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2015 드라마 키워드 3…원작-1인2역-금토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8-10 08:22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드라마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한때 크게 유행했던 타임슬립물이나 복합장르물의 위세가 한풀 꺾였고, 올해 초 시청자들을 열광케 한 다중인격 캐릭터의 인기도 잦아들었다. 최근의 드라마는 장르적 도전보다는 웹툰이나 해외 드라마 등 탄탄한 원작을 옮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1인 2역 캐릭터가 부쩍 늘어난 것도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평일극이나 정통 주말극의 파급력이 약해지고, 대신 금토극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은 드라마 생태계 변화와 맞물려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의 드라마 경향을 세 가지 키워드로 뽑아봤다.

원작 드라마 열풍

'미생'처럼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들의 성공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SBS '하이드, 지킬, 나', '냄새를 보는 소녀', tvN '구여친클럽', '호구의 사랑' 등이 방영됐고, 현재 JTBC '라스트'와 MBC '밤을 걷는 선비'가 방영 중이다. 최규석 작가의 인기 만화 '송곳'과 박해진·김고은이 캐스팅된 '치즈 인 더 트랩'은 각각 JTBC와 tvN에서 제작 준비 중이다. 최근 몇 년간 지속돼온 웹툰 원작 드라마 열풍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미 관행화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웹툰의 검증된 콘텐츠는 드라마의 실패 확률을 낮춰주고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화젯거리를 양산해 방영 시점까지 기대감을 높여갈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작팬들의 정서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캐릭터 싱크로율과 배우 캐스팅에 대한 잡음은 웹툰 원작 드라마에 흔하게 따라붙는 논란이다. '치즈 인 더 트랩'의 원작팬들에겐 '치어머니'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까지 붙었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는 반면, 해외 만화나 해외 드라마의 리메이크작은 점점 인기가 식어가는 분위기다. KBS2 '노다메 칸타빌레'는 원작 만화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방영 내내 혹평에 시달렸고, 대만 드라마를 옮긴 SBS '너를 사랑한 시간'과 일본 드라마와 만화를 옮긴 SBS '심야식당'도 기대만큼의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 시청자들의 정서와 취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웹툰과 드라마는 매체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인 차별성이 존재하지만, 리메이크 드라마는 원작 드라마를 뛰어넘는 차별성을 갖기 어려워 실패 사례가 많다. 때문에 드라마 원작으로서 웹툰의 주가는 날로 치솟고 있다.


사진제공=tvN
여배우들의 1인 2역 변신

최근 드라마에는 미스터리적 요소를 품은 1인 2역 캐릭터가 유난히 많았다. 최근 종영한 SBS '가면'은 도플갱어 설정의 비밀과 그로 인한 암투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가난한 백화점 직원 변지숙과 유력 대권후보의 딸 서은하를 모두 연기한 수애의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KBS2 '후아유-학교2015'는 '왕자와 거지'를 연상시키는 이야기 안에 학교 폭력이나 성적 지상주의 등 10대의 고민거리를 녹여낸 차별화된 학원물이었다.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연기력을 선보인 김소현은 '아역' 타이틀을 떼고 '여배우'로 불리게 됐다. tvN '오 나의 귀신님'의 박보영은 '빙의'를 통해 소심녀에서 응큼녀로 180도 달라지는 두 캐릭터를 노련하게 소화해 매회 극찬을 받고 있다. 여성 시청자들까지 사르르 녹게 하는 '특급 애교' 연기는 박보영의 원맨쇼를 방불케 한다.

앞으로도 여배우의 1인 2역 도전은 늘어날 전망이다. 김현주는 SBS 새 주말극 '애인있어요'에서 1인 2역에 도전하고, 10년 만에 안방극장 컴백을 알린 이영애는 '사임당'에서 수백년의 시간을 오가며 신사임당과 한국 미술사를 전공한 대학 강사를 연기한다.


드라마 속 1인 2역이 여성 캐릭터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특이한데,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풀이된다. 남성 캐릭터는 순정파 재벌남부터 초능력을 지닌 외계인(별에서 온 그대)과 1인 7역 다중인격(킬미 힐미)까지 독창적인 인물이 많았지만, 여성 캐릭터는 비교적 단순하고 평면적이었다. 남성 캐릭터뿐만 아니라 여성 캐릭터의 매력이 중요 시청 포인트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1인 2역 여성 캐릭터는 드라마에 반전 요소를 제공해 극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만큼 캐릭터의 매력도 커진다. 배우에겐 연기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진제공=KBS
금토, 드라마 격전지로 부상

드라마의 격전지는 평일에서 금토로 넘어오고 있다. 정통 주말극도 금토극의 세력 확장에 밀려나는 분위기다. 금토극을 처음 시도해 라인업을 정착시킨 방송사는 tvN이지만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건 KBS2 '프로듀사'다. 드라마 시청층이 확보된 금토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된 '프로듀사'는 김수현, 차태현, 공효진, 아이유 등 톱배우들을 내세워 방영 내내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했다. 지상파에서도 금토극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현재는 tvN '오 나의 귀신님'과 JTBC '라스트'가 동시간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 나의 귀신님'은 첫 방송 이후 4주간 드라마부문 VOD다운로드 매출 1위, 한 달간 주요 포털 사이트 영상 누적조회수1500만 건을 돌파하며 화제몰이 중이고, 윤계상·이범수의 미친 연기력을 앞세운 '라스트'의 입소문도 거세다. '라스트'의 전작 '사랑하는 은동아'는 중장년층 남성 시청자까지 끌어들이며 높은 체감 인기를 누렸다.

향후 금토극 라인업도 쟁쟁하다. tvN에서는 '응답하라 1988'과 '미생' 김원석 PD의 신작 '시그널'을 준비 중이며, JTBC는 한국형 재난드라마 '디데이'를 선보인다. 지상파의 평일 미니시리즈에 필적할 만한 기대작들이다.

반면, 지상파의 월화극과 수목극에선 한 자릿수 시청률이 속출한다. 지상파 평일 심야 드라마 중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SBS '용팔이'가 유일하다. 주말극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서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도 저조하다. 동시간대 경쟁작이 없는 KBS2 '파랑새의 집'의 시청률 20% 중반에 불과하다.

이같은 변화는 시청 패턴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시청자들이 다음날 출근 부담이 없는 평일보다는 금요일 밤에 TV 시청을 즐긴다는 것이다. 금요일이 주말의 시작으로 인식되면서 그 시간에 개인적인 휴식을 갖는 방식으로 생활 패턴이 변했고 그러면서 TV 본방 시청층의 유입이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토극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이유다.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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