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대세는 '차이나머니'다.
과거 KBS 드라마의 주 수출무대는 일본이었다. '겨울연가' 등을 수출하면서 K-드라마 열풍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KBS 드라마를 보면 중국 판권 수출을 염두에 둔 작품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월화극 '무림학교' 주인공 중 한명인 왕치앙(이홍빈)은 중국계라는 설정이다. 대하드라마 '장영실'에서는 장영실(송일국)이 명나라에 가서 과학 기술을 배우는 모습이 그려진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어권에서 활동하며 대표 미녀배우로 자리매김한 송혜교와 송중기를 주연으로 내세웠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김동준(제국의아이들), '태양의 후예' 온유(샤이니), '함부로 애틋하게' 수지(미쓰에이), '화랑:더 비기닝(이하 화랑)' 박형식(제국의아이들) 등 모든 드라마에 아시아권에서 인기 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하나씩은 출연한다.
이렇게 중국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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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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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장성이 좋다. '넘사벽' 규모를 차랑하는 중국 시장은 예로부터 매력적인 시장으로 통했다. 더욱이 최근엔 하락세를 그리던 중국 수출 가격이 다시 회복되는 추세다. 실제로 '태양의 후예'는 중국 수출 40억 원을 기록했다. '화랑' 역시 중국판 넷플릭스로 알려진 유력 미디어 그룹 LETV에 최고 수준으로 판매됐다. '함부로 애틋하게' 역시 중국 수출을 논의 중인데 이 역시 역대 최고가 판매를 논의 중이라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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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학교' 홍빈.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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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작사 입장에서 중국 자본은 숨통 틔워주는 고마운 존재다. 제작사와 방송사의 관계는 철저한 을과 갑의 관계다. 방송사에 드라마를 납품해야 하는 제작사는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케이블 종편 드라마의 약진으로 지상파 드라마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고는 하나, 아무래도 '지상파 프리미엄'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방송사의 요구를 맞추기엔 제작비 등의 문제가 걸린다. 여기에서 탈출구가 된 게 바로 중국이다.
'태양의 후예'를 봐도 그렇다. '태양의 후예'는 낯선 땅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사랑과 성공을 꿈꾸는 젊은 군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멜로 드라마다. 그리스 로케이션 촬영 등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제작사는 영화 '7번방의 선물' 등을 만든 영화배급사 NEW. NEW의 2대 주주는 중국 화처미디어그룹이다. 화처미디어그룹은 2014년 10월 NEW에 535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된 바 있다. 김우빈 수지 주연의 '함부로 애틋하게' 제작사 IHQ는 중국 대표 미디어 기업인 상하이미디어그룹과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중국 자본이 유입된 작품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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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박형식.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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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입장에서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중국 내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높다. 이제까지 중국에서 보지 못했던 자유롭고 다채로운 사상과 문화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 서구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중국인들에게 한국 콘텐츠는 대체불가한 매력적인 콘텐츠로 꼽힌다. 더욱이 일반 제조업 등과 달리 문화 콘텐츠 사업은 투자 규제의 벽이 높지 않다. 투자자들에게는 진입 장벽도 낮고 쏠쏠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인 셈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중국 자본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중요한 이슈가 됐고, 방송사도 이 흐름에 편승하게 됐다.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사전제작 및 한중 동시방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TV에만 적용했던 사전심의제를 인터넷까지 확대했다. 정식 루트로 중국에 한국 콘텐츠가 방송되려면 무조건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통과 여부도 항상 불투명 하다. 그러니 수출을 하려면 사전 제작이 필수코스가 된 셈이다. 또 사전제작을 하게 되면 중국에 판권을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방송 시점도 그렇다. 인터넷의 발달로 한국 드라마가 방송 2시간 뒤면 중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한국에서 먼저 방송을 하고 중국에서 방송되는 것보다 동시 방영을 하는 편이 훨씬 비싸게 판권을 팔 수 있게 됐다. 결국 제작사는 물론 방송사까지도 중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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