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연애의 발견' 정유미와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장나라가 '로코퀸'의 계보를 새로 쓰고 있다. 이전에도 여러 로맨스물에서 호평받았지만, 이번 작품에서 두 사람의 존재감은 좀 더 특별하다. 한층 진화하고 발전한 여성 캐릭터를 창조해냈기 때문. 그들은 동화 속에 머물지 않고 현실로 걸어 나왔다. 과거와 달리 남자에 의존적이지 않고 자기주도적이다. 빼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된 덕분에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두 남자를 양손에 쥐고 저울질하는 그녀의 또 다른 이름은 '어장관리녀'. 여성 시청자들에겐 '공공의 적'이다. 하지만 왠 일인지 그녀를 욕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전폭적인 지지가 쏟아진다. 순진함과 눈치없음을 가장해 여러 남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과거의 여주인공들과 달리 여름은 여성들의 연애관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여름에게 연애의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댓글도 눈에 띈다.
정유미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여우짓'을 밉지 않게 표현한다. 일부러 망가진다거나 예쁘게 보이려 하지도 않는다. 캐릭터에 녹아들어 진정성을 더하는 정유미 특유의 '공감 연기'가 '연애의 발견'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과거 '케세라세라'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문정혁은 물론, 첫 만남인 성준과의 케미도 절묘하다.
|
4일 종영하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 장나라의 재발견 드라마다. 깜찍하고 귀엽고 앙증맞은 여배우의 대명사였던 장나라는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 폭을 넓혔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김미영(장나라)은 처음엔 너무나 평범했다. 직업도 비정규직 서무. 성격은 착해빠져 사람들 부탁도 거절 못하고 늘 이용만 당했다. 그랬던 미영이 이건(장혁)과의 우연한 하룻밤과 임신, 결혼과 유산, 이별과 재회를 거치며 점점 더 당당하고 주체적인 캐릭터로 변해갔다. 미영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지만 유전병 때문에 억지로 밀어내는 건의 마음을 알아채고 먼저 다가간 것도 미영이었다. 결론은 두 사람의 해피엔딩. 특히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아는 미영의 따뜻한 품성은 시청자들에게 힐링과 위로를 안겼다.
평범녀 김미영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캐릭터, 혹은 재벌 남자를 만나 팔자 고친 신데렐라 캐릭터 범주로 묶일 만하다. 그래서 '민폐녀'라 질타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장나라여서 달랐다. 그가 연기하면 캔디도 성장 스토리를 쓴다. 장나라는 현실에 발붙인 생활 연기로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캔디의 진화'라 할 만하다.
장혁이 코믹연기와 진지한 감정연기를 오가며 드라마에 색깔을 덧입혔다면, 장나라는 물감이 그려지는 도화지였다. 한 관계자는 "장혁이 거침 없이 하늘을 날고 있다면, 장나라는 드라마를 땅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장나라가 워낙 선한 사람이라 캐릭터에도 그 품성이 배어나 캐릭터에 안티가 없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또 하나, 아이를 잃은 엄마의 절절한 모성애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장나라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