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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이해영 감독, 미투의 가해자일까 아웃팅의 피해자일까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3-05 17:30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또 하나의 미투 폭로가 이어졌다. 그로 인해 한 명의 성소수자가 강제적으로 아웃팅을 당했다. 이 폭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 4일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SNS 계정에는 한 영화감독의 초성을 언급하며 '동성인 이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 작성자는 "당시 호감을 가지고 있던 영화 감독 A과 그의 전 연인인 또 다른 영화감독 B(미투 지목 영화 감독), 그의 지인인 C와 함께 강원도 여행을 갔다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곧 삭제됐지만 글의 내용은 온라인상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갔고 네티즌들은 게시자가 밝힌 초성을 통해 이해영 감독을 해당 글이 언급한 '가해자'로 지목했다.

해당 글이 퍼져나간 직후 하루 만에 이해영 감독은 신속히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해당 게시글의 작성자로부터 2년 전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감독에 설명에 따르면 게시자는 이 감독의 지인과 결별 후, 이 감독은 자신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극단적인 협박과 허위사실을 담은 언어폭력을 가해왔다며 "인권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받아온 협박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작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해영 감독의 입장문은 성추문 의혹에 대한 강력한 반박만이 포함하고 있던 게 아니다. 이 감독은 게시자가 감독의 성 정체성과 인지도를 약점으로 악용했다고 전하며 '성소수자'임을 고백했다. 다시 말해 입장문을 통해 '커밍아웃'을 한 것. 하지만 이해영 감독의 커밍아웃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게시글 작성자의 폭로로 인해 '강제로' '어쩔 수 없게' 이루어진 아웃팅이었다.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 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아직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는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2000년 커밍아웃한 홍석천은 커밍아웃 이후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고 숨은 듯 지내야 했다. 18년이 지난 지금 그가 다시 방송활동을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도 그를 향한 차별적인 댓글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해당 폭로글의 내용의 사실 여부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해영 감독은 자신의 성정체성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알려진 것이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해영 감독 아웃팅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은 2년간 협박에 시달리면서도 쉽게 법적 조치를 할 수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이해영 감독의 변호를 맡은 김문희 변호사도 스포츠조선에 "이해영 감독은 2년간 협박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인들과의 관계 때문에 특별한 조취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법적 조취를 취하게 되면 성정체성이 알려지게 될까 염려스럽기도 했다"며 "해당 게시글 작성자에 대해서 형사 고소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시글 작성자의 주장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단언할 수 없다. 그의 말이 진실이라면 이해영 감독은 성추행의 가해자이다. 하지만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이해영 감독은 명백한 아웃팅의 피해자다.


한편, 이해영 감독은 인권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받아온 협박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작할 예정이다.

smlee0326@sportsh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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