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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는 뮤지컬 '데스노트', 일본에서 미리 보니…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4-16 10:38


ⓒ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창백한 종이 위에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다. 타이머는 숫자 '0'을 향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날카로운 초침 소리가 점차 숨통을 조여온다. 이윽고,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힘없이 쓰러지는 그림자. 그 위로 음울하게 흐르는 오케스트라 선율이 관객들을 섬뜩한 기운 속으로 몰아넣는다.

죽음을 부르는 노트라는 독특한 소재로 사랑받아 온 '데스노트'가 뮤지컬로 제작돼 지난 6일부터 일본에서 세계 초연 중이다. 일본 굴지의 뮤지컬 제작사 호리프로(Horipro Inc.)가 동명의 인기 만화를 무대 위로 옮겼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유명한 천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일본 신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한 일본 공연계의 거장 쿠리야마 타미야가 연출을 맡았다.

뮤지컬 '데스노트'는 그룹 JYJ와 배우 최민식, 설경구, 이정재 등이 소속된 씨제스엔터테인먼트가 설립한 공연제작사 씨제스컬처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홍광호, 김준수. 정선아, 박혜나, 강홍석 등이 출연하는 한국어 공연이 오는 6월 20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그에 앞서 15일 일본 도쿄 닛세이극장에서 미리 만난 뮤지컬 '데스노트'는 원작의 탄탄한 이야기와 메시지를 토대로 극의 기괴한 분위기를 충실하게 구현해낸 무대로 눈길을 끌었다.

이미 한국에서도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된 만큼 줄거리는 매우 친숙하다.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음을 맞게 되는 데스노트로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고교생 라이토와 그를 저지하려는 명탐정 엘(L)이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친다.


ⓒ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무대를 누비는 캐릭터는 마치 원작 만화를 찢고 튀어나온 듯 살아 숨쉰다. 데스노트의 힘에 취해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해가는 라이토, 구부정한 자세와 번뜩이는 눈동자로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엘. 두 인물의 독특한 매력과 에너지는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지배한다. 특히 라이토와 엘의 대결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이들은 회전 무대 양쪽 끝에서 대사와 음악을 주고받으며 심리전을 펼치는데, 그 충돌 에너지가 상당히 격렬하다. 한국 공연에서는 홍광호와 김준수가 각각 라이토와 엘 역을 맡을 예정이라 더 큰 기대를 갖게 된다.

그동안 아름다운 멜로디를 선보여온 프랭크 와일드혼은 이 작품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넘버들로 작품의 분위기와 캐릭터의 심리변화를 표현했다. 극 전개에 연극적 요소가 많고 인물들의 움직임이 단순한 편이라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약점을 와일드혼의 음악이 상당 부분 보완했다. 그중에서도 라이토·엘의 듀엣곡과 군중 합창곡은 상당히 웅장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극이 전개되면서 라이토는 정의의 이름으로 살인을 자행하는 범죄자로 전락하고 데스노트는 살인의 도구로 변질된다. 쿠리야마 연출은 선과 악,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진 혼돈 속에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녹여냈다. 라이토에게 처음 데스노트를 준 '죽음의 신' 류크가 즐겨먹는 '사과'는 성경 속 선악과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한국 공연은 일본 공연의 뼈대를 유지하되 몇 가지 설정을 보완한다. 라이토를 숭배하다 제2의 데스노트를 손에 넣게 되는 아이돌 가수 미사는 한국 공연에서 20대 솔로 디바로 바뀐다. 전체적인 세트 구성은 유지하되 약간씩 볼거리를 더하고, 캐릭터의 의상도 손볼 계획이다. 홍광호와 김준수는 전 회차에 원 캐스트로 무대에 선다. 6월 20일부터 8월 9일까지 공연된다.
도쿄=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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