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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어느덧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50세)'의 나이가 됐다.
이승환은 지난 19일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열린 '빠데이-26년' 공연을 통해 자신의 최장시간 공연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웠다. 이날 공연에서 이승환은 식사가 제공된 인터미션 40분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공연시간만 6시간 21분(381분)을 기록했다. 이날 이승환이 무대에서 소화한 곡만 총 66곡에 달한다.
이승환의 종전 최장시간 공연기록은 지난 2012년 8월 19일 '빠데이' 공연에서 게스트 없이 총 52곡을 부른 5시간 40분이었다. 그리고 3년 만에 곡수는 14곡이 늘었고, 시간 역시 41분이 추가돼 대기록이 세워졌다.
공연이 길다고 지겨울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날 공연은 이승환의 넒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전천후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이 유감없이 드러난 무대였다.
'좋은 날' '사랑하나요' '화양연화' 같은 곡에서는 달콤한 미성을, '덩크슛' '제리제리 고고' 같은 곡에서는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경쾌한 무대를 선보였다. 또 '꽃' '울다' '완벽한 추억' '그대는 모릅니다' '천일동안' 등 이승환을 대표하는 호소력 짙은 애절한 발라드는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공연 후반부에는'슈퍼히어로' '그대가 그대를' '붉은 낙타' '단독전쟁' 등 에너지 넘치는 강렬한 록 장르의 노래를 선곡, 격렬한 샤우팅을 들려주기도 했다.
공연 시간이 길다보니 다른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구성도 있었다. 공연 중간에 식사 시간인 인터미션이 마련 된 것. 당초 20분의 인터미션이 예정됐지만 1200명의 관객이 동시에 식사를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다보니 40분으로 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관객들의 식사는 소속사인 드림팩토리에서 준비했다. 소속사 측은 관객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를 위해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고급스러운 식재료를 사용하는 업체를 특별히 선정했다. 물론 인터미션은 공연 기록 측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오십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쉬지않고 무대와 객석을 휘저은 이승환의 체력. 이와 관련 소속사 관계자는 "평상시에도 공연을 하면 3시간은 기본으로 하고 있다. 더욱이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라며 "다만 걱정이 됐던 부분은 많은 노래를 부르는데 목이 버텨주느냐 였다. 50곡이 조금 넘어갔을때 '이쯤에서 목이 상하지 않을까' 했는데 목소리가 전혀 변하지 않아 나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전했다.
대기록 달성이 가능했던 최고의 조력자는 역시 관객이었다. 이 관계자는 "아티스트가 혼자 했다면 기록 경신이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6시간 21분 내내 관객들이 보여준 뜨거운 호응과 열광적인 응원이 무대에 오른 이승환 씨에게 큰 힘이 돼 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승환은 왜 이런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에 나선 것일까. 소속사 관계자는 "불과 2~3달 전에 이승환씨가 갑자기 최장시간 공연을 해볼까라는 말을 했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제안을 했다기 보다는 3년 전에 했던 것을 새롭게 도전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저 큰 부담없이 도전해 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통 공연의 3배 이상되는 시간동안 진행된 이승환의 '빠데이-26년'의 티켓 가격이 궁금해 질 수 밖에 없다. 소속사 측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모든 좌석이 동일하게 19만8000원에 판매됐다. 객석은 장시간 공연인만큼 스탠딩이 아닌 좌석제로 운영됐지만 관객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대부분을 기립해 아티스트와 함께 대기록 달성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편 이승환은 21일 정오 미니앨범 '3+3' 선공개곡 '그 한 사람'을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표한다. '그 한 사람'은 이승환의 달콤하고 포근한 음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으로 원조 '음색깡패'가 들려주는 목소리의 감동을 리스너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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