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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종이 위에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다. 타이머는 숫자 '0'을 향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날카로운 초침 소리가 점차 숨통을 조여온다. 이윽고,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힘없이 쓰러지는 그림자. 그 위로 음울하게 흐르는 오케스트라 선율이 관객들을 섬뜩한 기운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미 한국에서도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된 만큼 줄거리는 매우 친숙하다.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음을 맞게 되는 데스노트로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고교생 라이토와 그를 저지하려는 명탐정 엘(L)이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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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전개되면서 라이토는 정의의 이름으로 살인을 자행하는 범죄자로 전락하고 데스노트는 살인의 도구로 변질된다. 쿠리야마 연출은 선과 악,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진 혼돈 속에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녹여냈다. 라이토에게 처음 데스노트를 준 '죽음의 신' 류크가 즐겨먹는 '사과'는 성경 속 선악과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한국 공연은 일본 공연의 뼈대를 유지하되 몇 가지 설정을 보완한다. 라이토를 숭배하다 제2의 데스노트를 손에 넣게 되는 아이돌 가수 미사는 한국 공연에서 20대 솔로 디바로 바뀐다. 전체적인 세트 구성은 유지하되 약간씩 볼거리를 더하고, 캐릭터의 의상도 손볼 계획이다. 홍광호와 김준수는 전 회차에 원 캐스트로 무대에 선다. 6월 20일부터 8월 9일까지 공연된다.
도쿄=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