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돈꽃' 한소희 "악녀연기, '나쁜X' 욕 더 해주면 좋겠어요"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1-27 14:1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2018년 가장 기대되는 신인 중 하나로 꼽히는 배우 한소희를 만났다.

한소희는 2016년 CJ '그곳에 가면' CF로 데뷔, 지난해 SBS '다시 만난 세계'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신예다. 당시 금수저 이서원 역을 맡았던 그는 연기 데뷔작인데다 분량도 많지 않았음에도 안정적인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한소희는 MBC 주말특별기획 '돈꽃'에 서브 여주인공 윤서원으로 캐스팅됐다.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돈꽃' 특성상 '악한 녀석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윤서원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캐릭터다. 윤서원은 장부천(장승조)의 숨겨진 여자로, 나모현(박세영)에게 장부천과의 관계를 밝혀 유산에 이르게 하는 악녀다. 그러나 마냥 미워할 수만도 없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를 잃고 외로움 속에 살다 장부천을 사랑하게 되고, 그의 아이까지 낳게 되면서 자신만의 완벽한 가정을 꾸미고 싶어하는 짠한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한소희는 이렇게 복잡하고 양면적인 윤서원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한편, 아들을 향한 비뚤어진 모성애까지 절절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오디션을 많이 보긴 했지만 주로 통통 튀는 역할을 보다 보니 이렇게 어두운 캐릭터는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캐릭터 해석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오디션을 볼 때 감독님께서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물어보셔서 '너무 악역이기만 한 게 사연이 있는 인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감독님이 '그러면 서원이를 어떻게 연기할 건지 2차 오디션 때 보여줄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3~4가지 버전으로 녹음을 하며 연기를 했어요. 사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캐스팅이) 됐다고 하셔서 놀랐죠. 감독님께서 '물론 첩이지만 서원이가 좀더 무게감이 있고 우아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원래의 제 20대 말투를 버리려 했어요. 목소리도 약한 편이라 좀더 톤을 다운시키려고 했고요. 서원이도 저도 할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공감이 됐던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이 계시지만 서원이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기도 하고요. 물론 저라면 장부천을 사랑하진 않았겠지만요.(웃음)"


무엇보다 놀랐던 건 한소희의 모성애 연기였다. 물론 그 모성애가 건강한 방향으로 발현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든 아들에게 아버지를 만들어줘서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겪지 않게 하려는 그의 고군분투는 시청자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아이는 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20대 젊은 여배우가 이토록 모성애라는 묵직한 코드를 제대로 그려낼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었다.

"감독님께서 '아들 때문에 모성애가 나쁘게 발현된 케이스니까 그런 부분에서 공감을 샀으면 좋겠다. 너무 악역같지 않고 차분하고 우아하게'라고 원하셨어요. 그리고 하정이(동영)랑 정이 많이 들었어요. 상황에 빠져보니까 이 세상에 나랑 아들 하나밖에 없는 거잖아요. 실제로 몰입이 돼서 울컥하기도 했어요. 아빠 성을 따르지 못하는 게 실제로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요. 그런 상황적인 부분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하정이가 아역배우답지 않게 연기를 잘하기도 했고요. 또 승조 오빠도 몰입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줬어요. 그래도 서원이의 절박한 모성애를 좀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해요."


어쨌든 악녀 포지션인 만큼 윤서원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의 비난은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소희는 캐릭터를 향한 시청자의 욕설(?)에 오히려 반가워한다.

"욕 먹으면 저는 좋아요. 어색하다는 얘기보다는 훨씬 좋잖아요. 상처를 조금 받을 때도 있긴 한데 제가 아니라 캐릭터를 욕하시는 거니까요, 욕을 더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돈꽃'이 정말 신기한 게 캐릭터마다 불쌍하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꼭 계세요. 네이버 실시간 톡 같은 걸 보면 부천이도 불쌍하다고 하고, (이)미숙 선생님도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하시고요. 그런 걸 보면서 시청자 폭이 정말 넓다는 걸 느꼈어요."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유아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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