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키 콘서트 올래?"…옥주현, 故이호연 대표 만나 달라진 인생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8-02-23 10:00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뮤지컬배우 옥주현이 DSP 故이호연 대표를 추모하며 자신의 인생을 회고했다.

옥주현은 23일 자신의 SNS에 화가를 꿈꾸던 어린시절부터 이호연 대표와의 만남, 장례식까지 아우르는 매우 긴 글을 올렸다.

옥주현은 "초등학교부터 그림상은 다 내 꺼였다. 부모님께선 내가 당연히 미대를 목표로 학창시절을 보낼거라 생각하셨었고 나 또한 다른 꿈을 꿔보지 않았다. 6학년 6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고 중학교에 입학, 중간고사 음악실기 가창 시험 때 '전 그림 그리는데요'라는 내게 선생님은 '넌 꼭 성악을 해야한다, 어머님과 면담을 해야겠다' 말씀하셨다"고 운을 뗐다. 옥주현은 "난 좀 산만하니까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것보다는 돌아다니며 할 수 있는 노래가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성악 기본 레슨을 받았고, 이탈리아 선생님을 소개받아 중학교 졸업 후 수녀원에서 생활하며 일년 동안 언어를 익히고 산타체칠리아음악원 시험을 보기로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너 유학가면 네 엄마가 네 관 치울일 생겨. 내년에 고등학교 가면 네 인생 귀인을 만난다"는 말에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옥주현은 '최할리의 내일로가는밤 애청자 노래경연' 연말장원 리허설에서 이호연 대표를 처음 만났다. 옥주현은 "안경낀 아저씨가 나를 훑더니 첫 마디가 '넌 살을 좀 빼야겠다' 그러더니 피디님 자리 옆에서 팔짱끼고 지켜보셨다"며 "우승하고 그 아저씨 '내가 너 가수 만들어줄게'라고 했다. 난 '가수는 유치해서 싫다. 클래식 할거다'라고 답했다. 아저씬 강한 콧방귀 후 '너네 젝키 콘서트 올래?'라고 달콤한 제안을 하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옥주현은 "다음날 아저씨는 '내가 걸그룹에 넣을 메인보컬'이라고 날 소개했다. 이 아저씨 진짜 무대뽀네 생각했고, 내 노래를 인정받는 러브콜 그 자체를 즐겼다"면서 "그렇다. 이 분이 그 귀인이었다"고 강조했다.

옥주현은 핑클의 데뷔에 대해 "놀이공원에서 픽업된 유리, 내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이진, 그리고 꼭 네 명이어야 한다는 무대뽀사장님의 고집에 따라 일인분의 분량만 남겨두고 녹음을 거의 마친 우리 팀에 데뷔 한달 전에 들어온 한명은 남겨둔 일인분을 급히 녹음"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들은 수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세상에 나오는데 우린 준비기간이 육개월도 되지 않고 심지어 무대뽀사장님의 '차별화' 선언으로 '이 곡에 어울리는 옷은 이세이미야케다' 이세이미야케 의상과 함께 실력도 안되는 이 네명은 '발라드' 곡 'blue rain'으로 -그것도 라이브로- 데뷔. 그렇게 우린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면서 "유치해서 대중가수는 절대 하지 않겠다던 옥주현은 숨쉬듯 잦은 윙크와 모두가 따라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유치한 제스쳐 제조기가 되었다"라고 전했다.


옥주현은 "마지막인사. 사장님 유골이 담긴 도자기함을 만지는 순간. 아직도 열기가 느껴지는 그것을 안은 순간,꾹꾹 눌러 담은 슬픔이 터져나왔다. 사장님 감사했어요. 감사해요"라며 "'마지막 모습을 찍어가셔요' 장례 안내자의 말과 함께 모든게 끝났다. 허망하구나... 모두들 말없이 버스 안에서 그 사진을 바라봤다. 그렇게… 사장님과의 만남이 마치 얼마 전의 일처럼 선명하게 하나하나 떠올랐다"라고 돌이켰다.

옥주현은 "인터뷰 할 때마다 나오는 '성악전공하려고 공부했었다고. 그런데 어떻게 가수가 되셨어요?', '핑클은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요?' 세상에서 젤 싫은 질문이었다. 그 스토리가 넘나 길고, 준비기간이 너무나 짧은 것도 부끄럽기도 하고, 물론 그게 -운이 억수로 좋은 우리들- 을 강조하기엔 좋은데, 춤 노래 연마 좀 하고 나왔어야지 도 함께 따라 붙는 것 같아서"라며 "그래도 '안되는게 어딨냐. 되게 하는거다' 이게 이호연이라는 사람이 그분의 방식으로 그분의 신념으로 만들어낸 성공신화 라는걸.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걸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거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냉정하고 무뚝뚝하게 보여도 따뜻한 부분이 놀랍도록 많았다. 잠깐 휴가 나온 배우나 가수가 같은 식당에서 마주쳐 인사하면 휴가기간동안 맛있는거 먹고 들어가라고 수표 몇장 쥐어 보내시는 분"이라며 "그런 분이니 우리에겐 어땠겠나. 내 새끼들에겐 최고로 좋은거 멋진건 다 퍼주시고 내 새끼들에게 안 좋은 것 같은 인물에겐 가차없이 무시무시한 호랑이 같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옥주현은 "세월이 지나고 다들 흩어져 나이 먹어가는 동안 사장님은 오랜시간을 침대에 누워보내셔야만 했다. 오랜시간 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일이 너무 죄송하고 가슴이 아파서,, 누워 계시던 사장님 모습이 장례식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라며 "상주로 있었던 종혁이가 '사장님이 주현이 누나 봐라. 너 주현 누나한테 노래 배워 알려달라고 해 하셨어요' 나한텐 그런 칭찬, 표현 안하셨는데, 내게 부탁을, 숙제를 주고 가시는 것 같네.

꼭 그렇게 할게요"라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옥주현은 "8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답답하고 서러웠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젠 편안하게 자유롭게 계실 나의 귀인 우리 사장님. 사장님께 못다 표현한 마음들은 살면서 계속 떠올리며 되내이며 멋지게 노래할 거에요. 역시 옥주현이야 하실 수 있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 노래 인생의 시작을 열어준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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