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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정말 이게 최선이었을까.
사실 이러한 복선녀의 설레발은 꽤 당황스러운 전개였다. 의사 소견서 한 장 제대로 받은 것도 아닌데 혼자 죽을 병에 걸렸다고 착각하고 이혼 서류를 내밀고 영정사진까지 찍는 등 앞서 나가도 너무나 앞서 나갔다. 더욱이 이러한 행동은 복선녀 캐릭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우유부단하고 생활력 없는 남편 배삼도를 대신에 시장에서 닭을 튀기며 억척스럽게 살아왔던 복선녀라면 시한부 판정을 받았더라도 어떻게든 살고자 이를 악 물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생을 포기하고,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을 첫사랑 품으로 돌려보내려는 행동은 과하다.
그나마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일말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라미란의 연기력 덕분이다. 라미란은 보는 이들도 이해되지 않는 복선녀의 설레발을 열연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특히 영정사진을 찍는 신에서는 라미란의 연기 내공이 얼마나 깊은지 실감할 수 있었다. "삼도야. 잘 있어라. 나 먼저 간다"며 웃어보이던 복선녀가 "내 나이가 몇인데 벌써 영정사진을 찍냐"며 오열하고, 겨우 진정한 뒤 "잘 있어라. 배삼도"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순간의 장면에 슬픔 분노 억울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낸 라미란 덕분에 설레발조차 진정성 있는 연기로 다가올 수 있었다.
라미란의 활약 덕분인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시청률은 또 한번 상승세를 탔다. 이날 방송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36.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0회가 기록한 자체최고시청률(35.1%)보다 1.1% 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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