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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영화 <아수라>는 전형적인 누아르 영화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정의가 승리하지도, 그렇다고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도 없다. 등장 인물들 대부분이 악인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다. 악인들로 가득한, 그러면서도 현실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세상은 지옥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업영화로 흥행에 대한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나왔다.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님이 '오랜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고난 뒤 '이게 뭐에요'라고 되물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예사 스토리는 아니었다. 결국 <아수라>의 호오는 극명하게 갈렸다. 누적 관객은 259만명이었다. 손익분기점인 250만명을 간신히 넘었다.
정우성의 설명은 이어졌다. "보통 영화들 혹은 누아르 장르의 경우를 보자"고 입을 연 그는 "스토리 위의 서사에서 주인공이 위기를 이겨낸다. 정의까지는 아닐 수도 있지만, 승리의 쾌감을 얻는 것이 우리가 보아왔던 영화들의 관습적인 주인공"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아수라의 주인공은 '한도경'이 아니라 (배경도시인) '안남'이라는 세계관이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 세계관에서 얼마만큼 어울리고 한도경처럼 살아남느냐가 관건이었다. 그 캐릭터를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성수 감독도 거들었다. 그는 "범죄 액션영화나 필른 누아르는 선한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가진 폭력으로 악인이 가진 나쁜 폭력을 이겨서 통괘감을 준다. 그게 관객과의 약속"이라며 전제를 깔았다. 김 감독은 "그런데 사실 그것은 영화에서만 나온다"면서 "현실에서는 선한 사람이 악을 이기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 악인들끼리 싸워서 내부분열로 붕괴되는 경우는 봤다. 최근 한국도 그렇다"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영화속에서는 착한 사람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악인들이 지배하는 악한 사회는 착한 의지나 착한 생각이 발붙일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그만큼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는 뜻이었다.
결국 영화 <아수라>는 현실 세계의 거울인 셈이었다.
한편, 올해 11회째를 맞이하는 LKFF는 유럽에서 가장 큰 한국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3일 이경미 감독, 손예진-김주혁 주연의 <비밀은 없다>를 스타트를 끊었다. 10개 부문의 총 61편이 상영된다. 중심 주제는 '여성'이다. '여성 영화 특별전'에는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의 '미망인'(1955년)을 비롯해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10인의 작품이 소개된다.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여성의 삶을 영국 관객들에게 소개하려는 취지라고 주영한국문화원(원장 용호성)은 설명했다.
또한 관록의 배우 백윤식을 집중 조명한다. 백윤식은 6일 배우 특별전에 포함된 영화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2015), '돈의 맛'(2012) 상영 전후로 무대인사 및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다. 이밖에도 출연작 '덕혜옹주'(2016), '싸움의 기술'(2005), '범죄의 재구성'(2004), '지구를 지켜라'(2003)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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