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을 적시는 연극, 김동수컴퍼니의 '인생: 활착(活着)'-극단 산울림의 '연기 속의 그녀'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4-09-28 15:44


극단 산울림의 '연기 속의 그녀'. 이미지 제공=극단 산울림

깊어가는 가을, 연극 한 편을 보며 마음을 추스르기 좋은 계절이다. 인생과 사랑의 의미를 담은 연극 2편이 팬들을 기다린다. 극단 김동수컴퍼니의 '인생: 활착(活着)'과
극단 산울림의 '연기 속의 그녀'다.

'인생: 활착(活着)'은 소설 '허삼관 매혈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중국작가 위화의 대표작이다. 중국의 거장 장이모우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귀복이라는 한 노인의 가족사를 통해 '삶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운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를 초연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원로 연극배우 김동수의 실제 배우 인생을 접목시켜 극중극 형식으로 공감의 폭을 넓힌다.

주인공 귀복은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젊은 날 도박으로 재산을 다 날려버리고 낙향한다. 이때부터 그에겐 말도 안되는 비극이 잇달아 벌어진다. 귀복은 어머니의 약을 지으러 읍내에 갔다가 국민당에게 끌려 국공내전에 휩싸이게 된다. 2년 후 집에 돌아왔으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딸 봉하는 열병을 앓아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되어 있다. 아들 유경은 5학년이 됐을 때 교장 선생 부인을 위해 수혈해주다 그만 피를 너무 많이 뽑는 바람에 죽는다. 장성한 딸 봉하는 읍내의 머리 삐뚤어진 석이에게 시집을 가지만 아이를 낳다가 죽고, 사위 석이도 시멘트 일을 하다 시멘트 판에 깔려 죽고, 손자 고근이도 귀복이 삶은 콩을 너무 먹어 목이 메어 죽는다. 홀홀단신 담은 귀복은 늙은 소와 함께 세월을 낚는다.

귀복에게 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일까. 그가 감내해야했던 모진 시련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러나 정작 귀복은 담담하다. "나는 말이야. 바로 이런 운명이었던 거야. 젊었을 때는 조상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살았고, 그 뒤로는 점점 볼품없어졌지만 나는 그런 삶이 오히려 괜찮았다고 생각해." 삶이란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살아내는' 것일 수도 있다.

10월 9일부터 11월 2일까지 대학로 김동수플레이하우스. 김동수를 비롯해 한경미 박상협 오준범 등 출연. 이재호 코웨이 부사장과 김범수 아나운서, 정은미 플라워컴퍼니 대표가 특별출연한다. 연출 김석주.

극단 산울림의 '연기 속의 그녀'는 프랑스의 젊은 작가 엠마뉴엘 로베르-에스빠리유의 재치 넘치는 로맨스다.

어느 토요일 밤, 레스토랑에서 첫 데이트를 하는 남자와 여자. 다소 엉뚱하면서도 순진한 남자와 당차고 매력적인 여자는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뜻밖의 방해물이 등장한다. 바로 담배다. 비흡연자인 남자는 정신과 의사에게, 흡연자인 여자는 친구에게 각각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둘의 관계를 이어가려 하지만 흡연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친다. 담배만 안 피우면 완벽한 내 여자, 담배 때문에 스트레스만 안주면 완벽한 내 남자, 이들의 사랑은 과연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젊은 남녀간의 사랑에는 언제나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다. 이 작품에서 그것은 바로 담배다. 담배 연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그들의 사랑은 잦은 다툼과 오해와 실망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담배를 통해 남녀 사이의 이해와 소통에 따른 관계정립의 방법을 제시한다.

서은경과 박윤석 출연. 연출은 임수현. 10월 14일부터 11월 9일까지 홍대앞 소극장 산울림.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극단 김동수컴퍼니의 '인생: 활착(活着)'. 이미지제공=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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