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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는 말이 서툴다고 했다. 더군다나 그렇게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말이 계속 꼬인단다. 영화 '카트'의 시사 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그녀는 쏟아지는 다소 무거운 질문들에 다소 당혹스러운 듯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힘 없는 비정규직 연기를 했다고, 그녀의 연기보다 사회 의식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여배우의 화려한 삶을 사는 그녀가 과연 공감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연기를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은 사극도 연기하지 않나. 선희의 입장에서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몰입이 잘 되더라. 촬영에 들어가면 아들 (도)경수만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아마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한 것 같다."
염정아는 러닝타임 내내 민낯의 아줌마로 촬영에 임했다. 드라마 '로열패밀리', '나비 부인' 등에서 럭셔리한 역할로 등장했던 그녀를 생각하면 다소 낯선 변화다.
묵직한 주제의 영화. 선택이 어려웠을까. "그렇지 않았다. 의외로 선택은 쉬웠다. 나한테 이런 역할이 들어오다니 잘 됐다고 생각했다. '카트'의 제작자인 명필름과 오래 전부터 일해보고 싶었고, 신뢰가 있었다. 부지영 감독도 문정희도 김영애 선생님도 믿음이 갔다.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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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4년이 흘렀다. 그녀는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4년이 지난 긴 세월 동안 그는 쉼없이 연기를 해왔다."사실 욕심 부리고, 그럴 나이는 지났다. 한 작품, 한 작품이 내게 오는 것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1년에 한 편씩 꾸준히 하겠다는 것이 목표였고, 그렇게 하다보니 이 자리에 서있다."
하지만 그토록 긴 세월 동안 아쉬운 점이 없었으랴. "연기 생활을 하면서 조금 더 일찍 연기의 재미를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는 뭔지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했다. 재밌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일이라고 생각하고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카트'까지 이렇게 찍어오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았을 시절에 좀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볼 걸 그랬다." 이어 "큰 의미를 찾지 않는다. '카트'를 많이 봐주시고, 그저 지나갈 때 전단지 돌리는 누군가에게 과연 어떤 사연이 있길래 하는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번지르르한 미사여구 보다 울림 있는 단 한 컷의 연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를 보여주는 게 배우라면 염정아는 말 대신 연기로 충분한 대답을 다 했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