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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하는 매순간, 캐릭터 자체로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김예원이 뮤지컬계에서 주목받는 배우라는 걸 미처 몰랐다. '올슉업'이 벌써 세번째 뮤지컬이란다. 그녀의 뮤지컬 입문기가 궁금했다. 그런데 웬걸. 시작은 영화 OST였다고 한다. 약간 비음 섞인 그녀의 개성 있는 목소리를 탐낸 이들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정말 재주 많은 배우다.
데뷔작인 영화 '가루지기'에서 음악감독의 권유로 테마곡에 참여했다. 그땐 가벼운 허밍 정도였다. 이후 그 음악감독이 다음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에서도 김예원을 찾았다. 김예원은 출연도 안 했는데 말이다. 그것이 계기가 돼서 SBS 드라마 '신기생뎐'의 OST를 불렀는데 그 노래가 엔딩곡이 됐다. 이후 '신기생뎐' 음악감독의 권유로 연극과 콘서트가 버무려진 김현식 추모공연 '비처럼 음악처럼' 무대에 섰고, 정식 오디션을 거쳐서 김광석의 주크박스 뮤지컬 '디셈버' 배역을 따냈다. '디셈버'를 본 또 다른 제작자의 눈에 띄어서 일본에서 막이 오른 뮤지컬 '궁'에도 출연했다. "첫 뮤지컬이었던 '디셈버'에 출연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사람이 이런 감정까지 느낄 수 있구나 하고 전율했죠. 지금도 그때 무대에서 받은 에너지를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사랑만 할래'를 마친 뒤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처음 경험하는 일일극. 7개월간의 장기 레이스를 마치고 나니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숨도 못 쉴 정도로 감정이 북받쳐올랐다. "여러 베테랑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윤종훈, 서하준 등 또래배우와도 처음부터 호흡이 척척 맞았고요. 촬영감독님에게는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스태프와도 친밀했죠. 배우로서도 많은 걸 배웠어요. 호흡이 긴 작업이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마치 직장생활 하듯 촬영이 반복되는 현장이기 때문에 나태해지지 않으려면 배우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깨달았죠."
최근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선 영화 '써니' 출신 여배우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심은경, 강소라, 남보라, 천우희 등. 김예원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들이다. 멀리 있어도 항상 응원한다. '써니' 친구들을 떠올리던 김예원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천우희 얘기를 꺼내며 마치 자신이 상을 받은 것처럼 뭉클해했다. "우희가 출연한 '한공주'를 혼자서 보러 갔어요. 엔딩 크레딧에 우희 이름이 뜨는데 정말 많이 울었어요. 함께 걸어온 시간들도 떠오르고,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우희에게 상을 받아 마땅하다는 얘기를 지겹도록 해줬어요."
김예원은 "천우희가 얼마나 잘하는 친구인지 잘 알고 있다"고 거듭 말했다. 이 말을 김예원에게도 되돌려주고 싶다. 그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 말이다. 이 재능 많은 배우가 이제 막 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써니'가 찾아낸 또 하나의 원석. 이번엔 김예원 차례가 다가온 것 같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