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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화이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질 아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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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최정윤 기자] 새롭고 강렬한 것을 찾는 유스들의 외침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바텀 업(bottom up)은 거리의 유행이 하이패션으로 전달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30년대 후반 미국 하렘의 흑인과 멕시코계 젊은이들 사이 유행한 과시적인 룩, 쥬티(zooty)는 주류를 삼킨 하위문화의 시초이자 대표적인 예. 대중이 이끌어나가는 이러한 흐름은 스트리트 패션으로 분류되었고 50년대 테디 보이즈, 70년대 히피와 펑크, 90년대 힙합 문화는 돌고 도는 유행과 함께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바텀 업 무드(Mood)다.
그리고 2017년, 언더그라운드의 짙은 감수성을 하이패션으로 끌어올린 오프 화이트(Off-White)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새로운 스트리트 역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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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질 아블로와 카니예 웨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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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질 아블로와 지드래곤 그리고 디자이너 크리스 스탬프(Chris Stamp), 마르셀로 블론(Marcelo Burl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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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출신의 버질 아블로는 페인트 회사를 경영하는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와 함께 미국 시카고 록퍼드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위스콘신 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에서 토목 공학을 전공했다. 건축 일을 하면서도 주말에는 디제잉을하고 패션잡지를 읽으며 여가시간을 보내던 그는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제작한 그래픽 티셔츠를 판매하며 자연스럽게 패션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09년 펜디 하우스의 인턴을 거쳐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이자 래퍼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12년 그가 기획한 패션 프로젝트 파이렉스 비전(PYREX VISION)은 패션계에 큰 충격과 가하며 글로벌한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한다. 이를 계기로 그의 추종자들이 하나둘 생겨났으며 동시에 버질 아블로의 새로운 레이블을 기대케 했다. 아니나 다를까 버질 아블로는 2013년 오프 화이트를 론칭한다.
버질 아블로의 오프 화이트는 국내에서도 이미 옷 좀 안다는 친구들 사이 단단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2015년 4월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분더샵과 협업 라인을 론칭하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내한한 바 있다. 당시 행사가 진행된 분더샵에는 평소 그와 친분이 있던 빅뱅의 지드래곤을 포함 자이언티, 크러쉬, 씨엘, 미즈하라 키코 그리고 스타일리스트 양승호 등 국내외 핫 셀러브리티가 동시에 출격해 화제를 모았다.
오프 화이트의 대표적인 아이템은 사선 스트라이프가 그어진 '쉬운 제품'이다. 기본 디자인의 박스 티셔츠, 후디, 맨투맨 그리고 가죽 재킷이 주된 제품군. 지방시의 화려한 프린트 티셔츠가 런웨이에 등장했을 때의 쇼킹함을 딛고 딱 적당한 시기에 대중들의 니즈를 맞춘 브랜드를 터뜨린 것이다.
이제 데일리 스타일링의 기본이 되어버린 놈코어의 연장선이자 동시대 가장 힙한 트렌드를 말하고 있다. 여전히 어렵고 아트적인 착장만을 런웨이에서 보고 싶어 하는 시선도 분명 존재하지만, 대중들의 움직임을 가장 잘 드러내고 유스들의 감성을 제일 먼저 끄집어내는 오프 화이트의 하우스는 감히 역사적이라 하겠다. 흥미로운 이벤트성 레이블로 끝날 것 같던 버질 아블로의 컬렉션은 지금, 그 어떤 하우스보다 글로벌하고 미래적이다.
지금은 리얼 패션 시대
버질 아블로는 캐주얼 브랜드인 챔피온(CHAMPION)이나 럭비 랄프 로렌(Rugby Ralph Lauren)과 같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기성품을 도매로 구입해 'PYREX 23' 프린트를 찍어냈고, 그렇게 완성된 제품은 기존 가격의 10배에서 20배 넘는 가격으로 판매됐다. 이것이 앞서 이야기한 파이렉스 비전 프로젝트다. 카니예 웨스트는 물론 에이셉 라키(ASAP Rocky), 비욘세(Beyonce), 제이 지(Jay) 등 미국의 유명 아티스트들의 착용샷이 SNS를 통해 전파되며 이슈를 불러일으켰고, 유명 브랜드의 리미티드 컬렉션과 같이 없어서 못 파는 희귀 아이템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특히 룩북과 함께 제작된 영상에서 파이렉스를 단체로 맞춰 입은 힙합 크루 에이삽 몹(A$AP MOB) 멤버들의 무심하고도 당당한 애티튜드는 대중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버질 아블로는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밑바닥에서 시작된 패션으로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사람들이 실제로 입고 다니는 옷을 살짝 뒤틀어, 나를 비롯한 '우리'가 갖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트리트 패션이란 독특한 것이 아니라 실제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리얼(REAL)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그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날 것' 그 자체를 높이 평가하며 색다른 의미를 더한다. 오프 화이트의 시그너처 요소인 사선 스트라이프 역시 세계 어느 아스팔트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그래서 어디서나 통하는 비주얼 언어의 역할로 그의 패션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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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화이트 2015 S/S 우먼 컬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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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6 F/W 맨즈, 17 Pre-Fall 우먼, 17 S/S 우먼 컬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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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패션의 럭셔리화
초기 버질 아블로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산 방식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영역에 오르기에는 어설피 보일 수 밖에 없었고, 카니예 웨스트의 후광을 얻은 브랜드라는 꼬리표는 이익만큼이나 편견도 컸다. 비판적인 시선은 그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그리고 버질 아블로는 보란 듯이 그의 재능을 대중 앞에 터뜨린다. 오프 화이트의 우먼 라인은 센세이션한 빛을 내뿜었고 네거티브한 반응을 순식간에 잠재웠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그래픽과 여자라면 입고 싶어 할 만한 부드러운 실루엣이 어우러져 기존 마니아층을 포함, 새로운 하이엔드의 고객까지 오프 화이트의 품으로 끌어안은 것이다. 버질 아블로의 오프 화이트는 론칭한지 2년도 안되어 신인 디자이너의 등용문 LVMH 프라이즈의 파이널리스트 8팀에 들며 그의 영향력과 예술성을 제대로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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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화이트 2017 F/W 우먼 컬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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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질 아블로는 남성복과 여성복을 각 시즌마다 따로 준비했고 2017년에는 리조트 웨어와 프리 폴 라인을 포함한 여섯개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초기 맨투맨과 후디로만 구성됐던 오프 화이트의 룩북은 LTE급의 진화를 거쳤고 이는 고스란히 오프 화이트의 역사와 스토리텔링으로 기록됐다.
경계 없는 협업
뛰어난 예술적 감각, 스케이트보드와 디제잉을 즐기는 젊은 에너지, 밀레니얼 세대를 저격하는 영(young) 한 마인드 그리고 건축학도였던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적 능력까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본인의 재능을 아낌없이 베푼다. 작년 한 해만 보더라도 몽클레어(Moncler), 리바이스(Levi 's), 브이론(VLONE), 엄브로(Umbro) 및 비주얼 아티스트 브랜든 포울러(Brendan Fowler)와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선보였으며, 곧 나이키(Nike)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출시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에서 열린 '2016 아트 바젤'에 가구 라인을 선보인데 이어 가구 브랜드와의 협업도 기획 중이다. 또 이달 말 럭셔리 온라인 편집숍 마이테레사닷컴(mytheresa.com)과 함께 진행하는 캡슐 컬렉션으로 한국을 다시 한번 찾을 예정이라 관심을 모은다.
한편 이색적인 활동도 눈에 띈다. 바로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공동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의 아내 로렌 파월 잡스(Laurene Powell Jobs)를 도와 비폭력 운동과 거리의 청년 실직자들을 위한 멘토링을 준비 중인 것. 유스 컬처에 기반을 둔 오프 화이트의 수장으로 스트리트에 꿈과 희망을 전할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버질 아블로와 친구들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조합해 예술적 감성을 건드리는 버질 아블로는 영감의 원천으로 소셜 미디어 속 수퍼 인플루언서를 꼽는다. 그는 역사 속 이름 있는 디자이너가 아닌 동시대 음악 예술 및 패션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랩퍼 에이셉 라키(ASAP Rocky),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 짐 조(Jim Joe), 97년생 모델 루카 사바트(Luka Sabbat), 스타일리스트 이안 코너(Ian Connor) 등. 본인의 방식대로 스스로 PR하고 무시 못 할 글로벌 추종자들을 거느린 그들의 소울이 바로 오프 화이트 컬렉션의 실루엣으로 디테일, 그리고 무드가 되는 것이다.
유스 컬처의 한가운데서 온몸으로 열기를 흡수하고 이를 하이패션으로 업데이트하는 그는 지금 이 시대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페이스세터(pacesetter)다.
dondante14@sportschosun.com 사진=오프화이트, 버질 아블로 인스타그램(@virgilabl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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