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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tvN '왕이 된 남자'가 8%대 시청률을 유지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래도 아직은 지상파"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쏙 들어갔다. JTBC '눈이 부시게'까지 지상파 월화극의 시청률을 위협하며 이제는 지상파도 '옛말'이 된 상태다.
지상파 드라마와 종편, 케이블의 시청률 집계 기준은 다르지만 지상파 드라마가 시청률에서 우위를 점했다거나, 종편, 케이블 드라마에 밀리지 않았다고는 더 이상 말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시청자들의 반응과 직결되는 화제성 면에서도 지상파 드라마들이 종편과 케이블에 밀려나는 것이 일상이 됐기 때문. 일부 막장 요소를 섞은 드라마를 TV에 방영하며 시청률과 화제성을 일시적으로 올려 놨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상파는 이제 저무는 추세가 돼버렸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11일부터 17일까지 방송 중이거나 예정이던 드라마 25편을 대상으로 뉴스 기사, 블로그/커뮤니티, 동영상, SNS에서 발생한 네티즌 반응을 분석해 19일 발표한 TV화제성 드라마 부문에 따르면 '왕이 된 남자'가 3위에 올랐다. 그러나 같은 날 방송 중인 '해치'는 6위였고 '아이템'은 10위, 그리고 '조들호2'는 10위권 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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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명맥을 잇고 있는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채널을 고정시켰다. 김혜자와 한지민의 열연이 돋보인 '눈이 부시게'나 여진구의 1인 2역으로 화제를 모았던 '왕이 된 남자' 같은 신선한 작품들이 시청자들의 저녁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셈. 두 드라마는 공들인 연출과 진부하지 않은 극본, 소재,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을 때,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지상파 드라마들은 어느 한 구석의 결핍을 호소하며 쇠락하고 있다.
'마의'와 '동이', '이산' 등으로 MBC의 사극 전성기를 만들어냈던 김이영 작가가 집필한 '해치'는 덩덜아 눈이 침침해지는 어두운 화면 구성과 연출 등으로 밤 시간대에 보기엔 부적절한 화면을 만들어냈다. 또 아직도 어색하게 들리는 정일우의 발음이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권율과 정문성 등 배우들이 정확한 발음과 목소리로 대사를 짚어낼 때 들려오는 답답한 목소리 탓에 '해치'는 늘 "시청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월화극 1위"라는 의문의 명예만 안고 방영 중이다.
잡음이 무성한 '조들호2'도 마찬가지. 배우들의 연기력에는 의문이 없지만, 내용은 결국 막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소소한 매력이 돋보였던 시즌1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살인과 악행을 일삼는 이자경(고현정)의 모습만 계속해서 비춰대니 기존 시청층은 떠났고 새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출연진들의 하차로 인해 스토리 역시 중구난방이라는 반응. 에피소드식 구성이기에 작가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제작진의 설명은 공감하겠으나, 문제는 '조들호2'의 색깔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템'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아이템'인 팔찌에서 나오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도, 소재가 신선하다는 것도 알겠으나 주지훈이 인상을 쓰고 힘을 쏟는 등의 열연이 숙연해 보이게 만드는 연출이 문제가 됐다. 내용은 점점 더 재밌어진다는 시청자들의 평가가 이어졌지만, 아직도 '우뢰매'를 보는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평이 있다. 주지훈의 열연을 안타까워보이게 만드는 연속극 수준의 연출이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심지어 사전제작 드라마로 기획됐던 작품이 여전히 촬영 중이라는 미스터리함을 남긴 채 처절하게 종편과 케이블에 당하고 있다.
이제 드라마 왕국이란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지상파다. 초반엔 농담조로 얘기하던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심각해졌다. 한 드라마국 관계자는 "예전엔 좋은 건 지상파 먼저, 그 후에 안되면 케이블 종편에 줬었는데 요즘은 좋은 건 케이블 종편 먼저, 그 후에 안되면 지상파로 가는 방식이다. 그러니 더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이어 "실제로 한 배우는 시놉시스를 주니 '케이블에서 하면 하겠다'고 얘기했었다"고 귀띔하며 지상파 드라마가 몰락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해줬다. 더욱이 최근에는 '킹덤'의 성공 등을 계기로 넷플릭스 드라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제는 더 이상 명작 드라마들이 방송국이라는 플랫폼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이 지속적으로 오고 있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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