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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에 '나의 독재자'까지, 실화가 관객들을 잡는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4-09-26 08:38



실화를 소재로한 영화들이 한국 영화계를 강타하고 있다. 다음 달 2일 '제보자'가 개봉하는데 이어 설경구 박해일 주연의 '나의 독재자'도 다음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나의 독재자'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한복판, 자신을 김일성이라 굳게 믿는 남자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제대로 꼬여버린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와 박해일이 부자(父子) 관계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첫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의 대역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신선한 설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의 독재자'에서 무명의 배우에서 점차 독재자로 변해가는 성근 역은 설경구가 맡았다. 박해일은 그의 백수건달 아들 태식을 연기한다. 이번 영화에서 설경구가 실제 인물인 김일성 대역을 얼마나 리얼하게 그려낼지가 관심거리다.

연출을 맡은 이해준 감독은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전에 실제와 같은 리허설을 치렀다는 기사를 봤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독재자의 대역을 맡는 인물이 있으며, 그것은 대한민국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직책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철두철미한 리허설을 한다는 역사적 사실이 흥미로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제보자'는 2005년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어놨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을 다룬 영화다.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했다는 이장환(이경영) 박사와 그의 팀에서 일하다 논문 조작을 제보하는 심민호(유연석) 그리고 이를 파헤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윤민철 PD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스캔들 자체보다는 윤민철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진실을 파헤치나에 집중돼 있다. 윤민철 역을 맡은 박해일은 "감정의 세기가 크다보니 그쪽에 에너지를 많이 쏟아서 연기했다"며 "실화 소재라고 해도 하나의 장르일 뿐이다. 예민한 문제라는 생각 보다는 한 장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실제 소재로 한 영화들의 등장은 지난 해 '관상'과 '변호인'의 성공으로 가속화됐다. '관상'은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동양적 소재인 '관상'이 더해져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송강호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까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며 913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어 한 세무 변호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변호인'은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80년대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묵직한 메시지와 감동으로 담아내며 1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전에도 '말아톤' '그놈 목소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도가니' '부러진 화살' '소원' 등 실화 소재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많다.


한 영화 관계자는 "실화는 영화에서 언제나 매력적인 소재다. 과하게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관객들의 만족도는 높아진다"면서도 "하지만 '아이들'이나 '들개들'처럼 관객의 외면을 받는 작품들도 있다. 시대 트렌드와 관객들의 성향을 파악해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제보자'의 연출을 맡은 임순례 감독 역시 "소재가 민감하다보니 나도 처음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망설였었다. 처음부터 덥석 연출 제의를 받아들이진 않았다"며 "실화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 땐 실화와 픽션의 경계를 맞추느냐가 중요하다. 그 부분을 가장 중점에 뒀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든 실화 소재가 관객의 사랑을 받는다는 법은 없지만 감독들이 눈독 들이는 것은 사실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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