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리얼했던 '해무', 김상호는 '진짜'였다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4-08-15 08:31


영화 '해무'의 연기파 배우 김상호를 만났다. 봉준호 감독이 기획 및 제작을 맡고 '살인의 추억'의 갱을 쓴 심성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해무'는 김윤석과 박유천의 호흡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선원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로 8월 13일 개봉.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영화 '해무'의 후반부, 평범했던 아저씨가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했다. 평범한 사람도 극한 상황에 마주하면 사람이 아닌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기적인 선장과 본능에 충실한 선원들 사이에서 이성적인 조율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는 그렇게 그의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갑판장, 그 놈의 목표는 오로지 가족이었다. 전진호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 바다에서의 일은 거기서 끝내야 했다. 바다에서는 도망갈 곳도 없지 않느냐. 집에 가야하니까. 집에 가면 이 모든 악몽에서 깨어난다는 그 생각 그 뿐이었다. 그래서 이성적 판단도 없었다. 불법이고, 살인이고, 그런 것은 없었다. 오로지 집으로 가기위해 모든 일을 버틸 수 있었다."

그는 지난 4월 '해무' 촬영을 끝냈지만, 여전히 '해무'에 빠져있었다. "갑판장은 군기반장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 갑판의 대장이지 않나. 위에서 결정이 나면, 밑에서 일사불란하게 일해야하는데, 그것을 효과적으로 지시하는 일이 내 일이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진짜' 갑판장 같다는 말에 그는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나 뿐 아니다. 기관사 역할을 했던 문성근 선배는 기관실에 많이 있었고, 거기는 실제로 냄새도 많이 나고, 시끄러웠다. 배가 움직일 때는 너무 시끄러웠다. 선장을 맡았던 김윤석 형은 계속 위에 올라가있었고, 작은 배 안에서 자기의 구역이 명확히 나눠져있고, 영화 찍는 내내 그 구역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곳이 내가 일하는 터 아니냐. 그런 모습이 아무래도 더 리얼하게 보이게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곤 연출을 맡은 심성보 감독에 대해 존경심을 표했다. "되게 자분자분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그 양반이 제한된 공간에서 공간 분할을 한다는 게 나중에 찍어놓은 영화를 보고 놀랐다. 배가 길이가 기껏해야 30미터밖에 안된다. 폭이 5미터 안에서 계속 다른 앵글을 찾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기술 시사를 한 후에 '와~'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 얼마나 영리하고. 여하튼 최고다."


영화 '해무'의 연기파 배우 김상호를 만났다. 봉준호 감독이 기획 및 제작을 맡고 '살인의 추억'의 갱을 쓴 심성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해무'는 김윤석과 박유천의 호흡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선원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로 8월 13일 개봉.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그의 영화 '해무'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은 대단했다. "간단한 이야기다. 영화라는 게 '재밌냐, 안재밌냐'라는 것을 묻는 것 아니냐. '해무'를 보고나면 재미 뿐 아니라, 가슴에 먹먹함도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식당도 그렇지 않나. 식당에 대해 인테리어고, 친절이고, 이런저런 것으로 평가를 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맛있냐, 맛있지 않냐'라는 거. 그거면 다 되는 거 아닐까."

마지막으로 그토록 작품에 미쳐있을 수 있는 원동력을 물었다. 그는 "자기 직업과 일에 대해서 퍼펙트를 지향하면 된다. 지치지 않는 이유다. 내 앵글을 조금이라도 더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미쳤다고 할만큼 내 직업에 빠져서 최고로 잘하려는 의지. 그게 '광기'다."

그리곤 "연극 무대부터 작품을 계속 해왔다. 그러면서 텔레비전에도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내내 생각했다. 내가 김상호가 시건방져질까봐. 내심 시건방져질까봐. 이 직업을 못하면 어쩌지. 내가 못할까봐. 내가 잊혀질까봐. 내일 당장 일이 없어질까봐. 무섭다. 얼마나 무섭겠는가. 그래서 오늘 최고가 나오게 하려고 한다. 나는 그만큼 이 일을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짜'였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