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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정말 연기로 승부했다.
노비와 사대문가 여인의 사랑은 절대 이뤄질 수 없는 금단의 사랑이다. 그래서 유진과 고애신의 사랑은 더욱 안타깝고 애절한 비장미를 갖게 됐다. 그리고 '국민의 의미'에 대한 유진의 물음은 많은 이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상위 1%가 99%의 대중을 지배하려 들고, 99%의 희생을 바탕으로 권력을 움켜쥐는 것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혈통이 아닌, 자본이 신분을 판가름하는 잣대로 변했을 뿐 기득권의 이기주의에 피멍 드는 평민들의 삶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진짜 나라의 주인은 1%의 기득권이 아닌, 99%의 서민이고 그들이 있을 때 진정한 국가가 성립된다는 것을 유진의 말을 통해 다시 되새기게 된 것.
그리고 이러한 유진을 그려내는 이병헌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특유의 동굴 보이스와 묵직한 카리스마는 신분이라는 굴레에 갇혀 고통받았던 유진의 지난 상처를 더욱 실감나게 만들어줬다. 노련한 완급조절과 섬세한 표정 연기 또한 '역시 이병헌'이란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시청자를 놀라게 한 지점은 김태리와의 케미다. 사실 '미스터 션샤인'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태리와 이병헌의 로맨스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다. 20세 나이차가 나는 두 사람이 모두를 설레게 할 케미를 만들어낼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또 이병헌의 경우 사생활 논란으로 절대적인 안티팬을 거느린 케이스라 더더욱 러브라인에 대한 우려는 깊었다.
4일 방송된 '미스터 션샤인'은 평균 11.7%, 최고 13%(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지상파 포함 전채널 동시간대 1위를 달성했다. tvN 채널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도 평균 6.6%, 최고 7.3%로 지상파 포함 전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혹자는 이름값에 비해 저조한 성적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최근 방송된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에서도 시청률 10%를 넘긴 작품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미스터 션샤인'이 놀라운 기록을 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더욱이 중후반부부터 탄력을 받으며 '신드롬'을 불러오는 것이 김은숙 작가의 힘인 만큼, 9회까지밖에 방송되지 않은 '미스터 션샤인'이 앞으로 어떤 대기록을 세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어쨌든 이병헌은 자신을 공격하던 악플러에 맞서 연기로 승부수를 띄웠고, 대중은 그의 연기에 설득당했다. '연기로는 욕할 게 없는 이병헌'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쯤되면 '연기 신'이라고 해도 무방할 터. 독보적인 이병헌의 연기에 힘입어 '미스터 션샤인'이 얼마나 상승세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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