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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마약왕'에서는 이두삼(송강호)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1970년대 경제 급성장기의 풍경과 아이러니, 시대와 권력을 직조해 눈길을 끈다. 1970년대 실제 마약 밀매에 대한 자료 조사 내용과 시끄러웠던 당시 사회상과 느낌을 영화에 녹여내는 데에 주력, 약 10년간 이어지는 한 남자의 일대기를 통해 밀도 있게 담아낸 것. 치밀한 구성과 다양한 캐릭터 군상의 촘촘한 케미스트리까지 조화를 이루며 또 하나의 걸작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우민호 감독은 '택시운전사'(17, 장훈 감독) '변호인'(13, 양우석 감독) '괴물'(06, 봉준호 감독) 등 소시민적인 페이소스를 통해 매 작품 10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연기 신(神)' 송강호를 주축으로 조정석, 배두나, 이성민, 김대명, 김소진, 조우진 등 충무로 최고의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키며 진정한 '황금 라인업'의 끝판 왕을 완성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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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약왕'은 실존 사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실제 사건의 사진이 딱 한장이었는데 그래서 이두삼의 집도 그대로 지었다. 부산에서 마약왕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 8명이 들어갔고 당시 경찰은 무장을 하지 않고 수갑을 가져와서 체포하려 했지만 안에서 엽총을 쏘니까 깜짝 놀라서 특공대 35명을 배치해 마약왕을 검거했다고 한다. 이두삼을 연기한 송강호가 바로 실존 인물이다. 유신정권, 독재정권에서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가능했을까?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고 결국 '마약왕'이라는 작품으로 탄생하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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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과 다른 지점의 '마약왕'에 "'마약왕'에 나온 지점들이 싫어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좋아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그런게 화두가 돼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영화는 한 번 보고 두 번 봤을 때 느낌이 다르다. '내부자들' 경우 화법이 직설적이고 '마약왕'은 곳곳에 은유와 상징을 숨겨놨다. 그런 걸 찾아 보면 보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을까 싶다. '내부자들'은 고스란히 던져줬다면 '마약왕'은 밥상을 차려주고 음미하길 바란다. 비단 N차 관람을 노린 것은 아니다. 확실히 '내부자들'과 다른 지점이 있다. 실망할 수는 있는데 나라고 계속 '내부자들'만 할 수 없지 않나. 누군가는 '마약왕'을 보며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고 '내부자들' 보다 더 만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불호 엔딩에 대해 "'마약왕'은 통쾌한 영화가 아니다. 이두삼이라는 인물이 자멸해 가는 과정을 보인다. 그 성에 갇혀서 미쳐가는 왕처럼 자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느낌의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엔딩은 은유적으로 말한 것이다. '내부자들'은 직설적으로 표현을 한 것이다. '마약왕'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내부자들'이 직설적으로 설명했다면 '먀약왕'은 간접화법으로 설명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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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민호 감독은 후반 30분께 송강호의 열연이 몰아치는 장면에 "때로는 감독의 디렉션이 필요 없을 때가 있다. 좋다, 나쁘다 외엔 말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번 작품은 특히 내가 경험이 없으니까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냥 즉흥적으로 느끼는 것들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송강호 선배는 외로웠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겠지만 어찌보면 내가 디렉션을 안 하길 잘한 것일 수도 있다. 이두삼이란 사람은 인생에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결국 혼자 남게되지 않았나? 그런 외로움을 송강호 선배가 정말 잘 표현했다. 송강호라는 대배우의 뽕 연기가 정말 압권인 작품이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비단 송강호뿐만이 아니다. 우민호 감독은 충무로 최고의 '신 스틸러'로 거듭난 조우진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 그는 "조우진은 '내부자들'로 뜬 스타고 지금 커리어를 아주 잘 쌓고 있다. 그래서 더 남다른 인연으로 다가온다. 정말 나랑 잘 맞고 이번 작품 역시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내겐 조우진이란 배우가 정말 뿌듯하다"며 "사실 '내부자들' 캐스팅 때까지만 해도 조우진이란 배우가 많이 안 알려진 배우였지 않나? 내가 직접 오디션을 본 것도 아니고 연출부가 보여준 오디션 영상을 보고 조우진을 알게 됐다. 주변의 반대도 심했지만 역할 자체가 세서 주변에서는 이름 있는 배우를 써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이름이 없는, 연기 잘하는 배우를 썼을 때 극대화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결과적으로 '내부자들'은 영화도 좋았고 조우진의 커리어에 디딤돌이 된 것 같다. 그 이후에 아주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있다. 더욱 신기한 것은 많이 하는데도 전부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지점이 정말 에너지가 좋다고 생각한다.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은 아직 못 봤지만 그 작품에서도 굉장히 잘했다고 들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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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약왕'은 197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마약 유통사건의 배후이며 마약계의 최고 권력자로 시대를 풍미했던 이두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이성민, 김대명, 김소진, 이희준, 조우진이 가세했고 '내부자들' '간첩' '파괴된 사나이'의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9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