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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그동안 알고 있었던 '예쁜 남자' 장근석(29)은 어디에도 없었다. 얼굴에 검댕을 덕지덕지 묻히고 누더기를 둘러쓰며 밑바닥까지 자신을 내려놓은 배우 장근석만 있을 뿐. 서른의 한복판, 꽃길을 마다하고 가시밭길을 택한 인간 장근석, 배우 장근석을 만났다.
백만금이 금지옥엽 키운 아들 개똥이는 그야말로 천방지축, 사고뭉치.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어디에서도 기죽지 않는, 호방한 기세를 가진 사내로 자랐고 이런 캐릭터는 장근석을 만나 200% 시너지를 발휘했다. 구수한 사투리와 허당기 가득한 연기로 안방극장을 가득 채운 장근석은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코믹함으로 '대박'의 포문을 열었고 이질감 없이 잘 융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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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부터 표정, 분위기까지. 어딘가 모르게 전과 달라진 장근석의 모습이 낯설면서 새롭다. 서른이 된 장근석은 확실히 달라졌다.
"20대 중반부터 말랑말랑한 작품을 많이 해왔고 20대의 젊음이 살아있는 생기발랄한, 그러면서 나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였죠. 하지만 30대를 기점으로 저 자신을 깨고 싶었어요. 역설적이긴 하지만요. 스스로 부서뜨려보겠다는 마음이 컸죠. 그래서 도전하게 된 '대박' 백대길이었어요. Mnet '프로듀스 101'에서는 예쁘장한 장근석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대박'에서는 이런 예쁘장한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이런 게 배우로서 제일 재미있는 일 아닐까요? '나는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있다'를 보여주는 증명이니까요."
장근석은 잘 알고 있었다. 언제나 자신의 이름 끝에 따라오는 '대중의 편견'을. 대한민국보다는 일본을 먼저 떠올리게 되고 배우보다는 스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20대 장근석이었다. 물론 그는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심히 한 보답이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서른을 기점으로 또 다른 장근석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중이 생각하는 장근석에 또 다른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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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갈고 나타난 장근석. 그의 다짐처럼 대중은 '대박'을 통해 새로운 장근석을 발견하는 중. 밑바닥까지 내려놓은 장근석은 성공적이었고 현명했다.
가벼웠던 개똥이로 워밍업을 끝낸 장근석은 이제 묵직한 카리스마로 안방극장을 꽉 채울 예정. 백만금의 죽음으로 각성한 백대길이 본격적으로 '대박'의 항해를 이끌게 된 것. 개똥이는 아버지 백만금이 남긴 이름, 백대길로 살며 이인좌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 백대길의 흑화를 예고했다. 비극의 서막이 열린 '대박'은 시청자에게 더욱 쫄깃한 재미를 선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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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pova@sportschosun.com,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