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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완전히 달랐던 연교"…조여정, '기생충'으로 보여준 새로운 얼굴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5-30 15:32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배우 조여정이 '기생충'을 통해 관객에게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였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전 세계 영화인들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바른손이엔티 제작). 극중 글로벌 IT기업의 CEO 박사장네 순진하고 심플한 사모님 연교 역을 맡은 조여정이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방자전'(2010, 김대우 감독), '후궁: 제왕의 첩'(2012, 김대승 감독) 등의 작품에서 관능적이면서도 섬세한 캐릭터를 완벽히 연기한데 이어, '인간중독'(2014, 김대우 감독)에서 톡톡 튀는 매력과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조여정. 그가 봉준호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기생충'을 통해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연교는 글로벌 IT CEO 박사장(이선균)의 아내. 아이들의 교육과 고용인 채용 관리 등 가정일을 전적으로 맡아 책임지고 있는 그는 첫째 딸의 과외 선생님으로 전원 백수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을 집안으로 들이게 된다. 조여정은 연교 특유의 순수함을 완벽히 연기하며 관객에게 예상하지 못한 순간 웃음을 안길 뿐만 아니라 스토리 전체에 생동감과 탄력을 불어넣는다.

이날 조여정은 "개봉을 앞두고 많이 떨렸는데 칸 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도 있었고 많은 분들이 정말 많이 응원해주셔서 개봉 이후에도 많이 봐주실 거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조여정은 극중 허세스러운 영어 문장을 섞어서 사용하는 연교의 독특한 대사에 대해 "저는 코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는 굉장히 진지하게 연기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애드리브는 없었고 전부 시나리오에 있었다. 그런 대사들이 연교가 어떤 여자인지 바로 보여주는 대사였던 것 같다. 귀여운 정도의 지적 허영심이 드러났던 것 같다"며 "그런 데 잘 보면 연교가 남편 앞에서는 그런 영어를 쓰지 않는다. 선생님들 앞에서는 유능해보이고 싶은 캐릭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연교라는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조여정. "매번 다른 감독님을 만난다는 건, 그 감독님의 인간을 보는 시선에 따라 새로운 내가 발견된다는 거다. 그런 과정이 배우로서 참 재미있다"며 "봉 감독님은 어떤 시선으로 나의 새로움을 꺼낼까 싶어서 흥분되고 신났다. 내 안에 너무 당연하게 있어서 나 조차도 몰랐던 부분들을 연교를 연기하면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 나온 것 같기도 한데, 이게 정말 내 모습이었는지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선균 오빠도 그렇고 소담이도 그렇고 저보고 연교와 너무 닮았다고 하더라. 그럴 때마다 저는 '아니다. 나는 연교와 달리 무지하게 똑 부러진다'고 받아쳤다"며 "제가 이전에는 굉장히 비장하고 어려운 캐릭터를 많이 해서 이런 말들이 참 재미있고 기쁘다"고 전했다.
조여정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 촬영 현장에 대해 "전체 현장을 통솔해야 하는 감독의 고민은 배우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봉 감독님에게서는 그 고민이 전혀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그게 배우의 마음을 얼마나 편안하게 해주는지 모른다. 의도한 게 절대 아니실 텐데도 정말 유쾌한 모습만 보여주신다. 배우가 편안하고 릴렉스 돼야 연기가 잘 나오는데, 정말 감독님은 항상 유쾌하시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가진 자를 악하게, 가지지 못한 자를 선하게만 그리는 것과 달리, '기생충'은 연교를 포함한 가진 자들 또한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이에 대해 조여정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고 가장 좋았던 부분 중 하나도 바로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어느 한쪽의 부분만 비춰졌을 때 선입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다른 한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며 "실제로 현실에도 연교처럼 정말 아무런 의심조차 안하고 사람을 믿고 사는 사람들을 봤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적인 캐릭터라 생각해서 정말 좋았다. 그래서 연교라는 캐릭터를 믿고 연기하는데 어떤 의심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생충'의 연교는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와는 확실히 다른 인물이었다며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은 정말 생각을 많이 했어야 되는 캐릭터다. 하지만 오랜만에 그런 것에서 싹 벗어났다. 오히려 생각을 많이 하면 말을 빨리해야 하는 연교처럼 연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 연기를 하는 게 오히려 새롭고 즐거웠다. 연교는 그냥 듣는 그대로 행동하고 느껴지는 것 그대로 표현하면 됐다"며 즐거워했다.


연교를 연기하면서도 극중 기우(최우식)의 캐릭터에 크게 이입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를 관람했다는 조여정.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나 영화를 봤을 때나 정말 슬픔이 많이 느껴졌다. 그건 제가 이 영화를 기우(최우식)의 맘에 이입해서 봤기 때문 인 것 같다. 우리 시대의 청년으로 표현되는 기우로 영화를 보니까 영화 마지막쯤에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너무 기우에 마음이 가 있어서 연교로서도 결코 기우네 집안 사람들이 밉지도 않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우 최우식의 매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그게 바로 최우식 배우가 가진 매력인 것 같다. 엄청 마음이 간다. 미워할 수도 없고 뭘 해도 사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여정은 남편으로 호흡을 맞춘 이선균에 대해 "오빠는 늘 작업해보고 싶었던 배우였다"며 "오빠가 진짜 여배우들이랑 좋은 작품을 많이 하지 않았나. 여배우들과 케미가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좋은 작품에서 만나게 돼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에서 첫 상영 이후 외국 관객들로부터 8분간의 긴 박수를 받았던 '기생충'. 조여정은 당시를 떠올리며 "같이 박수를 치다보니까 8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로 배우들에게도 서로 박수를 쳐주고 감독님에게도 박수를 쳐주고 의미 있는 시간 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국 관객들의 유머코드까지 정확히 꿰뚫은 '기생충', 그는 "연교가 영어를 자기도 모르게 쓰는 심리를 외국 관객이 완전히 모를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웃음 포인트에서 같이 웃어주시니까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 말했다.

잊지 못할 칸 영화제 참석과 첫 상영, 그리고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까지. 조여정은 "열심히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니까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열심히 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종착지는 아니지만 이런 좋은 날이 있지 않은가. 앞으로 더 힘들어도 더 열심히 해볼만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들어올리던 때를 떠올리며 "얼떨떨했다. 처음에는 정말 얼떨떨했는데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이 좋은 마음으로 귀국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다. 두 분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로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영화 국가대표 같더라. 그리고 봉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이 너무너무 자랑스러웠다"며 "내 영화라는 사실감도 들지 않고 그냥 팬의 마음으로 팬심이 솟구쳤다"고 덧붙였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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