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은, 애묘 러시안블루 모녀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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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고나은(30)이 반려묘의 출산을 통해 느낀 교감과 애틋한 감정을 털어놨다.
─지인을 통해 입양한 블루와 달리 보라와는 어떻게 첫 만남을 가졌나?
블루를 지인을 통해 며칠만 맡아달라고 했을 때 집에서 보라를 낳았어요(웃음). 제가 그때 한참 스케줄이 많았을 때인데 블루의 출산만큼은 제가 챙기고 싶어 스케줄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갔어요. 블루가 그날 밤 11시께부터 진통을 느끼더라고요. 처음에 저는 한 번에 여러 마리를 순풍 순풍 낳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두 시간에 한 마리씩 나오는 거예요. 탄생의 신비를 직접 눈으로 경험하게 됐죠. 하하. 그날 그렇게 밤새 블루의 출산을 지켜봤고 다음 날 새벽 5시에 스케줄을 나왔죠. 블루가 제가 스케줄을 나가기 전까지 너무 예쁜 고양이 세 마리를 낳았어요. 이게 부모의 마음일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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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진짜, 느낌이 이상했어요. 너무 뭉클했던 게 블루가 아이를 한 마리, 한 마리 낳을 때마다 아이들 몸에 붙은 태반을 다 핥아 먹더라고요. 제가 출산하면서 너무 힘들어해 특식을 만들어 주기도 했는데 출산이 끝날 때까지 한 입도 안 먹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블루를 완전히 입양해 키우기로 결정한 상태가 아니라 주인 의식이라는 게 조금 없기도 했었는데 출산 이후에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블루를 제가 키우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입양한 후엔 블루가 더 애틋하게 다가왔어요. 블루의 출산을 옆에서 지켜보니까 남다른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블루가 낳은 고양이 중 보라만 키우게 된 특별한 이유는?
원래는 블루와 블루의 아이들 모두 키우고 싶었는데 그 당시 제가 원룸에 살고 있어서 많은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마침 지인 중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어서 입양을 해주기로 했죠. 블루는 먼저 키우던 지인이 지어준 이름이라 그 이름을 따라 키웠는데 블루가 낳은 고양이들은 각각 이름을 붙여줬어요. 처음엔 블루의 아이들이 너무 똑같이 생겨서 구분이 안 가 고양이용 끈으로 색을 구분해 아이들을 구별했죠. 그때 끈 색이 핑크, 초록, 보라색이었어요(웃음). 그 뒤로 블루의 아이들 이름이 핑크, 초록이, 보라가 된 거죠. 특히 보라는 사람 이름 같기도 하잖아요. 지인들이 핑크, 초록이, 보라를 보러 왔고 그 중 절친인 f(x)의 엠버가 한 마리 분양을 받았죠. 현재 엠버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고양이도 함께 키우고 싶다고 해서 입양을 보냈어요. 어쩌다 보니 보라만 남게 됐죠. 블루, 보라와 함께할 운명이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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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와 보라 두 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특히 블루는 평소에 사고뭉치 스타일이 아닌 얌전한 편이고 보라가 호기심이 좀 더 많아 사고를 많이 치죠(웃음). 그런데 한 번은 정말 블루가 정말 반전 사고를 쳐 놀랐어요. 원래 고양이는 배변 활동을 굉장히 잘 하거든요. 늘 지정된 자리, 모래 안에서 하고 뒤처리도 깔끔한데 제가 한창 드라마 촬영으로 바쁠 때 늦게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침대 위에 배변해놨더라고요. 그때 정말 멘붕(멘탈붕괴)이 왔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처음 있는 반항 아닌 반항이었죠. 처음 이불에 배변했을 때는 제가 애완동물을 훈육하는 방법을 몰라 아이들이 실수한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때는 그냥 넘겼는데 그 이후로도 다섯 번 정도 계속 이불에 배변을 하는 거예요. 하루는 안 되겠다 싶어 마음먹고 집에서 관찰했거든요. 솔직히 범인을 블루가 아닌 보라라고 생각했거든요. 워낙 사고뭉치라…. 그런데 반전은 보라가 아니라 블루더라고요. 제가 너무 놀라서 블루를 붙잡고 '너 보라 아니고 블루 맞지?' 묻기도 했죠(웃음).
─ 배변 사고 원인은 밝혀졌나?
하하. 아니요. 아직까지 블루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제 추측으로는 제가 없을 때 집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원래 블루가 집 화장실 안에서 배변을 하는데 그 사고 이후 화장실에 못 들어가는 거예요. 처음에는 왜 그러나 싶어 블루를 화장실 쪽으로 잡아 당겨보기도 했는데 아예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요. 아무래도 블루에게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아요. 화장실은 못 들어가겠고 배변은 해야겠고, 그래서 이불 위에 사고를 쳤던 것 같아요. 그 이후 화장실 밖에 블루 변기를 놔뒀는데 그때부터 배변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블루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 블루에게 가진 미안함은 집사로서 잘 돌보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이었나?
그렇죠. 제가 없는 사이에 블루가 화장실을 못 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은데 그런 지점이 제가 예전부터 우려하던 거였죠.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사람에겐 별일이 아니더라도 동물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깨닫게 됐죠. 책임감을 더 느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최근 집을 이사했는데 블루는 여전히 화장실에는 못 들어와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하고 안쓰러워요.
soulhn1220@sportschosun.com, 영상취재=변은영 기자 euny630@sportschosun, 한예지 인턴기자 hyyyj226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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