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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박해진, 3D유정은 어떻게 2D유정을 넘었나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6-01-24 15:25 | 최종수정 2016-01-25 03:11


박해진 <사진제공=WM컴퍼니>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현실의 배우가 만화 속 캐릭터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2차원적 평면에 그려진 하나의 인물에 100명의 독자는 100가지의 상상을 덧입힌다. 인기가 높은 작품일수록 캐릭터의 스펙트럼은 넓고, 독자의 상상을 모두 만족시켜 3D로 구현해내기란 더욱 어렵다.

tvN 월화극 '치즈인더트랩' 속 유정이 그런 경우다. 웹툰 작가인 순끼 작가가 2010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원작 웹툰은 회당 조회수가 약 100만, 누적 조회수가 무려 11억뷰를 넘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유정 역으로 캐스팅 1순위에 꼽혀온 박해진으로서는 이에 부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박해진이 유정이라고 평가받는 비결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원작을 머릿속에서 떨쳐 냈기 때문이다. 원작의 상당한 인기 때문에 섭외를 거절하려고도 했었다는 박해진은 섭외가 들어 온 뒤 다시금 원작을 천천히 뜯어 봤다. 유정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들을 수렴하는 동시에, 다양한 해석이 있는 부분에서는 철저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근을 새로히 했다.

그렇게 유정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 있는 인격을 지닌 박해진표 유정을 탄생시켰다. 원작과의 싱크로율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유정에게 자유를 주면서, 비로소 완벽한 싱크로율이라는 찬사를 얻은 셈이다.

물론 그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았을 터. 3D 유정이 어떻게 2D 유정을 이겨 낼 수 있었는지, 박해진으로부터 그 변신 과정을 들어봤다.

-'치즈인더트랩' 캐스팅 제일 먼저 결정됐는데, 출연을 결정한 계기는?

처음엔 깊이 생각지 않고, 거절 해야겠다는 의사가 있었다 . 그 역할은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원작의 힘이 워낙 크다 보니까 '드라마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웹툰으로만 남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거절하려했는데, 계속 섭외가 오다보니까 다시 한 번 웹툰을 읽어보게 됐다. '출연을 한다'라는 가정 하에 다시 한 번 봤다. 그전에는 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봤다가, 생각을 바꿔서 보니까 '잘 만 표현이 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화 얘기 있기 전에도 알고 있었나 보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어서 알고는 있었다. '치어머니'까지는 아니고, 그냥 숨은 독자랄까. 하하.

-그럼 네티즌 사이에서 유정 역으로 거론되는 것도 알고 있었겠다.

그런 반응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유정과 닮았다는 말이 많았는데, 본인이 보기엔 어떤가.

웹툰 상의 유정이라는 인물이 특별히 저와 닮았다기 보다는, 멀끔하고, 키가 크고, 이마를 덮은 검은 머리에... 그런 분위기가 닮았지 않나. 외적인 부분에서 저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많은 배우들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어떻게 구체화시키고 현실화 시키느냐의 문제였다. 제가 하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유정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하느냐는 고민이었다. 어찌됐든 싱크로율에 있어서는 닮았다고 해주시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박해진 <사진제공=WM컴퍼니>
-사람마다 유정에 대한 상상이 다를텐데, 이구동성 '닮았다'는 반응을 이끌어 낸 힘은 뭘까.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들에 초점을 맞췄다. 웹툰을 본 대부분의 독자들이 '당연히 이럴 것이다'라고 가정하는 대목들은 대체로 수렴을 하고, 나머지는 제가 만들어야 했다. 웹툰 속 캐릭터와 완전히 똑같이 할 수도 없고, 아주 다르게 할 수도 없었다. 웹툰과 같거나 비슷하지만 어떻게 색다르게 연출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외모 뿐 아니라 연기적으로도 기대가 컸는데, 유정이 지금까지 연기가 총망라된 캐릭터이기 때문인 듯 하다.

최근에 해왔던 역할에서 조금씩 따온 부분들이 있긴 하지. 어차피 박해진이라는 배우가 하는 연기라 그런 느낌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여러 인격들이 모여 하나의 캐릭터로 보여야하는데, 이 캐릭터 안에서 상우(내 딸 서영이) 같았다 휘경(별에서 온 그대) 같았다가 할까봐, 그 교집합을 찾는게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장면에서 누구 같아'가 아니라 유정이라는 인물의 범위안에서 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고리가 필요했다. 그런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려웠던 것 같다.

-유정을 이미지 메이킹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많은 분들이 얘기하셨던 부분인 소시오패스적 성향이다. 이중적인 성격이라고들 하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고민이 있었다. 저는 아주 원초적으로 접근했다. 계산적이고 치밀하고 이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유정의 모습을 아예 반대로 생각해서 그만큼 순수한 인물로 봤다. 잘 놀다가도 한 대 툭 맞으면 나도 다시 때려줘야 하는 어린 아이들처럼, 상대가 나한테 잘못했을 때 '어떻게 복수할까'라는 고민도 채 하기 전에 손이 먼저 툭 나가는 일종의 반사작용인 것이다. 설이(김고은)는 정말 좋으니까 그 앞에서 해맑게 웃는 것이고, 인호는 상처가 있기 때문에 그런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순수하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많은 고민이 느껴지는 접근 방식이다.

복잡하게 접근하기 시작하면 유정이 정말 나쁜 놈이 될 것 같았다. 치밀하게 움직이는 것이 돼 버리면 설이를 좋아하는 것도 계산하에, 누구를 괴롭히는 것도 계산하에 하는 것이 된다. 제가 볼 때 유정은 절대 그런 인물은 아니었다. 훨씬 순수한 친구인 것 같았다.

-그럼 유정은 왜 그런 사고방식을 갖게 됐을까.

성장과정에서 오는 결핍이라고 본다, 아버지의 폭력에서 오는. 두드려 맞는 것만이 폭력은 아니잖나. 아버지의 잘못된 훈육 방식 속에서 비뚤게 자란 나무 같은 존재인 게다.


박해진 <사진제공=WM컴퍼니>
-실제 박해진의 성격에서 유정과 비슷한 부분이 있을까.

비슷한 부분이 꽤 많다. 다만 어떤 일을 겪었을 때 유정처럼 되갚아주지는 않는다. 하하. 차라리 안 봐 버리지. 내게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구나 싶으면 아예 안 본다. 유정은 본인이 안 보는 것에 더해, 상대가 자신을 못 보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까지 냉장하거나 잔인하지는 못하다. 연애적인 면에서는 (유정처럼)여자친구에게는 한 없이 다정할 수 있는?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학창시절에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별 것 없었다. 하하. 워낙 눈에 띄는 것을 안 좋아했다. 드러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면이 어떻게 보면 유정 같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다만 유정은 그러고 싶지 않아도 눈에 띄지만, 저는 원래 눈에 띄지 않는 편인데도 더 눈에 띄지 않으려 했달까.

-그랬는데 지금은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게. 저도 그게 궁금하다. 그런 스타일인데 지금 배우를 하고 있다는게, 제가 살면서도 가장 궁금한 부분이다.(웃음)

-제작진이 특별히 요구한 것이 없었나.

원작자는 뵌 적이 없고, 작가님은 뵈었지만 구체적인 얘기를 하시지는 않았다. 정형화된 얘기를 하시지는 않았다.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하는데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는 타입은 아니다. 돌리고 돌려서 말씀을 하신다. 개인적으로 그런 방식이 배우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한다. 연기적으로 간단한 것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런 행동이 나오는가'를 두고 배우를 설득하시는 편이다.

-힌트를 주는 타입이신가 보다.

그래서 배우들이 현장에서 디렉션을 얻고도 잘 모르겠을 때는 감독님 대본 좀 달라고 한다. 대본에 보면 작게 본인의 해석을 써 놓으시는 게 있어서 연기하다가 막히면 배우들이 보여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하하. 매 장면 제작진의 생각과 배우들의 생각들이 첨가가 된 촬영이었기 때문에 더 좋았던 것 같다. '치즈인더트랩'이라는 장르에 잘 맞았던 것 같다. 실화를 바탕으로 철저히 고증해야하는 것이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데, 충분히 소통이 되는 현장이었다. 있는 것에 불편하지만 최대한 맞춰서 가는 것과, 불편함을 해소해가면서 만드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틀에 구애받지 않는 쪽을 택했고, 그것이 맞았다고 본다.

-'별에서 온 그대' 때도 원래는 휘경이 아닌 재경 역할에 관심이 있었다고 들었다. 소시오패스적인 캐릭터였는데, 그런 연기에 욕심이 있었던건가.

'별그대'에서는 재경을 하고 싶었다기 보다, 원래 재경 역할로 출연 논의가 있었다. 처음에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만약에 한다면 재경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다들 의아해 했다.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이었고. 시놉시스에도 3줄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냥 그 역할이 하고 싶었다.

항상 대본을 보고 역할을 선택할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휘경이도 매력적인 친구지만, 재경을 통해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제 생각에 친절하고 지고지순한 모습은 그 전에도 보여줬다 싶었다. 여러사정상 휘경이를 하게 됐지만, 그게 오히려 약이 된 것 같다. 휘경을 연기 했기에 '닥터 이방인'의 냉철한 한재준이나 '나쁜 녀석들'의 이정문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별그대'에서 이재경을 했다면 그 뒤에 그런 색깔의 캐릭터를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대부분 출연작의 흥행 성적이 좋은 편이다.

그런가? 하하. 작품 선택할 때 일차적으로 보는 것은 캐릭터다,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겠지만. 그 다음 스토리도 보고, 다른 역할은 누가 하는지, 시간대는 어딘지 모두 체크하겠지. 제가 일일이 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흥행면에서 보자면 이래저래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방송이라는 게 무조건 재미있다고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여러가지 것들이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이번 작품도 시작부터 시청자 반응이 좋은 편이다. 실감하는지?

다행히도.(웃음) 댓글을 일일이 다 찾아보지는 않지만, 뉴스 베스트 댓글 등은 보는 편이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네티즌 반응이 있나.

'3D가 2D를 이겼다', '빼박유정'? 하하하. 칭찬하는 글은 어떤 글이든 기분이 좋은 법이다.


박해진 <사진제공=WM컴퍼니>
-사전제작이었는데 제작 환경은 어땠나.

좋다. 이번 촬영하면서 한 번도 밤을 새운 적이 없었다. 그런 것들이 배우 컨디션이나 스태프들에게도 그렇고 도움이 많이 된다. 하루종일 추운데서 밤낮없이 촬영을 하는 것과, 잠깐이라도 짬을 내 몸을 풀고 오는 것은 천지차이다. 좋은 환경에서 촬영을 진행했던 것 같다. 확실히 반사전제작이 여러 면에서 좋은 것 같긴하다. 사실 100% 사전을 목표로 달려오긴 했지만, 막상 촬영을 다 완료해 버리면 후반부에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할 수가 없다. 조금은 변경할 여지 정도를 열어둘 수 있다는 점에서 반사전제작이 좋은 것 같다.

-원작과 비교해 드라마적으로 좋았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느낌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알고 있으니까 찍으면서 재미있었다. 원작에서 나온 장면을 살리려고 하는 것도 있었고, 실제로는 너무 오그라드는 느낌이서 각색한 부분도 있고, 원작에는 없지만 드라마적으로 만들어낸 부분들도 있다. 배우들과 제작진이 상의도 많이 하면서 찍어 왔는데, 방송에 나온 것을 보니 현재까지는 만족할 만한 부분이 나온 것 같다.

일단 웹툰을 너무 신경쓰지 않고 진행을 했다. '미생' 처럼 원작을 기반으로 철저하게 고증을 하려고 했으면 스토리북 펼쳐 놓고 하나 하나 디테일을 맞춰 나갔을 텐데, 원작을 알든 모르든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려고 했다. 원작은 보고 아예 털어버렸다. 저희만의 '치즈인더트랩'을 만들어 가려고 했다.

-다른 캐릭터들도 본인이 상상한 이미지와 부합하나?

아주 잘 맞는 것 같다. 싱크로율이라는 게 무조건 닮은 사람을 찾는 것은 아니지 않나. 얼마나 캐릭터를 살려서 연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무조건 외모가 닮았다, 닮지 않았다라는 것 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런데 방송이 나오기 전에 이미 싱크로율에 대한 평가가 나오는 것이 안타까웠다. 첫 회만 봐도 '잘 어울린다'고 얘기해 주실 것 같은데, 보지 않은 상태에서 논한다는 것 자체가 속상한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방송 후에는 그런 얘기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배우들 중 맏형이자 오빠로서 책임감이 클 듯하다.

호흡이 정말 좋다. 제가 맏형이지만 그다지 느낄 수 없을 만큼, (김)고은이나 (서)강준이 모두 의젓하다. 모든 출연진들과 호흡이나 현장에서의 분위기 면에서, 기억 속에 좋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연기하면서 심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힘든 것 보다 좋은 기억이 더 많은 작품이 될 것 같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초반에 4회까지는 캐릭터 설명을 비롯해 굉장한 '사이다 전개'로 유정과 홍설이 사귀기까지 했다. 5~6부에는 로맨스가 나오고 7부부터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펼쳐질 것 같다. 보이지 않았던 인물들을 비롯해 오영곤, 손민수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사건 중심으로 펼쳐질 것 같다. 멜로라는게 너무 달달하기만 하면 자칫 써 질 수 있잖나. 그런 시점에 사건 국면으로 넘어가서 또 다른 전개가 펼쳐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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