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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넥슨은 일본 스퀘어에닉스와 온라인게임 파이널판타지11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게임(Massively Multiplayer Mobile RPG)을 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MMMRPG '바나딜 프로젝트'라고 소개됐습니다. 여기서 바나딜(Vana'diel)이란 리니지의 아덴월드, 리그오브레전드의 소환사의 협곡, 디아블로의 성역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지칭합니다.
최근 모바일에서도 온라인게임과 같은 형태가 등장하긴 했지만 이번 신작은 파이널판타지11의 세계관과 게임성을 DNA로 아예 새로운 조작방식과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게임이 아닌, 기존 온라인게임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서 모바일에서 온라인게임과 유사한 재미와 환경을 즐길 수 있는 개념도 강하게 느껴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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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판타지11은 2002년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게임입니다. 독특한 점이라면 통합 서버 정책으로 전세계의 유저들이 한 곳에 모여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는 온라인게임은 현지에 맞는 방식의 서비스를 위해 독자적인 서버를 운영하는데, 스퀘어에닉스는 당시 하나의 서버에 전 세계 유저들을 함께 수용했습니다.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유행하는 단어인 '원빌드'의 시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글로벌 언어를 지원해 전세계 유저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죠. 그렇다보니 게임 내에서 잠시 혼란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어, 영어, 독일어, 불어, 알 수 없는 언어들이 중구난방 채팅창에 등장했으니까요.
한동안 일본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외국 사람들도 각자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었지만 어떤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 인 것처럼 최상위권의 플레이어들은 한곳에 모이면서 결국 글로벌 리딩 커뮤니티가 형성되었습니다. 특정 서버에서는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운영된 커뮤니티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는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고 몇 년이 지나자 다국어 사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습니다.
2002년 국내에는 리니지2가 서비스되기 직전이었고,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2004년에 서비스된 것을 감안하면 일본에서 파이널판타지11의 런칭과 글로벌 통합 서비스는 상당한 모험이자 그들의 능력을 보여준 사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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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판타지11은 기존 온라인게임에 등장하지 않았던 독특한 시스템들을 선보이며 이후 등장한 리니지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브 온라인 등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파이널판타지11 스크린샷을 보면 몬스터를 혼자 사냥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10레벨 이후에는 혼자서 몬스터를 쓰러뜨리기 어렵고 반강제로 파티를 강요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솔로 플레이가 언급된 이유도, 과거의 게임 버전은 혼자서 게임을 즐길 수 없는 방식이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은 개선되었지만 과거에는 파티원을 모으기 위해 몇 시간씩 마을에서 파티 모집을 해야 했습니다. 자동 매칭이 자연스러워진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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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직업을 마스터 한 상황이라면 파티 구성에 따라 힐러 직업으로 합류할 수도 있고 탱커로 활약할 수 있습니다. 전투 중에 직업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파티 재편성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 2탱커, 2딜러, 2힐러의 조합도 만들 수 있고, 1탱커, 4딜러, 1힐러 등의 시도도 해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 버전에서는 직업 체인지가 파티전투의 관건이 된다고 발표한 것으로 유추해보면 조금 더 유연한 플레이를 지원할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온라인버전은 특정 조합을 만들어야만 파티 구성이 좋아 몇몇 직업은 소외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자유로운 직업 변경을 바탕으로 다이내믹한 전투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발표회에서 언급된 잡커맨드와 연계 시스템도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스퀘어에닉스는 콘솔 게임을 오랜 기간 개발해 온 회사이기에 각각의 직업에 필살기 개념의 커맨드를 하나씩 넣었습니다. 콘솔의 차징 개념을 온라인에 적용해 2시간에 한번만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 이것이 잡 커맨드입니다. 탱커는 일정 시간 동안 체력이 소모되지 않고, 적마법사는 캐스팅 시간 없이 마법을 사용하며, 백마법사는 모든 죽었던 아군을 부활시킬 수 있는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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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쉘은 파이널판타지11에 등장하는 커뮤니티 시스템입니다. 길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독특한 점은 여러 곳의 링크쉘을 가지고 바꿔 착용하면 언제든 해당 채널과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 길드와 다소 차별화가 됩니다. 넥슨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새로운 버전에서는 길드 시스템까지 추가되어 소속감이 강해지면서도 과거의 시스템을 계승해 여러 친구들과 친목집단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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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넥슨와 바나딜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많은 일본의 유저들은 사실상 기존 게임의 종료 선언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파이널판타지11과 파이널판타지14는 스토리가 강조된 온라인게임인데, 최종장의 업데이트를 예정해 시나리오의 끝을 보여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유지는 되겠지만 콘솔 버전의 접속은 종료되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모바일에서 진행된다는 소식에 자연스러운 종료의 수순이라는 것이죠.
여전히 기존 버전의 연장선상이 아니냐는 의견과 예측이 존재하고, 새로운 서버에서 모바일버전의 접속을 이어갈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14년간 서비스되어 온 서버를 기반으로 새로운 버전의 모바일게임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파이널판타지14의 리뉴얼을 성공적으로 마친 스퀘어에닉스는 파이널판타지11의 리뉴얼이자 도약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래서 명확한 언급은 없었지만 넥슨과 새롭게 개발하는 파이널판타지11은 기존 버전과 다른 공간에서 제작되는 100% 새로운 게임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기존 게임의 시스템과 유닛, 몬스터 등을 계승하는 개념입니다.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파이널판타지11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국내의 온라인게임들과 비교해 상당히 조작이 어려운 게임이고, 전술적 요소가 상당히 높은 온라인게임입니다. 연계는 초단위의 타이밍을 요구하고 던전 역시 커맨드와 직업 조합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이를 모바일이란 제한적 환경에서 얼마나 제대로 구현해낼 수 있을지를 유저들은 걱정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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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파이널판타지11 바나딜 프로젝트는 모바일 MMORPG 시장에 큰 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넷마블, 433 등이 국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아직 모바일 MMORPG 장르는 선점하지 못한게 사실이구요. 온라인게임의 꽃이라 불렸던 MMORPG 장르는 모바일에서도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RPG 시장이 주도한 것처럼 유저들은 색다른 재미를 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모바일게임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어려운데 MMMRPG는 과거 온라인게임처럼 게임 내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14년간 콘텐츠를 쌓아왔고 콘텐츠 검증을 해 왔던 파이널판타지11을 기반으로 제작하는 MMMRPG는 기존의 게임들과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차이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해야할 것들이 많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할 수도 있지만 이번 넥슨의 도전은 모바일게임 시장에 큰 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