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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여배우 김혜수, '차이나타운'으로 정점 찍을까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5-03-24 12:55 | 최종수정 2015-03-25 05:44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

샤를리즈 테론은 할리우드에서 미모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배우다. 이 미모의 배우의 대표작은 단연 '몬스터'다. '몬스터'로 테론은 2004년 아카데미상은 물론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배우조합상, 전미비평가협회상, 골든글로브상, 시카고 비평가협회상 등 전미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또 작품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테론 필생의 역작이라는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작품에서 테론은 '흉칙'에 가까운 분장을 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테론의 외모를 비하하는 이는 없었다. 반대로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에 찬사를 보낼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에도 이런 찬사를 받을 만한 배우가 나타났다. 바로 김혜수다.

'차이나타운'에서 김혜수는 까칠한 피부,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두툼한 뱃살까지 선보이며 여배우로서의 미모를 완전히 포기했다. 김혜수가 맡은 엄마 역은 본명도 과거도 베일에 싸여 있는 이민자 출신으로 폭력적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직을 일구고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인물이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어려운 일을 처리하고,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냉혹하게 처리하면서도 감정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는다. 거친 세계에서 살아 남은 여자답게 하얗게 센 머리칼과 주근깨 가득한 피부 등은 엄마 캐릭터에 사실감을 더한다.

이에 대해 김혜수는 "말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도 집중했다. 엄마라는 인물을 '현실에 있을 법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겠다' '지나가다 우연히 엄마를 마주치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가 내뿜는 기운은 어떨까'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스하면 떠올릴수 있는 고착화된 이미지를 배제했다. 피부 상태나 머리 상태가 어떤 위협적인 모습을 주기 위해가 아니라 피폐한 삶을 사는 여자의 피폐한 모습이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또 "방치된 피부, 방치된 머리, 10년 후에 만나도 엄마 그대로의 모습이었으면 했다. 여성성은 배제했고 어설프게 남성 흉내 내는 것도 배제했다. 성별이 의미가 없고 실제 나이가 몇살인지도 전혀 가늠하기 힘든 인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김혜수는 여배우로서는 결코 쉽지 않았을 특수 분장으로 두둑한 뱃살을 만들고 거친 머릿결과 피부를 연출했다.


'몬스터'의 샤를리즈 테론(위)과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하지만 비단 망가지는 분장을 해서 김혜수를 치켜세우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엄마' 역을 위해 이같은 분장을 자청했고 캐릭터에 대한 파격적인 제안을 서슴지 않았다. 메가폰을 잡은 한준희 감독은 "사실 이런 수위까지 해주실까 걱정을 했다. 그런데 흔쾌히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직접 많은 제안을 해줘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신인 감독으로 한국 대표배우 중 한명을 캐스팅한 부담을 덜었던 순간이었다.

김혜수는 자신이 맡은 엄마라는 캐릭터를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굉장히 강렬하고 충격적이었다. 매력적이고 흥미로웠지만 망설였고 결정까지 꽤 오랜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그만큼 엄마라는 역할이 '차이나타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엄마 캐릭터로 인해 다른 캐릭터들까지 표현의 폭이 바뀌는 정도이니 말이다. 때문에 한 감독은 처음 엄마 캐릭터를 섭외할 때 목표가 바로 '당대를 풍미하고 있는 여배우'였다. 그리고 그 캐스팅의 정점을 김혜수란 명배우로 찍었다.

김혜수의 연기력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심 끝에 '차이나타운'을 선택함으로써 김혜수는 '여배우가 가장 포기하기 힘들다'는 예뻐보이기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그는 연기력을 넘어 더 아름다운 여배우로 거듭났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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