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설 연휴 극장은 '검사외전' 전용관?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6-02-12 07:19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설 연휴, 전국 대부분의 극장은 '검사외전' 전용관이나 다름없었다. 상영 스케줄 표에는 온통 '검사외전'뿐, 다른 영화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검사외전'의 흥행세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하다. 개봉날인 3일 일일관객수 52만 명(영진위 통합전산망)으로 출발해 본격적인 설 연휴가 시작된 6일부터 매일 1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린 9일에는 무려 117만 4678명이 '검사외전'을 관람했다. 연휴 마지막날인 10일까지 누적관객수는 637만 6436명. 개봉 8일 만에 '가볍게' 600만 고지를 밟았다.

'검사외전'이 독주하는 동안 동시기 개봉작들은 처참한 성적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로봇, 소리'와 '오빠생각'은 연휴 둘째날인 7일까지 일일관객수가 1만 명에도 채 미치지 못했고, 이후로도 2만 명 안팎에 머물렀다. '검사외전'과 단순 비교해도 5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그나마 '쿵푸팬더3'가 박스오피스 2위에서 활약했으나, 역시 일일관객수는 '검사외전'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검사외전'의 이 같은 독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쿵푸팬더3'가 1주 앞서 개봉해 어느 정도 관객몰이를 끝낸 상황이었고, 개봉 2~3주차에 접어든 '로봇, 소리'와 '오빠생각'은 배급 전략의 실패로 흥행 부진을 겪으며 스스로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마땅한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검사외전'은 사실상 무주공산인 극장가에 입성했다. 부패 권력에 대한 응징이라는 비슷한 주제를 다룬 '내부자들'이나 '베테랑'보다 가벼운 오락물이라 한층 더 대중성이 확보됐고, 시기적으로도 알맞았다. 여기에 황정민과 강동원의 시너지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개봉 전날 예매율은 70%대까지 치솟았다.

자연스레 극장은 '검사외전'에 상영관을 몰아줬다. 첫 날에는 1268개 스크린을 내줬고, 9일에는 1806개까지 늘렸다. 전국 스크린수가 2489개임을 감안하면 '검사외전' 혼자서 무려 70% 이상을 독차지한 셈이다. 9일 하루 동안 상영횟수는 9422회로, 전국의 극장이 하루종일 '검사외전'만 틀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지난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180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돼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검사외전'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영화 관계자들은 스크린 쏠림 현상을 꼬집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극장 입장에서 할 말은 있다. '검사외전'의 좌석점유율이 50%를 웃도는 상황인데다 예매율이 떨어지지 않으니 상영관을 줄이기는 어렵다는 '시장 논리'다.

그러나 한 작품에 전국 스크린의 70%가 쏠렸다는 건 기형적인 현상임이 분명하다. '검사외전'의 만듦새에 대한 평가가 동시기 다른 영화들보다 그리 좋은 편이 아니기에 현재 상황이 더욱 우려스럽다. 극장에 '검사외전'밖에 걸려 있지 않아 '검사외전'을 볼 수밖에 없었다는 관객들의 불만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검사외전'의 독과점 논란은 양극화된 한국영화 생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다.


영화계는 다수의 볼 권리 못지 않게 소수의 볼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한국영화의 다양성 보장뿐만 아니라 관객의 선택권 존중과도 직결된 문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스크린 쏠림 현상은 장기적으로 기형적인 영화 생태계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한 편의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suzak@sportschosun.com·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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