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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무'의 후반부, 평범했던 아저씨가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했다. 평범한 사람도 극한 상황에 마주하면 사람이 아닌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기적인 선장과 본능에 충실한 선원들 사이에서 이성적인 조율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는 그렇게 그의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진짜' 갑판장 같다는 말에 그는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나 뿐 아니다. 기관사 역할을 했던 문성근 선배는 기관실에 많이 있었고, 거기는 실제로 냄새도 많이 나고, 시끄러웠다. 배가 움직일 때는 너무 시끄러웠다. 선장을 맡았던 김윤석 형은 계속 위에 올라가있었고, 작은 배 안에서 자기의 구역이 명확히 나눠져있고, 영화 찍는 내내 그 구역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곳이 내가 일하는 터 아니냐. 그런 모습이 아무래도 더 리얼하게 보이게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곤 연출을 맡은 심성보 감독에 대해 존경심을 표했다. "되게 자분자분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그 양반이 제한된 공간에서 공간 분할을 한다는 게 나중에 찍어놓은 영화를 보고 놀랐다. 배가 길이가 기껏해야 30미터밖에 안된다. 폭이 5미터 안에서 계속 다른 앵글을 찾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기술 시사를 한 후에 '와~'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 얼마나 영리하고. 여하튼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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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토록 작품에 미쳐있을 수 있는 원동력을 물었다. 그는 "자기 직업과 일에 대해서 퍼펙트를 지향하면 된다. 지치지 않는 이유다. 내 앵글을 조금이라도 더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미쳤다고 할만큼 내 직업에 빠져서 최고로 잘하려는 의지. 그게 '광기'다."
그리곤 "연극 무대부터 작품을 계속 해왔다. 그러면서 텔레비전에도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내내 생각했다. 내가 김상호가 시건방져질까봐. 내심 시건방져질까봐. 이 직업을 못하면 어쩌지. 내가 못할까봐. 내가 잊혀질까봐. 내일 당장 일이 없어질까봐. 무섭다. 얼마나 무섭겠는가. 그래서 오늘 최고가 나오게 하려고 한다. 나는 그만큼 이 일을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짜'였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