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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무림학교' 조기종영, 배우들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이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1-26 15:22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들에게 미안해 해야 하지 않을까.

KBS2 월화극 '무림학교'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직 5회 밖에 방송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조기종영설과 단막극 편성설 등 끊임없이 잡음이 일고 있다.

처음 조기종영설이 등장한 것은 23일이다. KBS와 제작사 JS픽쳐스가 제작비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결국 KBS에서 제작사 측에 제작 중단 및 조기 종영을 통보했다는 것. 당시 KBS 측과 제작사, 출연 배우들 측은 "촬영장 동파 사고로 촬영이 중단됐을 뿐 제작중단은 사실이 아니다. 조기종영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26일 판세가 급변했다. 20부작으로 기획됐던 '무림학교'가 16부로 종영하며 그 자리를 4부작 단막극이 대체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 '무림학교' 측은 "방송 횟수를 두고 논의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조기 종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후속작 준비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촬영장 동파 사고로 미뤄졌던 촬영은 27일 재개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하다. 여론도 업계 관계자들도 조기종영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것이 '무림학교'의 퀄리티는 방송 시작과 동시에 도마 위에 올랐다. 기획 및 연출력의 부재 때문인지 아니면 의도된 'B급 코드'인지 헷갈릴 정도로 당황스러운 전개를 보여줬기 때문. 주인공들은 20대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단편적인 사고 방식과 막막한 현실관을 갖고 있다. 자신의 미래와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이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언행은 중2병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드라마'라는 기치를 내걸기엔 준비가 부족했다. 외국인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어눌한 한국어 발음 때문에 '자막 필수 드라마'라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 위안화를 태우는 장면이 논란을 야기하는 등 기본 배경에 대한 이해도 모자랐다. 장르의 혼합도 적절하다 볼 수는 없었다. 화끈한 액션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공중 부양 튀김 격파라는 황당한 장면을 선사했고, 풋풋한 청춘 로맨스 혹은 브로맨스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오글거림으로 보답했다.



결국 배우들만 안타깝게 됐다. '무림학교' 출연진은 강추위 속에서도 성실한 연기를 펼쳐왔다. 신현준을 비롯한 중견 베테랑들은 신인들을 독려했고, 신인 배우들도 열정을 갖고 촬영에 임했다. 특히 '무림학교'의 주인공인 이현우는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쉬는 시간에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고 연기 연습에 매진했고 아이들 그룹 리더인 윤시우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따로 춤과 노래 레슨까지 받았다. 난이도 있는 액션 연기에도 몸 사리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함께 호흡을 맞추는 동료들의 모습까지 꼼꼼하게 모니터링 하며 프로정신을 발휘했다.


이렇게 간신히 극을 지탱해왔던 배우들에게 있어 조기 종영 소식은 분명 맥 빠지는 일이다.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차기 플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후속작인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아직 준비조차 되지 않은 게 당연하고, 임시방편으로 단막극 편성을 논의하고 있다. 한 출연진 관계자는 "아니라고 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조기 종영을 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쉬울 뿐이다.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방송사나 제작사에서 그렇게 결정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적어도 이제까지 함께 고생했던 배우들을 생각한다면 시청률과 제작비 문제로 간단하게 조기 종영을 외칠 일은 아니다. '배우 낭비'에 대한 일종의 사과와 배려,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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