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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특출난 재능이 있어 동네방네 자랑할 수 있는 딸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사려 깊고 다정다감했던, 착한 덕선이는 '만인의 개딸'로 가슴 깊이 남았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배우 만들기가 특기,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배우 만들기가 취미인 신원호 감독에게 낚인 혜리는 못난이 인형만큼 우스꽝스러웠지만 대신 못난이 인형보다 더 사랑스럽고 정감 어리게 빚어냈다. 혜리가 곧 덕선이었고 덕선이는 이 시대의 모든 딸을 대변했다.
하지만 이런 신원호 감독의 선택도 초반에는 반대에 부딪혔다. 혜리의 연기력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기저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 그러나 늘 그랬던 것처럼 방송이 시작된 순간 논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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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응답하라 1988' 이후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의 연령층이 다양해졌어요. 어린 친구들은 '덕선아~'라며 종종 반가워 해주는데 어머님들이 '덕선아~'라고 해주시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한번은 제가 류준열과 같은 미용실에 다녀 만난 적이 있었어요. 미용실에서 어떤 어머님이 저희를 보고 단번에 '덕선이네, 덕선이야! 에고, 왈가닥'이라며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옆에 류준열을 보고 '덕선이 남편이네? 진짜 덕선이 남편이야?'라며 물어보시더라고요. 저희 엄마보다 더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셨는데 단번에 알아봐 주셔서 너무 신기했어요. 확실하게 정환(류준열)은 소녀팬들에게, 덕선이는 부모님 팬들이 많아진 거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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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의 증언(?)처럼 덕선이는 젊은 10~30대 연령층뿐만이 아니라 40~50대, 혹은 60대까지도 사랑을 받았던 특급 캐릭터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저마다 '덕선이 같은 딸이 있었으면'이라며 성동일·이일화를 부러워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초반 가족애에 무게를 둔 '응답하라 1988' 덕에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는 대목이 많았고 이로 인해 혜리의 팬층은 두터워졌다.
"사실 덕선이와 제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덕선이가 너무 바보 같아서 신원호 감독에게 '덕선이를 너무 어리바리로 만들어주신 거 아니에요?'라며 반항하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딱 제 모습인 거에요(웃음). MBC '진짜 사나이' 출연 때도 그랬고 평소 예능에서 나온 제 모습도 덕선이 같더라고요. 표정부터 말투까지 제가 곧 덕선이였죠. 하하. 덕선이네 환경도 많이 비슷했어요. 어렸을 때 저도 덕선이처럼 꿈이 없었거든요. 꿈은 없지만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어요. 덕선이네처럼 가난했던 학창시절을 보냈거든요. 7월이 되면 8월을 걱정해야 했던 환경 때문에 성공해서 집안을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살림 밑천 둘째 딸 덕선이가 있듯 우리 집에서는 제가 살림 밑천 첫째 딸 혜리였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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