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천하] '어색한 뚱보' 정형돈의 13년 천왕 등극기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5-08-03 09:48 | 최종수정 2015-08-06 10:18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강호동,신동엽, 이경규,이휘재를 비롯해 윤종신, 유희열, 성시경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예능천하-졍형돈01

형체 없는 창과 방패가 24시간 소리 없이 전쟁을 치루고 있는 치열한 예능왕국에 천왕의 왕관을 쓴 자가 있다.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 예능의 '4대 천왕'의 왕관을 쓴 듯 보여도, 그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의 왕관을 벗길 이가 하나 없는 것으로 보아 그가 이미 천왕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건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터. 변방의 고수에서 천왕에 이르기 까지 13년 동안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정형돈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회사에 6년 동안 근무하던 그는 돌연 사표를 내고 '다른 사람을 웃기고 싶다는' 꿈을 찾아 나섰다.

임오년(壬午年·2002년)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계라는 거친 자갈밭길에 들어선 그는 일명 '심은하 머리'라고 불리는 찰랑한 단발머리를 하고 도레미 트리오, 갤러리 정 등 캐릭터를 맡으며 나쁘지 않은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공개 코미디에서 버라이어티라는 '예능 정글'로 넘어오면서 그의 긴 암흑기는 시작됐다. 병술년((兵戌年·2006년) 정형돈은 '인생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을 만났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내 분량' 사수를 위해 치고 받아야 하는 버라이어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그는 치고 나오는 '버라이어티 형 예능인'들에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웃기는 것 빼고 다 잘하는 개그맨' '어색한 뚱보' 등 '공채 개그맨'에게는 굴욕적인 별명들을 달았다.



그러던 그가 무자년(戊子年·2008년)부터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에서 국가를 부름을 받아 잠시 자리를 비운 하하의 빈자리를 '미친 존재감'으로 채워가기 시작했다. 유재석과 '햇님 달님' 형제를 결성해 남다른 예능감을 발산하더니 '예능계의 기능인' 출신 답게 에어로빅 특집에서 육중한 몸과는 어울리지 않는 날렵한 동작으로 시선을 끌어당기고 서서히 물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또한, '패션 하위권'에 머물던 그가 '패셔니스타'을 자칭, 대한민국 최고의 트랜드세터인 지드래곤을 겨냥하며 "보고 있나"를 외치기 시작, 마침내 경인년(庚寅年 2010년)은 정형돈의 해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장면 장면마다 미친 존재감을 뽐내며 '미존개오'(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족)로 등극하더니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 이후 그야말로 정점을 찍었고, 바야흐로 정형돈의 시대를 열었다.

'어색한 뚱보'였던 그가 '미존개오'를 거쳐 '예능 4대 천왕'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그는 대한민국 예능 진행자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강호동과 유재석의 장점을 모아놓은 원석이다. 그에게서는 '힘'과 '체력'을 앞세운 강호동 식 예능을 엿볼 수 있다. '예능계의 기능인'이라고 불렸을 만큼 못하는 게 없었던 그는 '몸 쓰는 개그'에서는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낸 바. 어두운 암흑기 시절인 '안 웃기는 개그맨' 때에도 '무한도전'에서 몸개그를 선보였다 하면 항상 빵빵 터뜨렸다. '꼴 보기 싫은' 동료에게 날리던 '족발 당수'가 어느새 '레슬링 특집'에서는 최고의 기술로 둔갑 된 바.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10년을 함께 했던 것만큼 유재석이 가지고 있는 장점도 흡수했다. '국민 진행자' 유재석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해주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다는 것. 아무리 '노잼' 출연자가 나와도 출연자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그런 '배려심'을 정형돈이 그대로 흡수했다고 하겠다. 가요제를 함께 했던, 또 함께 할 정재형과 혁오 밴드는 예능 경력이 전무하다 시피 했던 인물. 하지만 정형돈은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그들을 가요제의 중심 핵으로 떠오르게 했다.이번 가요제 준비에 앞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누구 띄어줄까"라던 그의 말이 단순히 '허세'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정형돈은 4년에 한번 가요제 때마다 '포텐'을 터뜨린다"는 말은 결국, 정형돈이 함께 할 파트너와의 '케미'를 가장 잘 살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의 '게스트 살려주기' 능력은 '형돈이와 대준이'로 힙합 듀오 활동을 하기도 했던 소울 메이트 데프콘과 함께 진행하는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에서 빛을 발한다. 예능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 아이돌부터 '팬들 의식'으로 인해 마음껏 망가질 수 없는 아이돌 그룹까지도 맛깔스럽게 살려내는 그의 능력은 실로 놀랍다. 특히, 인피니트, 지드래곤 등 자신과 남다른 친분이 있는 아이돌이 출연하는 날이면 그야말로 입담이 폭발한다. 지하 3층 '변두리 프로그램'이었던 '주간 아이돌'이 대한민국 아이돌이라면 '꼭' 출연해야 되는 필수 프로그램이 된 데에는 정형돈의 공이 가장 혁혁하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 수많은 해외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아이돌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 덕분에 외국에서도 한류 MC의 반열에 들어선 정형돈이 아시아의 4대천왕으로 거듭날 날은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인다.

모든 이에게는 흥망성쇠가 있기 마련이다. 그를 잘 아는 방송 관계자들은 "유난히 암흑기가 길었던 그에게는 '흥'할 일만 남았다"고 입을 모은다. 정형돈 본인이 아닌 주변인들이 그를 인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성기를 누리며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으면서도 과거와 다름 없는 그의 한결같은 모습 때문이다. 정형돈은 암울했던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고, 방송을 만들어 내는 모든 사람들의 중요성을 항상 새기고 있다. 최근 그가 진행을 맡고 있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한 스태프가 온라인 상에 남긴 정형돈에 대한 글만 봐도 그렇다.

'JTBC 조연출이세요?'라고 묻던 한 게스트의 물음에 "본사 PD가 아니고 프리랜서예요"라고 대답했다는 글쓴이.

이를 듣던 정형돈은 "그게 뭐가 중요해. 이 일을 좋아하고 지금 하고 있으면 되는 거지, 네가 열심히 해줘서 지금 우리 프로그램도 있는 거야. 녹화 때마다 열심히 해주잖아"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일화만 봐도 대중은 그의 인기가 '반짝'이 아닐 거라는 것을 안다.

재능과 인성, 간절함을 알고 "정 힘들 때 브레이크 한 두 번 정도는 밟아도 되지만 힘들다고 결코 쉬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정형돈, 쉬지 않고 달릴 그의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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