 했고 이번 '기생충'은 과거 인터뷰 논란으로 곤욕을 치러야만 했던 봉준호 감독이다. 어쩌면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삶을 영화에 투영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봉준호 감독이 매 작품 보여주는 예상치 못한 순간의 연속, 즉 삑사리의 예술은 곧 그의 삶이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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